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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악파의 산실, 산 마르코 대성당

[정태남의 클래식 여행] 이탈리아/ 베네치아(Venezia)

2021.04.05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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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들 중에서도 가장 황홀한 도시로 손꼽힌다. 이 경이로운 바다의 도시탄생은 전설에 의하면 지금부터 1600년 전인 421년 3월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데 그날은 전란을 피해 육지에서 건너 온 피난민들이 바다 한가운데 흩어진 크고 작은 조각섬 위에 터전을 잡고 봉헌미사를 올린 날이라고 한다.

초기 베네치아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육지와 교역하는 일에 눈을 떴다. 그러기 위해 항해술과 선박 건조기술을 차근차근 쌓기 시작했다. 그후 베네치아는 본격적으로 바다로 진출하면서 국력을 서서히 키워나갔는데, 지리상으로 유럽과 동방을 잇는 거점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십자군 전쟁 때부터는 엄청나게 발전하고 14세기에는 북부 이탈리아, 지중해 동남부의 섬들, 그리스, 소아시아까지 세력을 확장했으며, 15세기에는 동부지중해를 완전히 장악하는 광대하고도 부유한 해상 공화국으로 발전했다.

산 마르코 광장에서 본 산 마르코 대성당, 도제의 궁 및 종탑.
산 마르코 광장에서 본 산 마르코 대성당, 도제의 궁 및 종탑.

이러한 베네치아의 심장부가 바로 산 마르코 광장이다. 이 광장은 예로부터 베네치아의 종교·정치·문화 중심으로 베네치아의 중요한 모든 행사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 광장에서는 비잔티움 양식의 산 마르코 대성당과 베네치아 공화국 최고 통치자 도제(Doge)의 궁전이자 정청이던 팔랏쪼 두칼레(Palazzo Ducale 도제의 궁전)와 높은 종탑이 랜드마크를 이룬다.
 
산 마르코 대성당을 보면 이국적 분위기가 흠뻑 느껴진다. 또 다섯 개의 쿠폴라(돔)는 축제 분위기를 자아내는 듯하다. 이 성전은 9세기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가져온 산 마르코의 유골을 보존하기 위해 1046년에 세운 것인데, 산 마르코(San Marco)는 다름 아닌 신약성서의 마가복음 저자 성 마가의 이탈리아식 이름이다. 산 마르코의 상징은 날개 달린 사자인데 이는 또한 베네치아의 상징이기도 하다.

산 마르코(성 마가)의 형상과 날개달린 사자상.
산 마르코(성 마가)의 형상과 날개 달린 사자상.

산 마르코 대성당의 평면은 그리스 십자가형이 기본이다. 간단히 말해 두 개의 동일한 직사각형이 수직으로 교차하는 형태다. 두 개의 직사각형이 겹치는 곳이 성당의 중심이고 그 위에는 커다란 돔이 올려져 있으며 그 주위에 네 개의 작은 돔이 십자가 모양을 이루며 올려져있다.

어두운 실내 공간은 돔 아랫부분에 둥그렇게 돌아가며 뚫린 창을 통하여 들어오는 빛으로 밝혀진다. 위로부터 들어오는 여러 줄기의 빛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지는 신의 은총처럼 느껴진다. 둥근 곡면의 천장은 모두 찬란한 금빛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는데, 아무리 미세한 빛이라도 모자이크 표면 어디선가 반사된다.
 
산 마르코 대성당은 베네치아 공화국의 모든 중요한 행사가 이루어지던 곳이다. 이곳의 음악은 옛날 베네치아 공화국이 국가차원에서 감독 했으며, 국가는 수준 높은 음악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따라서 이 성당의 음악감독이나 오르간 주자, 또는 오케스트라 연주자 자리는 당시 유럽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금빛 모자이크로 처리된 산 마르코 대성당의 내부.
금빛 모자이크로 처리된 산 마르코 대성당의 내부.

1527년 산 마르코 대성당 음악감독에 플랑드르 출신의 유명한 음악가 아드리안 빌라르트가 초빙되어 왔다. 플랑드르는 현재의 벨기에 북부지방이지만 당시는 네덜란드 땅으로 영어로는 플란더스(Flanders) 현지어로는 플람스(Flaams)라고 한다. 그곳은 예나 지금이나 기후가 별로 좋지 않다.

빌라르트는 햇빛 찬란한 남국의 하늘과 지중해, 운하 위에 눈부시게 어리는 햇살, 운하 주변에 가볍게 떠 있는 듯한 석조 건물들, 축제의 장식처럼 아름다운 창, 이국적 정취가 넘쳐흐르는 산 마르코 대성당과 날렵하고 우아한 도제(Doge 베네치아의 최고통치자)의 궁전, 심지어 그늘 속에도 찬란한 빛깔이 숨어 있는 환상적인 도시의 모습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이때부터 그의 음악은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다. 즉, 그의 이전 작품은 선율들이 정교하게 엇갈리면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었으나 베네치아에 발을 디디고 나서부터는 그의 작곡기법에 풍부한 화성 효과가 많이 도입되었던 것이다.

종탑에서 내려다 본 산 마르코 대성당의 돔.
종탑에서 내려다 본 산 마르코 대성당의 돔.

특히 그는 산 마르코 대성당과 같은 돔의 배열을 가진 내부공간에서는 아주 묘한 음향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작곡할 때 음색의 대비, 음향의 대응 효과 등을 염두에 두었다. 그를 비롯해 제자 안드레아 가브리엘리와 그의 조카 조반니 가브리엘리는 산 마르코 대성당이 지닌 독특한 내부 공간 구조를 이용하여 ‘분리된 합창’이라는 형식을 시도했다. 즉, 좌우 양쪽 돔 아래에 멀리 떨어져 있는 두 개의 합창석과 두 대의 오르간의 선율이 함께 울려 퍼지는 오묘한 음향의 대응 효과를 시도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산 마르코 대성당을 중심으로 베네치아 고유의 양식을 발전시킨 음악가들을 베네치아 악파라고 한다. 베네치아 악파의 음악은 전 유럽에 알려졌는데 특히 조반니 가브리엘리가 산 마르코 대성당의 음악감독으로 있던 1600년대 초에는 수많은 음악가들이 베네치아로 ‘유학’하러 몰려왔다. 독일의 하인리히 쉬츠(1585~1672)도 그 중의 하나였는데 그는 바흐가 등장하기 전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음악가로 손꼽힌다. 그러고 보면 산 마르코 대성당은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건축물인 셈이다.

정태남

◆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미술·언어·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동유럽 문화도시 기행>, <이탈리아 도시기행>,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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