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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의 모든 보석을 캐내는 여정, 서해랑길

2022.07.25 태원준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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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준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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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길이 1,800킬로미터. 전체 코스만 무려 109개에 이르는, 대한민국 최장 길이의 걷기길이 지난 6월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주인공은 전남 해남군부터 인천 강화군까지 이어지는 ‘서해랑길’로 서쪽 바다와 함께 걷는 길이란 뜻을 담고 있다. 실제로 서해안과 면한 31개의 시군을 아우르며 걷는 서해랑길은 서해안에 흩뿌려져 있는 다양한 보석을 차근차근 캐내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준비물은 두 가지. 근사한 풍경이 나올 때마다 감동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 그리고 튼튼한 두 다리뿐이다.

대장정의 첫 걸음이란 중책을 맡은 곳은 해남군의 땅끝마을이다. 1코스의 출발을 알리는 땅끝탑을 시작으로 진도군을 거쳐 초반 16코스를 이끌고 있다. 남해 바다와 서해 바다를 잇는 접점이기도 한 이 구간은 바닷길만큼이나 수려한 풍경의 해송숲길과 정겨운 분위기의 항구를 많이 만나게 되어 이제 막 여정을 시작한 여행자에게 여유의 미덕을 알려준다. 충무공이 활약했던 울돌목해협(명량해협)과 우수영 등을 품고 있어 역사의 현장을 마주할 수도 있다. 서해안의 어느 곳의 일몰이 멋지지 않겠냐마는 땅끝송호해변과 진도타워 같은 일몰 명소도 가득하니 걷기가 마무리되는 늦은 오후 무렵에도 눈이 심심할 틈이 없다.

무안군과 신안군을 따라 이어지는 19~30코스는 작년 7월, 당당히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며 세계적인 명소로 거듭난 한국 갯벌의 정수를 만나는 구간이다. 걷는 내내 생명의 보고인 갯벌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칠게와 망둥어 등 갯벌을 대표하는 생명체와 그들을 먹이 삼아 몰려드는 희귀새의 무리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특히 27코스에 속한 신안의 증도갯벌센터와 33코스의 시작점인 무안의 황토갯벌랜드는 갯벌을 주제로 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거리를 제공하고 있어 걷기 여행자의 발걸음을 오래 붙잡아 두는 곳이다. 다만 갯벌의 특성상 일부 구간은 만조시 우회로를 이용해야 하니 걷기 전에 물때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무안황토갯벌랜드.(사진=태원준 여행작가)

무안황토갯벌랜드.(사진=태원준 여행작가)

전남권을 따라 북쪽으로 바지런히 이동하면 전북권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부안군을 따라 펼쳐진다. 곰소항에서 시작되는 45코스부터 동진강에서 종료되는 50코스까지, 그 안에 여행자들을 열광시킬만한 국내 대표여행지가 한가득이다. 코스 대부분이 ‘국립공원(변산반도)‘에 속해있으니 놀랄 일도 아니다. 

푸르름으로 뒤덮인 국립변산자연휴양림과 코스에서 살짝만 벗어나면 닿을 수 있는 고찰 내소사는 지친 발걸음에 다시금 힘을 불어넣어 줄 만한 풍경을 선사한다. 격포항으로 향하면 파도와 바람이 다듬은 채석강이 끝없는 감탄을 유발한다. 마치 수천 권의 책이 포개진 듯 층층이 쌓인 지층 절벽은 자연이야말로 최고의 조각가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억 년 단위의 역사를 가진 지층 곳곳엔 기묘한 해식 동굴도 많아 어디에 시선을 먼저 두어야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걷기길 여행자들의 가장 큰 걱정은 역시 길을 잃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하지만 서해랑길에선 그런 걱정은 딱히 필요 없다. 1,800킬로미터에 이르는 그 긴 구간에 여행자들을 위한 배려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서행랑길 인식표지 사인.(사진=태원준 여행작가)

서행랑길 안내 사인.(사진=태원준 여행작가)

주목성이 강한 화살표 모양의 방향안내표식과 나뭇가지나 데크길 묶여있는 노랑 빨강의 리본이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이 길이 맞나 싶을 때면 어김없이 안내사인이 나타나 길을 이끈다. 뿐만 아니라 코스 주요 지점마다 지도와 함께 그 코스의 전체적인 정보가 담겨있는 대형 안내판과 서해랑 쉼터가 있는 정보 센터 등이 나타나 걱정거리를 덜어준다. 

서천군에서 시작되는 충남권 코스는 서해랑길의 딱 중간 지점이다. 멋스러운 충청수영성과 천북 굴단지가 있는 보령도, 만리포 해변과 신두리 해안사구라는 좋은 패를 가진 태안도 걷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서산과 당진을 잇는 지선 코스(61-1~61-6 코스)는 사실상 서해랑길의 유일한 내륙 코스라 이색적이다. 이 코스엔 유독 천주교 성지가 많다. 현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한했을 당시 찾기도 했던 서산의 해미순교성지와 당진의 솔뫼성지, 신리성지는 여전히 수많은 순례객이 찾는 곳이다. 박해받던 순교 성인들의 흔적이 계속 이어지는 구간이라 걷기길이자 순례길이기도 하지만 종교를 떠나 평화롭고 서정적인 풍광이 넉넉해 누구에게나 힐링에 제격인 코스다.

태안 만리포 해변.(사진=태원준 여행작가)

태안 만리포 해변.(사진=태원준 여행작가)

서해랑길의 마무리는 경기권이 담당한다. 85코스부터 시작되는 경기도 구간은 의외로 다양한 섬을 따라 걷게 된다. 호화로운 요트가 그득한 89코스 시작점, 화성 전곡항에선 경기도를 대표하는 섬으로 꼽히는 제부도로 넘어가는 케이블카에 몸을 실을 수 있다. 재미있게도 이 케이블카의 이름 역시 ‘서해랑’이다. 서해랑길이 개통되기 이전에도 큰 인기를 누렸던 ‘대부해솔길’을 품은 안산에선 대부도를, 이웃 도시 시흥에선 붉은 등대가 매력을 뽐내는 오이도를 지난다. 인천 강화도에 들어서면 긴 여정의 끝이 보인다. 선조들이 방어를 위해 축조한 수십여 개의 돈대를 따라 걷고 또 걸으면 마침내 서해랑길의 마지막 코스인 103코스에 들어선다. 그리고 그 끝엔 강화평화전망대가 우뚝 서있다. 전망대의 망원경에 눈을 들이밀면 북녘 땅의 모습을 눈앞에 있는 듯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 해안가 건너 북한까지의 거리는 고작 2킬로미터 남짓. 해남에서부터 이어온 발걸음을 더 이상 북쪽으로 향할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가득하지만 언젠간 망원경으로 본 풍경 너머로도 서해랑길이 계속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대단원의 마침표를 찍는다.  

걷기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이며 여행을 시작하는 최소한의 단위다. 그러나 그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우리는 길 위에서 무한한 즐거움과 감동을 느낀다. 서해랑길은 그 사실을 증명한다. 우리 땅의 서쪽 해안에 찬찬히 발자국을 찍는 것만으로도 세계자연유산에 빛나는 갯벌과 낭만적인 풍경의 섬과 해변은 물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행지를 끊임없이 눈에 담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서해랑길의 단 한 코스라도 걸어보며 그 환희를 느껴보길 바란다. 1,800킬로미터도 한 걸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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