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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긋불긋 색동옷을 입은 숲길 사이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거닐고 있는 나를 상상해 보자. 청량한 기운과 함께 절로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숲길을 걷거나 등산을 하고 나면 몸은 좀 힘들지만 저 아래에서부터 차오르는 ‘충만함’을 느끼게 된다. 긍정적인 감정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부정적 감정을 상당 부분 상쇄해 주는 것이다.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내용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분 간 숲길 2km를 걷는 것만으로도 우울, 피로 등의 부정적 감정을 무려 70% 이상 감소시키며 면역력 증진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가을이 좀 더 완연해지면 의릉 느티나무 숲은 위 사진과 같이 아름답게 변신할 것이다.(출처=문화재청 보도자료) |
도심에는 소위 ‘빌딩숲’만 있지 않다. ‘조선왕릉 숲길’도 기억해 두도록 하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세계적인 유산으로 인정받은 조선왕릉에는 빼어난 경관과 함께 숲길 또한 잘 조성돼 있다.
의릉 전경. 탁 트인 풍경이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10월 6일부터 11월 29일까지 조선왕릉 숲길 8개소를 개방한다고 밝혔다. 개방되는 숲길은 구리 동구릉 ‘휘릉~경릉~양묘장’ 숲길, 남양주 광릉 ‘금천교~정자각’ 숲길, 남양주 사릉 ‘홍살문~사무실 숲길’, 서울 태릉과 강릉 ‘태릉~강릉’ 숲길, 서울 의릉 ‘천장산’ 숲길, 파주 장릉 ‘능침 둘레길’, 파주 삼릉 ‘공릉 뒤편 숲길’, 화성 융릉과 건릉 ‘융릉∼건릉 숲길’ 등 총 8개소다. 서울에도 태릉, 강릉, 의릉 숲길이 있고, 서울 주변으로 남양주와 구리 등에 숲길이 개방된다.
색동옷을 입고 있는 의릉 단풍나무. |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여파로 국민들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피로도가 상당하다. 불필요한 외출이나 모임 등이 최소화 되다 보니 바깥에서 충분한 신체 활동 및 햇빛을 쬐며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코로나 우울’이라고도 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19와 병존하며 지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슬기롭게 코로나 우울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집 또는 직장 근처에서 코로나 우울을 퇴치하는 것이다. 나는 조선왕릉 숲길 산책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조선왕릉! |
하늘이 정말 높았던 10월 9일 한글날, 나는 집 근처에 있는 의릉 천장산 숲길로 나들이를 갔다. 휴일이라 그런지 산책을 즐기러 온 주민들이 많았다. 다들 마스크를 착용해 답답한 느낌은 있었지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조선왕릉 숲길의 기운을 온전하게, 한껏 만끽하고 있는 것 같아 보는 내가 더 흐뭇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한 방향 걷기. |
입장료는 성인 기준(만 25세~만 64세)으로 1000원. 저렴한 금액이다. 이밖에도 상시 관람권과 시간제 관람권, 점심시간 회수권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또한, 지역주민 등 왕릉이 위치한 곳에 따라 추가 할인혜택을 주기도 하니 입장하기 전에 체크해두는 것이 좋겠다.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입장할 때 체온측정을 했다.
마스크 착용 및 체온측정을 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 |
관람로 곳곳에는 ‘한 방향 걷기’ 인쇄물 및 의자에도 조심을 당부하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걸으며 보니 숲길 내 공간은 넓어서 ‘2m 거리두기’는 충분히 잘 지켜지고 있는 듯했다.
사람들과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데도, ‘피톤치드’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을텐데도 관람객들은 마스크를 코까지 제대로 쓴 상태로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이렇게 시민들이 솔선수범하여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방역수칙을 잘 지켜주는 점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정성이 모이고 모여 ‘K-방역’ 브랜드가 온전하게 구축돼 가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안내문이 부착된 의자. |
의릉 숲길은 산책 친화적으로 조성돼 있었다. 산책로가 험하지 않았고 왕릉 주변에는 보다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보호 카펫이 깔려 있었다. 이 구간과 평지에는 유독 어르신들이 많았는데, 천천히 걸어도 무리가 없는 산책로였다. 신체 활동이 더욱 필요한 어르신들께 이런 숲길이 널리 개방되고, 의자나 안내 표지판 등 편의시설이 잘 확충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었던 의릉 주변 산책로. |
오랜만에 모처럼 ‘힐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의자에 앉아 잠깐 숨을 돌리면서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에 정신을 집중해 보았다. 이런 걸 명상이라고 하는지, 1~2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 속 스트레스와 피로가 단박에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귀여운 친구, 입에 무언가를 잔뜩 담고 있는 청설모를 만날 수 있었다. |
입을 계속 오물거리며 내 주변을 서성이던 청설모와도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즐겁게 뛰놀며 산책을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 |
아주 잠깐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
가을이 계속 여물어갈수록 숲길 나무들의 색도 더욱 알록달록해질 것이다. 가을이 가기 전, 집 근처 조선왕릉 숲길이 있다면 꼭 한 번 방문해 보기 바란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질 것이다. |
숲이 주는 힘은 실로 위대하다. 조선왕릉 숲길 산책은 코로나19 시대에 나와 가족의 건강과 면역력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선택’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 http://royal.cha.go.kr/
* 관람 시간(다르게 적용되는 조선왕릉도 있으니, 위의 홈페이지를 꼭 참고할 것)
- 2월~5월, 9월~10월 : 09:00-18:00 (입장 마감 17:00)
- 6월~8월 : 09:00-18:30 (입장 마감 17:30)
- 11월~1월 : 09:00-17:30 (입장 마감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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