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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힐 호텔 자리는 ‘대통령집무실’을 기다리고 있다

[용산시대 연속기고] ④창조와 소통의 공간 ‘용산’의 미래 비전

2022.07.27 김광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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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를 벗어나 시민들 곁인 서울 용산에 자리를 잡으면서 국민과의 소통 확대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책브리핑이 도시·문화·생태 등 분야별 전문가들과 ‘용산시대’ 개막의 의미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 용산 대통령실의 남은 문제

김광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명예교수
김광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명예교수

지난 74년 동안 사용되었던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대통령집무실이 이전되었다. 용산으로의 대통령집무실 이전은 폐쇄적인 건축공간은 사람들의 자유로운 소통을 가로막는다는 사실을 널리 인식시켜 준 계기가 되었다. 힘들게 찾은 국방부 청사라는 효율적으로 집약된 단일 건물로 이전했으니 대통령과 참모들의 의사소통은 훨씬 활발해질 것이다. 1층에 프레스센터를 두어 국민과 늘 소통하겠다는 약속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러나 이미 있는 건물로 이전하니 문제가 없을 수 없을 것이다. 국방부 청사는 중복도에 남북으로 길게 방이 연결되고, 중간에 계단실과 엘리베이터가 배치되어 있어서 백악관의 ‘웨스트윙’의 수평적 모델은 생각처럼 구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목적에 힘을 실어준 것은 용산공원이었다. 그런데도 이 점은 아직은 불투명하다.

이전하는 건물의 무미건조한 외관은 안보를 위한 국방부 청사로는 적합했겠지만, 이제는 건물의 내용이 달라졌다. 이를 두고 소비에트 리얼리즘의 아류 건축인 부끄러운 건물이라 비난하기도 한다. 지나친 발언이다. 그럼에도 무심하다 못해 무정한 건물의 외관은 국가를 상징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집무실로서는 계속 문제로 남아 있다. 이를 덜 느끼게 하려고 건물 한가운데에 커다란 사인보드 같은 것을 붙였지만, 언제까지 계속 붙이고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용산 대통령실이 합동참모본부, 근무지원단 등 두 국방부 건물을 좌우에 나란히 거느리고 있는 것도 거북스럽다. 합동참모본부는 용산 대통령실에 비해 높이는 거의 같지만 길이는 더 길다. 멀리서는 오히려 푸른 유리창의 좌우 건물이 용산 대통령실보다 더 뚜렷이 보인다. 아마도 남쪽에 공원이 제대로 조성된다면 이제까지 가려져 있던 이 세 건물은 훨씬 더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얼마 전 헬기장의 본 모습이 잘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시각적으로는 트여 있을 뿐 시민이 접근할 수 있는 땅은 아니다. 헬기장은 다른 곳으로 이전하지 않는 이상 공원 한가운데를 계속 가로막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헬기장 북서쪽에 국방시설본부가 길게 인접해 있고, 동쪽에는 미군 장병 주거지였던 경사지가 있다. 국방시설본부가 옛 30사단 본부 건물로 이전하더라도 건물은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또 이것을 철거하면 용산 대통령실과 합동참모본부 건물은 훨씬 더 확연하게 대등한 건물로 바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텔레비전 영상에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 넓은 잔디광장이 있는 것으로 비친다. 그러나 이는 지형상 연병장처럼 쓰였던 2층 높이의 넓은 주차장 건물의 옥상 정원이다. 용산 대통령실 앞 정원치고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 잔디광장은 사열대 단상을 두려고 지면을 올렸고 이 때문에 용산 대통령실 정문도 주변보다 높아졌다. 이처럼 용산 대통령실 앞의 땅 높이와 건축물은 이렇게 복잡하다.

대통령실이 정면에 보이는 용산공원 부지.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대통령실이 정면에 보이는 용산공원 부지.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용산 대통령실 바로 옆의 드래곤힐 호텔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용산 대통령실과 불과 300~400m밖에 안 떨어진 곳에 미군의 잔류부지인 드래곤힐 호텔이 바로 인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호텔은 자대 배치를 받기 전에 미군 신병들이 묵는 지상 9층의 숙박시설인데, 군사시설이 아닌데도 오산·평택 이전하는 미군이 반환하지 않고 있었다.

현재 사용하지도 않는 높은 건물이 용산 대통령실과 나란히 서 있다는 것은 무표정한 외관과는 비교가 안 되는 훨씬 더 큰 문제다. 대통령집무실 이전으로 공원의 위상이 크게 바뀔 국가공원 한복판에서 미군 신병들이 서쪽 객실에서 한국 대통령집무실을 가깝게 바라본다는 것은 그 자체가 난센스다. 그런데도 아무도 이를 지적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었다. 더구나 공원 전체의 한가운데에 비교적 높은 위치에 자리 잡은 드래곤힐 호텔 땅은 용산국가공원 핵심적인 자리다.

최근 주한미군의 잔류기지였던 드래곤힐 호텔도 반환하는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후암동 미 대사관 예정지에 호텔을 새로 지어주는 방안, 드래곤힐 호텔을 영빈관을 사용하는 방안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영빈관으로 사용한다면 우뚝 솟은 건물은 놔두고 용산국가공원 한가운데에 대통령만의 정원을 만들었다고 비난받을 우려가 크다. 드래곤힐 호텔은 용산의 생태 공원과 어울리지 않고 전망도 크게 저해한다는 의견은 이전에도 계속 제기되었다.

이에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것이다. 특히 대체부지 협상이 급히 착수된다 하니 또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만큼 중요한 것을 얻는다는 사실은 왜 말하지 않는 것일까. 잔류기지만 후암동으로 옮기고 미군이 드래곤힐 호텔을 계속 사용하는 방안이 비용 측면에서는 가장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그렇지만 이것 역시 용산공원 전체를 근본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비용 문제를 피하려고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 드래곤힐 호텔 자리가 대통령집무실 자리

청와대를 떠나 국방부 청사로 옮긴 현재의 용산 대통령실은 진행형의 한 모습이지 완성형이 아니다. 국가의 상징인 대통령집무실이 언젠가 최종적으로 들어서야 할 곳은 용산국가공원 한복판에 있는 드래곤힐 호텔 땅이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청와대를 떠나 용산 대통령집무실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집무실은 드래곤힐 호텔 자리에 들어와야 백악관처럼 남북의 정면을 넓게 가질 수 있다. 북쪽의 이태원로에 접해 있던 한미연합사는 올해 평택 기지로 옮기게 된다. 그러면 이 자리는 백악관의 라파예트 광장과 같은 곳이 되고, 이태원로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와 같은 길이 될 것이며, 남쪽에서는 시민들이 공원에 둘러싸인 대통령의 집무실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대통령집무실이 미국 백악관과 똑같을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민주주의적인 우리만의 새로운 대통령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분명하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온다고 했다. 그렇다면 똑같은 정신으로 불완전했던 용산기지를 완성해 국민에게 제대로 돌려주는 것, 그것이 바로 청와대를 떠나 용산으로 옮기겠다는 의지의 최종적인 결과일 것이다. 어찌 보면 드래곤힐 호텔 자리는 통일한국의 미래 가치를 위해 대통령집무실이 들어서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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