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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예술, 그리고 시간과 음악

[클래식에 빠지다] 시간을 소재로 한 작품들

2022.04.27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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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올해의 3분의 1이 지나가고 있다. 두꺼운 외투를 입었던 계절이 엊그제 같은데 우리의 옷차림은 어느새 가벼워졌다.

꽃봉오리가 돋아나고 겨우내 얼어붙어있던 초목들이 성장을 시작하는 계절인 4월은 영어로 ‘April’이다. ‘April’의 어원은 ‘열다(to open)’라는 뜻의 라틴어 ‘Aperio’를 거쳐서 ‘Aprilis’로 유래했는데, ‘Aprilis’는 개화의 뜻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

고대 로마인들은 꽃이 피기 시작하는 4월을 대지가 만물에게 문을 열어주는 달로 표현하고 있다. 이렇듯 시간의 흐름은 벌써 만개한 꽃도 아쉬움을 보내고 있다. 

우리는 흔히 공간의 예술을 미술이라고, 시간의 예술을 음악이라고 한다. 미켈란젤로가 커다란 바위덩어리 안에서 자신의 작품을 미리 보고 있듯이 작곡가들 또한 시간이라는 커다란 바위덩어리를 소재로 자신의 상상력을 악보 위에 그린다. 

시간이란 무엇일까? 현대 물리학의 발전으로 시간의 베일은 점점 벗겨지고 있지만, 시간을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예술가들은 시간의 흐름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여러 음악적 아이디어로 표현하고 있는데, 바로크와 고전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소재로 한 여러 작품들을 알아본다.

◆ 하이든-Symphony No. 101 (‘The Clock’)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의 101번째 교향곡 부제는 독일어로 ‘Die Uhr(시계)’다. 곡의 2악장 멜로디가 흡사 정확하게 움직이는 시계추의 모습을 연상시켜 붙여졌는데, 작곡가가 명명한 것은 아니고 19세기에 이르러서 통상적으로 불려졌다.

하이든의 106개 교향곡 중에서 <교향곡 시계>는 <놀람 교향곡>과 함께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가장 성숙하고 그의 능력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무렵에 작곡되었다.

1790년대 하이든을 후원하던 에스터하지 가문의 니콜라우스 공작이 죽자 아들 안톤은 재정적 문제로 많은 음악가들을 해고했고, 하이든 역시 임금 삭감을 당한다.

다만 하이든을 구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해주면서 당시 또 다른 유럽의 문화적 용광로였던 런던의 연주여행을 허락했다.

평소 하이든과 친분이 돈독했던 독일 출신 바이올리스트 잘로몬(J.D.Salomon)은 하이든의 런던 연주를 기획하게 되는데, 이 두 번의 런던 여행을 통해 작곡된 12개의 교향곡을 <잘로몬 교향곡>이라고도 한다.

<잘로몬 교향곡>은 하이든 최고의 정수라고 봐도 무방한데 <시계 교향곡> 역시 그 중 하나이다. 교향곡 101번 ‘시계’는 비엔나에서 작곡이 시작되어 그의 두 번째 런던 여행에서 완성하게 되었고 런던에서 초연을 했다. 

작품은 총 4악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오케스트라 구성은 전체 현악파트 포함 플루트, 오보, 클라리넷, 바순, 호른과 팀파니로 편성되었다.

한편 하이든의 교향곡이 작곡되던 18세기는 회중시계가 화려하며 사치스러운 보석으로 디자인되고 있었다.

이 시기 가장 오래된 시계 브랜드 중 하나인 바쉐론 콘스탄틴과 브레게가 창업하게 됐으며, 이후 시계 기술이 영국에 전해지면서 런던은 휴대시계 제작의 중심지가 되었다.

하이든의 101번 교향곡을 듣던 런던 청중들이 시계를 연상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2009년 3월 30일 오스트리아의 아이젠슈타트에 있는 에스테르하지 궁(宮)에서 열린 <하이든 현상(The Haydn Phenomenon)> 전시회의 언론내람회 모습.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9년 3월 30일 오스트리아의 아이젠슈타트에 있는 에스테르하지 궁(宮)에서 열린 <하이든 현상(The Haydn Phenomenon)> 전시회의 언론내람회 모습.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베토벤-Pieces for a Mechanical Clock

하이든의 제자 베토벤 역시 시계를 소재로 한 작품이 있는데, 바로 기계식 시계를 위한 5개의 소품이다. 베토벤 사후에 드러난 작품으로 ‘WoO.33’으로 표기 되어있는데, ‘WoO’란 독일어로 ‘Werk ohne Opuszahl’의 약자로 ‘작품번호 없는 작품’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잘 아는 ‘엘리제를 위하여’도 ‘WoO’중 하나이다. 1799년도에 작곡되어 1800년도에 출판된 이 작품은 주로 오르간으로 연주되며 간간히 바로크 플루트와 리코더의 실내악으로도 연주된다.

이 곡은 보통 베토벤 음악에서 느껴지는 진중함보다는 전반적으로 경쾌한 느낌을 주고 있는데, 특히 2번째 곡인 알레그레토와 5번째 곡인 알레그로는 기계식 시계의 재깍재깍 움직이는 초침 소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

이 곡을 작곡하던 시기의 베토벤은 29~30살의 혈기왕성한 젊은 피아노 거장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었으며 당시에 유행하던 피아노 대회에서 승리하던 시기였다.

또한 아직 교향곡을 초연하기 전인 초창기의 베토벤을 엿볼 수 있는 시기로, 인기 있는 실내악 작품인 7중주와 6개의 현악사중주가 이때 완성되었다. 특히 모차르트와 자신의 스승 하이든의 영향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 쇼팽-Minute Waltz

<순간의 왈츠(Minute Waltz)>라고 불리는 쇼팽의 작품번호 64-1는 그의 가장 유명한 왈츠 곡 중 하나로 많은 대중적 인기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처음부터 아주 빠른 속도로 시작해서 왈츠부분을 지나 다시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끝난다고 해서 유럽에서 순간의 왈츠로 이름이 붙여졌다.

이 곡은 쇼팽의 연인인 조르드 상드와 프랑스 중부의 노앙(Nohant)에서 함께 지낼 때 작곡되었으며, 상드의 애완견이 꼬리치며 애교부리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어서 일명 ‘강아지 왈츠(Valse du Petit Chien)’라고도 한다.

순간의 왈츠는 쇼팽이 사망하기 2년전 작품으로 그의 작품번호 64의 세 곡 중 첫 번째 곡이다. 쇼팽은 평생 스물 한곡의 왈츠 명곡을 남겼는데 생전 그가 출판한 곡은 8곡에 불과했다.

쇼팽이 조국 폴란드를 떠나 비엔나 시절에 접한 왈츠는 가볍고 대중적이어서 그의 성격과 맞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왈츠를 단순한 무도회 음악이 아닌 하나의 예술형식으로 끌어 올렸으며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이 느껴지는 마주르카의 느낌도 종종 음악 속에서 나타난다.

그의 작품에는 에고이스트적인 아름다운 서정성과 쇼팽의 숨길 수 없는 애국심이 공존하는듯 하다. 이 작품은 그의 평생 친구이자 후원자인 델피나 포토카(Delfina Potocka) 백작부인에게 헌정되었다.

◆ 코다이-Hary Janos Suite - II. Viennese Musical Clock

바르톡과 함께 헝가리를 대표하는 작곡가 졸탄 코다이(J.Kodaly)의 오케스트라 모음곡 <하리 야노스 (Hary Janos)>는 오페라 <하리 야노스>에서 발췌 편곡되었다.

프로코피에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 집처럼 때때로 긴 오페라보다 모음곡집들이 인기가 더 많다. 코다이의 인기 작품 중 하나인 <하리 야노스>는 민화 속의 인물로 헝가리판 ‘돈키호테’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그의 다섯 가지 모험이야기는 나폴레옹과 보불전쟁을 시대적 모티브로 삼고 있으며 오페라에서 6곡을 발췌했고, 침발롬등 민속악기를 사용해 모음집을 완성했다.

그 중 2번째 곡은 ‘빈의 음악시계’라는 제목으로 주인공이 개선장군처럼 빈 궁정의 유명한 시계 앞에 나타나는데, 타악기 종소리의 시작으로 중간에 목관악기들은 시계추를 묘사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방수, 방진시계가 나왔던 1926년도 당시 작품인 이 곡은 전반적으로 경쾌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유럽 대도시마다 있는 큰 시계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 크로노스(Chronos)

한스 발둥의 <인생의 세시기>. (그림=아트비 artvee)
한스 발둥의 <인생의 세시기와 죽음>. (그림=아트비 artvee)

제우스의 아버지이자 ‘시간의 신’인 크로노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자신의 자식을 잡아먹는 괴물로 묘사되고 있다. 자신의 품 안에 있는 생명은 결국 크로노스의 품 안에서 죽게 된다는 유한한 시간의 흐름, 즉 ‘인간의 시간’을 상징하고 있다.


비엔나 유학시절, 종종 가던 미술사 박물관에는 카라바지오나 루벤스의 대작 이외에 독특하게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었는데, 바로 한스 발둥(Hans Baldung)의 대표작 <인생의 세시기와 죽음>이다.

크고 화려한 바로크시대의 작품들속에서 조용히 철학적인 내용을 내포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거울을 보며 젊음을 느끼고 있는 처녀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모래시계를 들고 있는 해골의 모습을 교차시키며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느끼게 한다.

뇌 과학자들에 의하면 시간은 고약하게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점 빨라지게 느껴진다고 한다. 하지만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것에 도전과 자극은 우리의 뇌를 자극하고 열정을 만들며 나이와 상관없이 젊게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슈타인(Artur Rubinstein)은 이런 말을 남겼다. “네가 삶을 사랑한다면, 삶도 너를 사랑할 것이다(Si amas la vida la vida te amara)”고.

☞ 추천음반

하이든의 교향곡 101번 ‘시계’는 요이겐 요훔(Eugen Jochum)과 런던 필의 연주를, 베토벤의 ‘Pieces for a Mechanical Clock’은 사이먼 프레스톤(Simon Preston)의 오르간 연주를 추천한다.

쇼팽의 ‘순간의 왈츠’는 개인적으로 소프로니츠키(Vladimir Sofronitsky)를 좋아한다. 디누 리파티(Dinu Lipatti)의 아름다운 연주도 꼭 들어보시길 바란다.

코다이의 <하리 야노스> 모음집은 안탈 도라티(Antal Dorati) 지휘의 연주가 명반이다. 이반 피셔(Ivan Fischer)와 부다페스트 음악제 관현악단(Budapest Festival Orchestra)의 연주 또한 훌륭하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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