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추억, 산불로 뒤덮이지 않기를

산림청·소방청, 정월대보름 전후 산불방지 특별경계근무 정책기자 김윤경 2019.02.19

달이 차올랐다. 정월대보름 달을 보면 어린 시절, 할머니 손을 잡고 시골 친척집에 모여 놀던 기억이 떠오른다. 설날이 가족 간의 명절이라면, 정월대보름은 이웃과의 명절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사촌 언니, 오빠들 틈에서 깨먹던 부럼은 특히 고소했다. 할머니는 나이 수대로 깨물어야 한다고 하셨지만, 제일 어렸던 필자는 괜히 억울하다 싶어 슬쩍 몇 개를 손에 더 쥐었다.

1년동안 무탈하고 만사형통하게  부스럼이 나지 말기를 바라며 부럼을 깨먹는 것도 정월대보름의 운치다.
1년동안 무탈하고 만사형통하게 부스럼이 나지 말기를 바라며 부럼을 깨먹는 것도 정월대보름의 운치다.
 

어느 해 정월대보름에는 시골서 묵게 됐는데, 저녁 무렵 사촌 언니가 재미있는 구경을 시켜주겠다며 운을 띄웠다. 날이 어둑해지자, 조심스레 논두렁으로 나갔다. 처음 보는 광경이 펼쳐졌다. 눈앞에서 돌아가는 시뻘건 불들은 무척 경이로웠다. 

그것이 쥐불놀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지만, 선뜻 불붙은 깡통에 손을 대진 못했다.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뱅뱅 돌던 붉은 불꽃은 더욱 선명해 보였다.     

논·밭두렁에 불을 놓아 액운 물리치고 행운을 비는 쥐불놀이.(출처=국가기록정보원)
논·밭두렁에 불을 놓아 액운을 물리치고 행운을 비는 쥐불놀이.(출처=국가기록정보원)
 

2월 19일은 정월대보름이다. 정월대보름에는 쥐불놀이와 달집태우기 등을 통해 해충 등을 태워버리면서 농사가 잘 되길 기원한다.  

그렇지만 이 세시풍속은 자칫 산불로 번지기 쉽다. 2009년 정월대보름에 일어난 화왕산 화재는 억새를 태우다 번져 많은 인명피해를 남겼다.

올 들어서는 건조한 날씨가 많았던 탓인지 유독 산불이 많았다. 새해 첫날 강원도 양양에서 일어난 산불로 축구장 면적 28배나 되는 산림이 잿더미가 됐고, 2월에만 들어서도 13일 부산 승학산 산불, 14일 동두천 소요산을 비롯해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산불은 타기 쉬운 나무로 쉽게 번지고  화재면적이 넓으며 지형특성상 진압하기 힘들다. (출처=픽사베이)
산불은 화재 면적이 넓고 지형 특성상 진압하기가 힘들다.(출처=픽사베이)
 

산림청은 지난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를 봄철 산불조심기간으로 정했으며, 특히 정월대보름 전후인 2월 18일부터 20일까지를 산불방지 특별대책기간으로 정했다.

소방청 또한 2월 18일에서 20일까지 정월 대보름 세시풍속 행사로 인한 화재를 방지하고자 특별경계근무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특별히 올해는 산불재난관리 체계가 정비된 이후 처음으로 1월 초에 산불위기경보가 주의단계로 상향된 만큼 더욱 안전에 대비해야 한다. 

올 정월대보름에는 집에서 부럼을 깨고, 나물과 오곡밥을 먹으려고 한다. 어릴 적 필자가 놀랐던 쥐불놀이를 아이들에게 보여줄 순 없어 아쉽지만, 대신 사진 좌편처럼 LED야광볼 쥐불놀이를 만들었다.
어릴 적 필자가 놀랐던 쥐불놀이를 아이들에게 보여줄 순 없어 아쉽지만, 대신 사진 왼쪽편처럼 LED 야광볼 쥐불놀이를 만들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올 정월대보름에는 전국적으로 눈·비 예보가 있지만 건조한 날씨가 계속된 터라 방심할 수 없다. 신나는 쥐불놀이가 산불로 이어지는 건 아차 하는 순간이다. 산불은 일단 한 번 번지면 진화하기가 어려운 특성이 있어 예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17일 서울로7017에서 열린 정월대보름행사에서 LED쥐불놀이를 노는 할머니와 손자
17일 서울로7017에서 열린 정월대보름 행사에서 LED 쥐불놀이를 하는 할머니와 손자.
 

정월대보름. 그 불꽃에 넋을 잃고 봤던 동심 가득한 논두렁이 떠오른다. 필자가 놀라는 모습을 보고 빙긋 웃던 사촌 언니도, 이제는 돌아가셨지만 뭐가 무섭냐고 놀리던 할머니도 마냥 그립다.

그 불꽃을 환한 기억으로 쭉 남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안전이다. 모쪼록 올해도 가슴 철렁한 일 없이 고소한 부럼으로 떠오르는 정월대보름 추억이 바래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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