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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육아 에세이] 왜 그랬어? / 탁경운

2020.10.14 보건복지부 x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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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사라진 옆집 아이의 스케치북. 아빠는 함께 그림을 그리며 놀았던 첫째 아이를 의심하고 어떻게 진실을 털어 놓게 할지 계획을 수립하는데...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 멘토로 활동 중인 탁경운 아빠의 육아 에세이, 함께 들어볼까요?

본격적으로 양육을 하거나 양육에 도움을 주는 형태로 참여 하다 보면,
기가 차고 기가 막힌 일들이 참 ~ 많죠?
아빠들의 기가 차고 기가 막힌 상황들을 저의 경험과 함께 버무려서 아빠들과 공유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왜 그랬어?> 라는 주제로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 워낙 가깝게 지내서 두 집 식구가 거의 매일 왕래를 하는 이웃이 있습니다. 큰 딸 아이와 작은 딸의 나이까지 똑같아 이웃사촌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 사이였습니다.
저의 큰 딸 민형이가 8살이던 초등학교 1학년때의 일입니다.
이웃집 두 딸이 우리 집에 와서 반나절을 놀고 간 다음날 일이 터졌습니다.
그 집 큰 딸이 스케치북을 잃어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우리 집에서 말이죠!

저와 아내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찾아보았죠. 그런데 아무리 스케치북을 찾고 또 찾아도 보이질 않는 겁니다. 스케치북이 아주 작은 물건도 아니고, 애들이 놀았던 방이 대궐 같은 방도 아니었기에 일단 우리 집에서 잃어버린 게 아니란 생각이 들긴 했지만, 한편으론 불현듯 제 머리 속에 들었던 생각이 화근이었습니다.

평소에 저의 큰 딸은 그림 그리기를 무척이나 좋아했고,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을 참 좋아 했습니다. 게다가 이쁜 것을 보면 어떤 형태로든 표현을 하곤 합니다. 물론 갖고 싶어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정말이지 아빠인 저의 머리 속에는 기가 막히고 기가 찬 상황이 떠오르는 겁니다. 사실 1년 전 큰 딸이 유치원을 다닐 때 유치원 원장으로부터 또래의 남자아이를 때렸다는 전화를 받고는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죠! 믿기지 않았지만, 확인결과 사실이었고 그 때 들었던 생각이 부모가 집에서 바라보는 아이와 밖에서 타인에게 보여지는 아이의 모습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던 경험도 후광효과로 한몫을 했었나 봅니다.

암튼 이제 나이 8살 짜리가 도대체 왜 남의 스케치북을 숨겨놓았느냐는 거지요… 큰 딸아이가 뭐가 부족했을까? 스케치북이 없는 것도 아니고 책장 위에 서 너 개가 쌓여있었는데 말이죠! 자기 눈에 조금 더 이뻐 보인다고 친구 스케치북을 숨겨놓는다는 것을 용납하기가 힘들더군요!

일단 생각이 거기에 머무르자 몰지각한 남자들의 본능대로 바로 해결책을 강구하게 되었죠!
저의 해결책의 첫 번째 프로세스는 일단 조용히 불러서 편안한 분위기로 말을 꺼내 솔직히 잘못을 시인하게 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 프로세스는 어딘가 떨어져 있는 것을 이제야 찾았다고 하면서 빨리 되돌려주는 것이었죠 그리곤 마지막 프로세스는 남의 것을 아무 말 없이 취하는 것은 도둑질이란 사실을 눈물이 날 정도로 따끔하고 확실하게 인식 시킨 후에 다시는 남의 물건에 손을 안 대겠다는 다짐을 받아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곤 추가 프로세스로 하루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맛난 것을 사주면서 아주 자상하고 최대한 따뜻하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 등등의 격언과 속담을 여러 재미난 사례를 들어주면서 큰 딸의 머리 속에 각인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 정도의 계획이라면 순진한 딸아이에게 교육과 훈육의 효과를 보리라 생각했습니다.

사실 보통의 아빠들은 아니 보통의 남자들은 어떤 문제상황에 직면할 때 본능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저 또한 예외가 아니었지요! 제가 아빠로서 놓친 프로세스가 무엇이 있었을까요? 예, 바로 자녀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었습니다. 최소한 한번쯤은 이웃집 딸아이에게 “아무리 찾아봐도 없으니, 기억을 되살려보라”고 했었어야 했죠!

지금 저의 큰 딸은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휴학 중입니다. 1년의 휴학기간 동안 토익 점수를 올리고, 1종 운전면허를 포함한 각종 라이센스와 자격시험을 취득하고 있고, 복싱을 통해 건강관리까지 놀랍게도 자신의 계획대로 착착착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물론 아빠가 강권해왔던 여행을 하려고 국내와 유럽여행 계획을 세워놓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유럽여행만큼은 실행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실 초등학교 이후로 순전히 자신의 선택과 결정에 최대한의 의미를 부여하고 결정을 해왔기 때문에 저희 집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광경이기도 합니다.

제가 책에서나 강의를 할 때 늘 강조하는 것 중 한 가지가 바로 아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은 10살 이전 조금 더 쓰면 초등학교 이전에 90%는 끝난다고 보는데요, 만약 초등학교 때까지 아빠들이 양육에 참여하지 못해 Father Effect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 대가는 상상이상으로 크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바빠도 아빠들이 조기에 양육 참여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다시 그 문제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저의 솔루션 첫 번째 프로세스를 진행하기 전에 먼저 둘째 딸을 살짝 면담했습니다.
“민지야, 연지네 와서 반나절 놀고 간 날, 연지언니 스케치북은 어떻게 된 거야?” 하고 물었더니, 둘째가 대답하길, “그날 은지하고 나는 인형만 가지고 놀았고, 두 언니들이 스케치북 하나 가지고 계속 그림 그리면서 놀았어요.” 이 대답을 듣는 순간 저의 확신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그날 저녁 조용히 큰 딸 민형이를 방으로 불렀습니다.
제가 먼저 말했죠 “민형아,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어. 사람은 누구나 그런거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야. 잘못되었단 사실을 알고 솔직히 시인하는 것, 그리고 다시는 동일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거야. 연지의 스케치북에 대해서 한번 솔직하게 말 해볼래.” 아빠의 말을 들은 민형이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아빠, 아무리 찾아봐도 없던걸요.” 참으로 심플한 대답이었습니다. 아빠가 내심 네 잘못을 잘 눈감아 주고 용서해 줄 테니 솔직하게 말해보란 속뜻은 꿀꺽 삼켜버리고 찾아보니 없다는 대답만을 하니, 저는 아주 답답할 노릇이었습니다.


용서해주고 싶었는데… 참 생각이란 게 무섭더군요… 한번 그렇게 마음 먹으니 어느새 저는 딸아이를 범죄자로 몰고 있었습니다. “민형아, 아빠가 네 속을 훤히 쳐다보고 있어. 너 연지 스케치북 왜 그랬어? 아빠한테 솔직히 말하면 이번만큼은 용서해줄게.”
이 대목이 정말 모든 아빠들이 아주 찰나의 순간에 범할 수 있는 오류입니다. 저는 아빠로서 아빠들 세계의 눈높이로 제 딸을 아주 영악한 거짓말쟁이로 규정지어버린 것입니다.
“아빠, 저는 연지가 스케치북 가지고 간 줄로 알고 있었어요. 찾아봐도 없구요…”

저는 이쯤에서 알아차리거나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와서 믿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괘씸한 딸아이가 왜 이리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지, 게다가 거짓말을 이렇게 태연하게 할 수 있는지 그 심리를 알고 싶었고, 그 방면의 책들을 찾아보고 논문을 뒤적였습니다. 성장과정에 특별한 문제가 있지 않고서는 아이들의 거짓말이 이렇게 태연하게 나올 순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저는 근본적으로 딸아이의 나쁜 습관의 원인을 찾아내고 그것이 혹여 우리 부모에게 있다고 한다면 그걸 개선해 나가겠다고 작심을 했죠. 아주 상당히 오버를 한 겁니다! 결론적으로는 일이 해결되기까지 는 이틀도 안 걸렸는데, 그 이틀 동안 저는 큰 딸의 거짓말과 남의 물건에 손대는 습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정말로 불편함과 고민스런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저의 지대한 관찰이 시작되긴 했지만, 큰 딸과의 대화가 있은 지 이틀도 안되어 저는 큰 딸에게 솔직한 사과를 해야만 했습니다. 왜냐하면 이틀이 지나갈 즈음 주말 저녁에 이웃집 큰딸 아이가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자기 스케치북 놓은 곳이 생각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아이들과 놀던 침대방에서 그 이쁜 스케치북을 가지고 나온겁니다. 그날 민형이와 그린 그림 중에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었나 봅니다. 스케치북을 들고 나온 이웃집 큰 딸 아이는 대뜸 그림을 펼치면서 하는 말은 “이 그림 멋지지 않아요?” 였습니다. 식탁에 있던 큰 딸 민형이가 그 친구에게 묻더군요. “연지야, 그거 어디에서 찾았어?” 그 친구가 말하길, “아! 이거 잊어먹을까 봐 침대 매트리스 밑에 끼워 놓았어. 아! 다행이다. 아저씨 아줌마 저 갈께요” 하고는 대문을 닫고 휭 하니 사라졌습니다.

우리 집 식탁엔 아주 잠시 정적이 감돌았습니다.
저는 아주 찰나와도 같은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지체할 수 없어 바로 그 자리에서 큰 마음을 먹고 민형이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사과한다는 건 또 다른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겸연쩍은 정도는 말할 수도 없었죠. 다행히도 민형이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지 아빠의 창피함을 조금은 덜어주었습니다. “아빤 정말 내가 가져갔다고 생각했었어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빠는 딸을 믿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민형이는 아빠를 믿었었나 봅니다.

아빠가 말은 그렇게 해도 ‘설마 나를 믿지 못하시는 것은 아닐테지’ 란 생각이 깊숙이 작용했었던 같았어요! 저는 속으로 정말 창피했습니다. 믿지 못한 아빠의 부끄러움은 이 정도의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만 이후 저는 아이들의 믿음에 의심을 품지 않으려고 남성의 본능을 거슬러가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아이들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생활에 큰 기여를 했다고 봅니다.

이 오디오를 듣는 아빠 여러분들은 무엇을 느끼셨나요?
우리의 맑디맑은 아이들을 믿어 줄 가장 가까운 사람은 바로 아빠와 엄마입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믿는 방향으로 성장합니다. 해바라기가 태양를 향해 커가는 것처럼 말이죠!
사람에게는 누군가 자신을 이유불문하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때로는 잘못을 했어도믿어주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성장과정 중에 부모들에게 할 수 없는 말과 말 할 수 없는 상황들이 종종 생길 수 있죠. 이때 부모는 그 상황과 진실을 알려고만 하기 전에 일단 자녀에 대한 확실한 믿음의 메시지를 전달해주어야 합니다. 우리의 자녀들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하더라도 가깝디 가까운 부모가 확실히 믿는다는 시그널을 보내준다면 아마도 그 상황을 극복하고 다시금 삶의 용기를 낼 확률이 높아집니다.

설사 한 번의 실수를 저질렀다손 치더라도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질 겁니다.
긍정심리학의 대가인 샐리그만 박사는 이러한 무조건적인 믿음과 지지, 응원해주는 지인을 의미있는 타인(Significant others)이라고 했죠. 요즘 청소년들의 자살율이 심상치 않습니다. 아주 가까운 나의 자녀들부터 믿음의 힘을 양육에 활용해보시면 어떨까요?! 이상 가족소통연구소의 탁경운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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