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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을 탐구하는 소울의 천재(Genius)

[장르의 개척자들] 레이 찰스

2023.03.03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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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의 아버지’ 혹은 ‘천재(The Genius)’라 불려온 레이 찰스는 블루스와 가스펠, 그리고 컨트리를 혼합하면서 여러 세대에 영향을 준 음악들을 개척해냈다. 

성스러운 것(가스펠)과 세속적인 것(블루스), 흑인적인 것(R&B)과 백인적인 것(컨트리)을 자신의 뚜렷한 해석을 통해 결합시켜온 레이 찰스는 50여년에 걸쳐 1만회 이상 공연했으며 60개 이상의 앨범을 녹음했고, 수백만장의 레코드를 판매했다. 

단순히 숫자나 실적들을 차치하더라도 그는 하나의 상징 그 이상의 존재였다.

레이 찰스는 엘비스 프레슬리와 아레사 프랭클린, 스티비 원더, 밴 모리슨, 그리고 빌리 조엘 등에게 영향을 미쳤다. 

빌리 조엘은 레이 찰스를 두고 위험한 발언이지만 엘비스 프레슬리 보다 더 중요한 인물이라 언급했고, 스티비 원더의 경우 음악적인 부분 이외에도 신체적 핸디캡을 어떤 방식으로 극복해야하는 지에 대한 길을 앞서 닦아 놓은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레이 찰스를 ‘천재’라 불렀고 실제 자신의 앨범 제목에도 종종 이 단어를 사용하지만 처음 프랭크 시나트라가 “쇼 비지니스의 유일한 천재”라 레이 찰스를 칭했을 때는 천재라는 단어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1983년 3월 16일 워싱턴 컨스티튜션 홀에서 레이 찰스(가운데)가 레이건 미국 전 대통령의 영부인 낸시 레이건(왼쪽) 등과 함께 웃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AP Photo/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983년 3월 16일 워싱턴 컨스티튜션 홀에서 레이 찰스(가운데)가 레이건 미국 전 대통령의 영부인 낸시 레이건(왼쪽) 등과 함께 웃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AP Photo/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5세 때부터 시력을 잃기 시작한 레이 찰스는 7세 무렵 완전히 눈이 멀게 된다. 하지만 그의 장애는 스스로의 음악적 재능을 개발하는 데에 있어 전혀 방해가 되는 요소가 아니었다. 

인터뷰 중 시각장애가 경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대해 레이 찰스는 “그것은 저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고, 또한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했다. 

1930년 조지아에서 태어나 장애인 학교를 다녔던 레이 찰스는 그곳에서 라디오와 자동차 수리를 배웠고 피아노 레슨 또한 시작했다. 

피아노 이외에도 다양한 악기들을 배우고 스윙 밴드, 컨트리, 가스펠 사중주 등을 비롯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라디오로 듣던 레이 찰스는 마치 스펀지처럼 모든 것을 흡수해갔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15세 무렵 학교를 그만두고는 음악으로 생계를 꾸리기 위해 도시들을 떠돈다. 사이드맨 활동부터 반주자까지 모든 일을 해오면서 그간 동경해온 냇 킹 콜에 영향받은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시 인기있던 권투 슈가 레이 로빈슨과 구별하기 위해 본 명에서 ‘로빈슨’을 제외한 ‘레이 찰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음반사 아틀란틱과 계약한 후 1950년대부터 60년대까지 명곡들을 줄줄이 쏟아냈다. ‘What’d I Say’는 R&B 차트 1위를 차지했고 ‘Georgia On My Mind’와 ‘Hit The Road Jack’으로 각각 그래미를 수상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히트 곡들인 ‘Hallelujah I Love Her So’, ‘Unchain My Heart’, ‘I Got A Woman’ 등에서 확인 가능하듯 그는 가스펠과 블루스, 컨트리를 현재 우리가 소울 음악으로 알고 있는 것으로 통합한 최초의 아티스트였다. 

상냥한 가성부터 뻔뻔한 날것의 괴성까지 원초적으로 노래했던 레이 찰스의 곡들 곳곳에는 환희와 슬픔이 있었다. 

누군가가 언급했듯 50년대 중반 그가 만든 히트 곡들은 이후 몇 년 동안 로큰롤과 소울 음악에 일어날 모든 일들을 계획한 청사진이라 할 수 있었다.

이후 로큰롤의 시대가 열렸지만 그것은 10대들을 위한 판이었고 레이 찰스는 꾸준히 성인 대상의 음악들을 만들어갔다. 

오히려 재즈에 더 심취하면서 모던 재즈 쿼텟의 밀트 잭슨과 <Soul Brothers>라는 앨범을 제작하기도 했고 뉴 포트 재즈 페스티벌에 출연하면서도 재즈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이후에도 다수의 재즈 앨범들을 발표해 왔는데 ABC 산하의 명문 재즈 레이블 임펄스에서 퀸시 존스의 빅밴드 어레인지 아래 완성한 <Genius + Soul = Jazz> 또한 중요한 족적이다.

60년대에는 ABC-파라마운트와 계약하면서 실험을 멈추지 않았는데, 특히 <Modern Sounds in Country and Western Music> 같은 작품에서는 본격적으로 컨트리를 끌어안으면서 장르 간의 경계선을 허물었다. 

이 실험의 경우 성공하면서 후속편이 발매되기도 했다. 하지만 70년대에는 마약 중독에 시달리던 때도 있었고, 다행히도 병원에서 재활하면서 가까스로 인생을 전환했다.

73세 무렵 고관절 교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레이 찰스는 콘서트 투어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결국 2004년 6월 간질환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제이미 폭스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레이 찰스의 전기 영화 <레이>는 그가 사망하고 4개월 후에 개봉하면서 레이 찰스가 직접 영화를 감상하지는 못하게 됐다. 

레이 찰스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레이>에서 레이 찰스 역할을 맡은 제이미 폭스. (사진=저작권자(c) CAMERA PRESS/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레이 찰스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레이>에서 레이 찰스 역할을 맡은 제이미 폭스. (사진=저작권자(c) CAMERA PRESS/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내가 레이 찰스를 가장 처음 접했던 것은 여러 영화들에서였다. TV에서 봤던 <블루스 브라더스>에서는 ‘Shake a Tail Feather’를, 그리고 <러브 어페어>의 리메이크 작에서는 냇 킹 콜의 ‘The Christmas Song’을 공연하는 장면이 나왔다. 

심지어 패러디 영화 <스파이 하드>에서는 버스 운전기사로 출연하는데, 노년에 이르러서도 계속 그가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가 전성기 이후에도 계속 롱런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사망하기 이전 인터뷰에서 레이 찰스는 “자신이 영원히 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오래 사는가 보다는 얼마나 잘사는 가가 더 중요한 문제”라 말하기도 했다. 

뻔한 얘기를 하자면 그가 영원히 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그의 유산들은 이후 시대를 넘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R&B, 소울, 그리고 재즈에 ‘DNA’처럼 새겨져 있다. 어쩌면 이 또한 영원히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지 않을까 싶다.

☞ 추천 음반

◆ Modern Sounds in Country and Western Music (1962 / ABC-Paramount)

아틀란틱에서 ABC-파라마운트로 이적해 처음으로 발매한 앨범으로 컨트리를 빅밴드 발라드 / 소울로 리메이크하는 컨셉으로 완성됐다. 

앨범이 공개될 무렵 미국은 흑인들의 차별철폐 및 투표권 획득을 위한 흑인 민권 운동이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였고, 레이 찰스의 이런 시도는 대중 음악의 인종적 장벽을 허무는 작업과도 같았다. 

앨범에 수록된 ‘I Can’t Stop Lovin’ You’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성공했다.

◆ Ray :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2004 / Rhino)

영화의 사운드트랙이지만 전기 영화인만큼 이를 레이 찰스의 베스트 앨범이라 생각해도 무방하다. 제이미 폭스는 영화 속에서 데뷔 무렵 레이 찰스의 노래들만 직접 녹음했고 이후 시기 곡들은 립싱크 한 것이었다.

케빈 스페이시가 자신이 연기한 바비 다린의 전기 영화 <비욘드 더 씨>에서 직접 모든 곡을 녹음했던 것처럼 제이미 폭스 또한 전곡 녹음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그의 목소리가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던 모양인지 제이미 폭스는 레이 찰스의 ‘I Got A Woman’을 샘플링한 칸예 웨스트의 ‘Gold Digger’, 그리고 레이 찰스의 ‘Georgia On My Mind’를 샘플링한 루다크리스의 ‘Georgia’에 피쳐링해 레이 찰스가 부른 부분을 직접 녹음했다.

한상철

◆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다수의 일간지 및 월간지, 인터넷 포털에 음악 및 영화 관련 글들을 기고하고 있다. 파스텔 뮤직에서 해외 업무를 담당했으며, 해외 라이센스 음반 해설지들을 작성해왔다. TBS eFM의 <On the Pulse> 음악 작가, 그리고 SBS 파워 FM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록밴드 ‘불싸조’에서 기타를 연주한다. samsic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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