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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독일 전역은 ‘음악의 실험실’이었다

[대중음악 A to Z, 장르를 관통하는 26개 키워드] ⓚ Kraut Rock

2022.04.15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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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독일 전반에 걸쳐 등장한 전위적인 록음악을 가리켜 크라우트 록(Kraut Rock)이라 칭했다.

크라우트 록은 얼핏 학구적인 이미지를 가진 듯 보였지만 의외로 ‘크라우트(Kraut)’라는 단어는 독일에서 주로 요리되는 ‘양배추 절임’을 뜻한다.

처음 이 용어는 약간 농담처럼 사용됐지만 후에는 하나의 장르로 정착하면서 독일을 상징하는 음악 중 하나가 됐다.

크라우트 록 밴드 파우스트의 경우 아예 자산들의 네번째 정규 앨범에서 ‘Krautrock’이라는 제목의 곡을 수록하기도 했다.

크라우트 록에서는 대체로 추상적인 사운드와 신시사이저 중심의 길고 미니멀한 형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때문에 크라우트 록은 간혹 ‘독일 프로그레시브 록’으로 불리기도 했다.

다시 말해 70년대 영미권 록 밴드들이 그 이전 시대에 존재하던 블루스의 영향을 흡수해냈다면 크라우트 록은 기존 독일 땅에 뿌리내리고 있던 전위 음악이나 클래식, 현대음악의 맥락에서 이어져 내려온 것이었다.

영미권 프로그레시브 록에 존재하는 기교가 두드러지는 연주, 혹은 흑인 음악과의 융합 대신 크라우트 록에는 클래식과 전자음악의 도입이 두드러졌고 이를 통해 차별점을 두었다.

전자음악 씬의 파이오니아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 그리고 하드 록 밴드 ‘스콜피온스’ 모두가 활동 초기에는 크라우트 록으로 분류됐다.

지난 2007년 10월 25일 저녁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7 스콜피온스-휴머니티 월드투어> 서울공연에서 멤버들이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2007년 10월 25일 저녁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7 스콜피온스-휴머니티 월드투어> 서울공연에서 멤버들이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처럼 독일은 영국·미국의 씬과는 격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당시 히피와 약물 문화의 영향을 독자적으로 해석해냈고 결국 농후하게 발효된 결과물이 바로 크라우트 록이 됐다.

이는 마치 무채색의 기계산업 중심 사회였던 당시 독일 한복판에서 우연히 조우한 수수께끼 원주민과도 같은 인상을 줬다. 그리고 이 음악들은 후에 오히려 영미권 음악 씬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크라우트 록 특유의 미니멀한 편성은 80년대 영국의 뉴 웨이브에도 영향을 줬는데, 영국의 경우 DJ 존 필이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크라우트 록을 보급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이를 기점으로 독일의 록 음악에 전세계의 관심이 모였다.

당시 독일 전역으로부터 크라우트 록은 스멀스멀 시작됐다. 크라프트베르크와 ‘노이!(Neu!)’는 독일의 서부 뒤셀도르프를 거점으로 결성됐고, ‘캔(Can)’의 경우 독일의 클래식 작곡가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의 제자답게 서부 도시 쾰른에서 시작됐다.

‘탠저린 드림’과 ‘애쉬 라 템펠’ 등은 동부 베를린에서 ‘코스미쉐 뮤직(Kosmische Musik: Cosmic Music)’을 전개했다.

후에 밴드가 두 개로 나뉘어 버리는 ‘아몬 뒬’을 비롯 ‘포폴 부’, ‘엠브리오’는 카톨릭과 바그너의 전통이 살아 숨쉬는 뮌헨에서, 그리고 ‘파우스트’는 독일 북부 브레멘에서 각각 활동을 개시한다.

1968년 당시 독일 또한 전세계에 불어 닥쳤던 사이키델릭 무브먼트를 피할 수 없었고 서독의 각지에 사이키델릭 클럽들이 잇달아 오픈했다.

그해 9월 독일의 에센에서 열린 록 페스티벌에 미국의 프랭크 자파를 비롯 독일의 아몬 뒬, 탠저린 드림, 그리고 ‘구루 구루’ 등이 출연했고 이 이벤트를 통해 비로소 크라우트 록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처음에는 록의 연장선으로 시작했던 크라우트 록은 이후 클러스터, 그리고 크라프트베르크의 데뷔 앨범을 통해 전자음악과 노이즈를 적극 받아들이게 된다.

앞서 언급한 크라우트 록 밴드들 모두 제각기 시대를 대표하는 걸작들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영화 음악 작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작곡가 윤이상의 딸 윤정이 소속되어 있던 밴드 포폴 부는 영화 팬들에게는 베르너 헤어조크의 영화 음악들로 더 익숙한데 <아귀레, 신의 분노>, <피츠카랄도>, <노스페라투> 등의 사운드트랙은 영화와 별개로 애호됐다.

텐저린 드림은 할리우드 영화들의 스코어까지 다수 담당해내왔고 <비정의 거리>, <죽음의 키스>, <소서러> 등의 걸작 등을 완수해냈다.

캔의 경우 아예 영화음악 작업물들을 모은 <Soundtracks>를 발표하고 <인히어런트 바이스>에 ‘Vitamin C’가 수록되기도 했으며, 노이!의 ‘Super 16’ 같은 곡 또한 후에 영화 <킬 빌>에 마치 효과음처럼 삽입됐다.

독일이라는 투박하면서도 창의적인 환경 속에서 소리의 연금술사들이 치밀하게 만들어낸 크라우트 록 사운드는 당시 배출됐던 여느 음악들과는 다른 독보적인 과감함과 혼란스러움이 두드러졌다.

어떨 때는 주술 같고 어떨 때는 악몽 같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독일 특유의 각 같은 것이 확실히 살아 있었다. 이런 특성을 러시아와 비교할 수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좀 더 자유롭고 급진적이며 또한 유연했다.

불길한 구름에 표류하는 불안정성을 지닌 이 기묘한 음악들은 청취자의 상상력을 차갑게 자극하는 한편 기묘한 ‘이너트립’으로 초대한다.

알려진 대로 크라우트 록은 후에 뉴 웨이브와 테크노, 트랜스, 그리고 얼터너티브 록의 형성에 영향을 끼쳤고 여전히 구석구석에서 그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중력과 에너지를 거스르는 강인한 혁신성은 지금에 와서도 견고하며 이는 반세기 이상이 흘렀음에도 그 어떤 타협도 없이 듣는 이들의 의식을 점거한다.

한상철

◆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다수의 일간지 및 월간지, 인터넷 포털에 음악 및 영화 관련 글들을 기고하고 있다. 파스텔 뮤직에서 해외 업무를 담당했으며, 해외 라이센스 음반 해설지들을 작성해왔다. TBS eFM의 <On the Pulse> 음악 작가, 그리고 SBS 파워 FM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록밴드 ‘불싸조’에서 기타를 연주한다. samsic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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