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내에 있는 LG와 충청북도 협력업체들의 로고를 새긴 정육각형 명패(정육각형은 최소한의 재료로 가장 넓은 면적을 만들 수 있는 경제적인 형태다). |
애플, 구글, 아마존.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다. 하지만 창업의 시작은 작은 차고(車庫)였다. 그럼에도 그들의 진가를 눈여겨본 창업 생태계의 적극적 도움을 받아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미래를 견인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각 시·도에 아이디어 대박, 기술 대박을 실현할 '꿈의 차고'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정부와 대기업이 손잡고 중소·벤처기업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기술로, 제품으로, 비즈니스로 발전시키는 창업 인큐베이터 구실을 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다. 대전을 시작으로 대구, 전북(전주), 경북(구미), 광주, 충북(청주) 지역에 자리한 6개 창조경제 현장을 찾았다.
정부가 역동적인 혁신경제 구현을 위해 추진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전국 시·도에 설치되면서 지역 경제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군 오창읍 각리에 위치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충북센터)는 2월 4일 개소해 타 지역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워 충북지역과 지원기업인 LG그룹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충북센터가 타 지역 센터에 비해 특히 두드러진 점은 바로 특허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충북센터는 ‘IP서포트존’을 통해 LG 보유 특허 2만7000여 건, 16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특허 1600여 건 등 총 2만9000건에 달하는 특허를 중소·벤처기업에 유·무상으로 제공해 중소·벤처기업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이를 사업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공개되는 특허는 충북지역의 특화산업 분야인 뷰티, 바이오, 에너지는 물론 전자, 화학, 통신 분야까지 포함된다. 특히 LG는 단일 기관이 무료 개방하는 특허 규모 가운데 최대인 3000여 건의 특허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와 함께 충북센터에서는 특허 전문가를 상주시키고, 중소·벤처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양질의 특허로 권리화하고, 로열티 수익 창출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해외기업 등으로부터의 특허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협상, 소송, 계약에 대한 자문에 응하는 등 맞춤형 특허 통합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한 중소기업이 IP서포트존에서 특허를 제공받기 위해 상담을 받고 있다. |
특허 2만9000개 중소·벤처기업에 유·무상 제공
윤준원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특허 공유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들이 제조 분야의 기술력이나 설비는 있지만, 특허 부담으로 신제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향후 미래창조과학부, 특허청 등과 협력해 충북센터를 ‘국가 IP 허브’로 확대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북센터가 출범하기 3, 4개월 전부터 충북지역의 중소·벤처기업 5곳은 이미 LG 보유 특허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신제품 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우선 지난 1월 충북 청원군에 위치한 전기차 부품 개발업체인 ㈜나라엠텍은 LG의 배터리팩 케이스 기술 특허 7건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제품 개발에 적용키로 했다.
나라엠텍은 ▶높은 열전도성의 전지팩 케이스 ▶탄력적인 연결부재를 포함하고 있는 전지팩 케이스 ▶조립 및 분해가 용이한 전지팩 케이스 및 이를 포함하는 전지팩 ▶팩 케이스상에 루프 안테나를 포함하고 있는 외장형 전지팩 ▶전지팩 케이스 ▶금속 소재의 전지팩 케이스 ▶안전성이 향상된 전지 케이스 및 이를 사용한 2차전지까지 7개의 특허를 제공받았다. 나라엠텍 측은 “제공받은 특허로 모바일 전지 및 자동차 전지 등의 케이스와 팩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특허를 통해 새로운 용도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 사례는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건강·미용 관련 바이오 기업인 ㈜엠에이치투바이오케미칼이다. 이곳은 ▶피부 주름 개선용 화장료 조성물 ▶주름 개선용 화장료 조성물 ▶혈류량 개선용 화장료 조성물 ▶미백 화장료 조성물 ▶여러 추출물을 유효 성분으로 함유하는 화장료 조성물 ▶멜라닌 생성 억제 활성을 갖는 식물 추출물을 함유하는 피부 미백용 화장품 원료 ▶피부 미백용 조성물을 비롯해 LG생활건강의 중소기업 지원 등록 특허 50건을 제공받았다.
엠에이치투바이오케미칼은 LG생활건강의 특허에서 확인된 효능 성분이나, 화장품 원료로 적용이 어려웠던 성분들에 대해 자사의 기술을 활용해 실제 활용이 가능한 원료로 전환시킴으로써 신규 원료사업 아이템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엠에이치투바이오케미칼 측은 “LG생활건강의 효능 소재 중 추출물 생산성이 낮은 원료들에 대해서도 자사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실마리를 LG생활건강의 특허를 활용해 찾을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동시에 가격 경쟁력도 갖춰 고부가가치의 원료들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의 완성도 높은 원료 개발을 위해 혁신센터 내에 위치한 ‘화장품 평가랩’에서 원료 효능 평가 등을 실시하고, LG생활건강 기술연구원에서 정밀평가도 진행한다. 또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은 LG가 조성한 충북창조경제펀드를 통해 지원받을 수도 있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 진출 성공 사례와 마케팅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필요한 컨설팅 등을 제공해 엠에이치투바이오케미칼이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 판로 개척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경섭 충북센터 팀장은 “이 같은 지원을 통해 LG생활건강은 더 좋은 기능의 화장품을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엠에이치투바이오케미칼은 고부가가치 원료 개발 등 미래사업 아이템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과가 이미 드러난 다른 사례도 적지 않다. 충북 청주시 소재 광학코팅기업인 ㈜세일하이텍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의 백라이트 유닛(BLU) 반사판 등 관련 특허 10건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반사판 신제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또 경기 파주시 소재 종합부품기업인 ㈜아이엠텍은 LG전자 무선충전, 안테나 등 관련 특허 51건을 무상 제공받아 무선 충전장치 신제품 개발 등에 활용하고 있다. 경기 안산시 소재 반도체 패키지 제조업체인 ㈜에이엘에스는 LG이노텍의 리드프레임(반도체 칩을 올려 부착하는 금속 기판) 제조기술 등 특허 46건을 무상 제공받아 리드프레임 신기술 및 제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이경섭 충북센터 팀장은 “최근에도 계속 중소기업들이 IP (Intellectual Property : 특허 등 지식재산) 서포트 존을 방문하고 있고, 이미 신제품 개발에 들어갈 기업들이 5군데 정도 더 연결되어 있다”며 “곧 성과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LG는 중소·벤처 기업에 사업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를 제공해 상품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
뷰티와 바이오, 제로에너지 분야 스타 중소기업 육성
충북은 창조경제의 전략 육성사업 분야 중에 뷰티, 바이오, 에너지 부문에 특화된 산업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에 윤준원 센터장은 “우리 센터는 충북지역의 특화된 산업 분야에서 LG의 기술과 노하우를 결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타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창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충북지역은 화장품의 원재료로 이용되는 약용·천연식물 등이 집중 재배되고 있으며, LG생활건강을 비롯한 100여 개 이상의 화장품 업체가 밀집해 있다. 또한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 오성 생명과학단지 등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산업 분야와 태양광, 2차전지, 수(水)처리 등에 걸친 1400여 개의 친환경 기술 및 설비 기업들의 에너지 산업도 모여 있다.
충북센터는 이 같은 산업적, 지리적 특성을 적극 활용해 LG 계열사의 기술 및 사업 노하우를 결합한 ‘시너지’로 충북을 ‘뷰티와 바이오, 제로에너지’의 메카로 조성해나갈 계획이다. 먼저, 센터는 충북지역의 풍부한 약용작물 자원과 중소기업의 원료 개발에 초점을 맞춰 ‘한방 화장품 원료 개발’을 강화하고, 이를 다양한 제품에 연결해 중화권 시장에서 ‘K-뷰티 한류’를 이끌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LG생활건강은 한방 화장품 히트상품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제품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하고, 기능성 화장품 원료 및 효능 성분 관련 보유 특허 50여 건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또한 충북센터 내에 있는 ‘화장품 평가랩’을 통해 글로벌 기준에서의 개발 원료 효능을 평가하고, LG생활건강 연구원이 화장품 원료로서의 유효성 및 안정성 검증을 지원한다. 이 밖에 중소·벤처기업의 제품 기획과 마케팅을 돕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마련해 최신 화장품의 트렌드 정보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충북센터 내에 있는 ‘경영 닥터실’에서는 화장품 원료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해외 진출 컨설팅도 제공할 계획이다.
실제로 LG의 지원을 바탕으로 조만간 뷰티 부문에서도 성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충북에 위치한 A중소기업에서 화장품 원료를 캡슐처럼 만드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 이 캡슐은 화장품을 스푼으로 떠서 피부에 바르는 방법이기 때문에 독특하고 재미있는 화장품 콘셉트로 평가받고 있다. 안종엽 LG생활건강 품질경영부문장은 “LG는 현재 이 기술을 상품화해 판매를 대폭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개발 중에 있다”며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과 LG의 판매망을 통해 해외까지 진출할 수 있게 된다면, 이번 사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진정한 상생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충북센터와 LG는 충북지역의 바이오산업 활성화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LG와 중소기업청은 각각 50억 원을 출연해 K-바이오의 성과 창출을 위한 100억 원 규모의 ‘바이오 전용 펀드’를 운영한다. 바이오 전용 펀드는 개발에서부터 임상실험, 허가와 생산까지 오랜 기간 많은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하는 바이오산업 특성상 자금 유입이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중소·벤처기업을 중점 지원한다. 이 펀드는 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의료기기 연구개발 지원에도 활용된다.
LG 직원들의 아이디어 마켓 중소·벤처기업에 적극 개방
중소기업 씨원라이프테크가 LG로부터 아이디어를 제공받아 상픔으로 개발한 ‘골무형 거리측정기’. |
충북센터는 주요 제로에너지 제품의 국산화율을 높여 세계 시장에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친환경 제품 생산을 위한 신규 투자, 제로에너지 하우스 실증단지 지원 등으로 충북이 제로에너지산업의 중심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제로에너지 하우스’란, 고단열재와 창호 등의 단열 성능을 극대화하고, 태양광과 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함으로써 에너지의 비용 부담을 절약해주는 주택을 말한다.
2020년까지 충북 진천군에 구축되는 ‘제로에너지 하우스 실증단지’에는 태양광, 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와 고효율 단열재 등을 활용해 전기 사용량을 최소화한 아파트, 주택 등 100여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LG는 여기에 태양광 모듈, 에너지 저장장치(ESS), 발광 다이오드(LED) 조명, 고효율 창호 및 단열재, 에너지 관리와 운영 시스템 등 에너지 솔루션 기술을 제공해 최고의 제로에너지 실증단지가 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LG는 향후 3년간 제로에너지 및 뷰티, 바이오 분야에 총 1조6000억 원을 충북지역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충북센터는 중소·벤처기업이나 창업 희망자들에게 사업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위해 ‘아이디어 마켓’도 개설했다. 아이디어 마켓은 LG 직원들이 그룹 사내 포털에 제안한 상품 아이디어 중 정제된 아이디어만을 추려 충북센터에 공개한 것이다. 이미 LG 측에서 사업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를 개방했기 때문에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더 실현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제품 테스트와 사업화까지 LG에서 지원한다.
LG에서 선별한 아이디어는 40여 개다. 이를 충북지역 중소·벤처기업들과 함께 사업성을 논의했고, 이 과정에서 4개의 업체가 LG의 아이디어로 제품 개발과 사업화에 나섰다. 첫 번째 사례로 ‘씨원라이프테크’는 ‘골무형 거리측정기’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했다. 골무형 거리측정기는 손가락에 두 개의 골무를 끼워 골무 간 거리를 측정해 골무에 부착된 LED 디스플레이에 거리가 표시되는 것이다.
두 번째 사례로 ‘GTC’가 ‘자동차 2차 사고 예방 LED’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는 차량 후면 유리를 LED로 구현해 사고 발생 시 사고 여부를 후방 차량에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위치 추적 스티커’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세 번째로 ‘화우로’는 ‘스마트폰 차량 배터리 방전 방지 알림’ 파일럿 프로젝트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차량 배터리 잔량이 일정치 이하로 내려갈 때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발송하는 기능이다. 네 번째로 ‘포커스온’은 ‘위생적 캔 음료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는 캔을 따는 부분에 이물질이 묻지 않도록 필름막을 부착하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 및 창업 지원 총 1500억 원 펀드 조성
충북센터는 LG, 충북도, 금융위원회, 중소기업청 등과 공동으로 ‘바이오 전용 펀드 100억 원’, 미래성장 펀드 300억 원, 창조금융 펀드 150억 원, 동반성장 펀드 450억 원, 혁신기업 펀드 500억 원 등 총 15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중소·벤처기업과 창업을 지원한다.
또한 충북센터에는 여성 인력의 경제활동 참여를 지원하는 ‘액티브 우먼 비즈니스센터’도 운영된다. 이를 통해 경력단절여성들의 취업을 돕고, 여성들이 생활 속에서 발견한 아이디어로 창업까지 나설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밖에 중소·벤처기업, 대학 등을 대상으로 매년 ‘아이디어 페스티벌’을 열어 ‘뷰티, 바이오, 에너지’ 분야의 아이디어를 공모해 사업화를 지원하고, 관련 앱 개발자를 지원하는 ‘스마트 월드 캠퍼스’도 운영한다.
“골무형 거리측정기 개발, 빠른 시간 내 회사 안정화”
LG 직원들이 그룹 사내 포털에 제안한 상품 아이디어를 받아 상품화한 씨원라이프테크 최병일 대표를 만났다. 최 대표가 만든 상품은 LED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골무형 거리측정기’.
창조경제혁신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충북 지식산업진흥원에서 사업 정책 정보 제공, 경영 컨설팅 및 판로 확보 지원사업 등에 대해 도움을 받고, 빠른 시간 내에 회사가 안정화될 수 있었다. 그러던 중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을 열면서 사업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회사에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지원하게 됐다.”
‘골무형 거리측정기’ 아이디어를 상업화한 이유는.
“거리 측정을 위해 줄자는 꼭 필요한 도구다. 다만 측정 시 수직 및 수평 등이 잘 맞아야 정확한 거리 측정이 가능한데, 줄자는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먼 거리의 경우에는 한 사람이 줄자를 이용해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누구나 쉽고 편하게 그리고 정확한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면 시장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선택했다.”
제품 상업화 과정에서 씨원라이프테크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골무형 거리측정기에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연동기술을 접목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있는 좋은 제품이 탄생할 것으로 판단했다. 거리측정기로 측정된 데이터는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저장된다. 저장된 데이터는 다른 사람에게 보낼 수도 있고, 기본 실측 데이터를 통해 추가 거리 측정 없이 부가적인 데이터까지도 얻을 수 있다.”
특허를 공유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기업이 보유한 질 좋은 특허 기술을 중소기업이 공유함으로써 중소기업들은 특허 기술을 통해 제품 개발기간이 단축됨은 물론, 특허권 분쟁 소송이 적어 좀 더 안정된 상황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경제 발전 측면에서 선순환이 될 것으로 본다.”
씨원라이프테크는 이번 프로그램 참여로 어떤 혜택을 입었나.
“골무형 거리측정기 아이디어뿐 아니라 제품 개발 과정에 필요한 특허와 기술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나은 환경에서 제품 개발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중소·벤처기업들은 센터 개소로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가.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개발한다고 해도 기존 특허를 침해한다면 지속적으로 그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충북경제혁신센터의 역할이 크다. 센터를 통해 LG가 보유한 약 3만여 건의 특허를 중소기업에 제공하고, 특허 전문가가 센터에 상주하고 있어 특허 분쟁이 발생할 경우 지속적으로 컨설팅이 가능하다. 이에 중소기업은 좀 더 안정된 상황에서 제품 개발을 할 수 있다. 앞으로 LG가 보유한 특허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발굴, 스타 기업으로 키울 겁니다”
취임 한 달. 윤준원(54)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충북지역에서 센터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장고를 드디어 끝냈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중소·벤처기업들에 비해 개발과 운영, 판매망 등의 밸류체인이 잘 갖춰져 있고 경쟁력도 있잖아요. 반면 중소·벤처기업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들이 서로의 장점을 살려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대기업의 영업 시스템이 중소·벤처기업들에 비해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노하우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좀 더 쉽게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는 게 센터의 일이라는 것.
이 과정에서 대기업은 중소·벤처기업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적용된 기술을 얻을 수 있고, 좋은 제품이 개발돼 판매수익이 높아질 수도 있게 된다. 윤 센터장은 ‘이 같은 구조가 바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이룰 수 있는 진정한 상생 모델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사실 그동안에도 대기업들은 몇몇 선별된 중소기업들과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하지만 이번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LG와 중소·벤처기업들은 협력 범위가 훨씬 넓어지게 됐다.
윤 센터장은 특허 공개에 대해서도 “과연 어떤 식으로 실용화가 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졌던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센터 내에 입주해 있던 중소·벤처기업들과 미팅을 가진 이후, 실제로 중소기업들에 꽤 유용하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이 특허와 아이디어를 활용해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을 통해 더 큰 비전도 갖게 됐다. 또한 개발 과정이 진행되면서 중소기업들이 특허 5, 6개를 가져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후속적으로 추가적인 협력을 도모하게 되더라는 것.
“중소기업들이 특허를 가져가서 제품을 개발하는 데 이용해보고, 추가적인 협력 부분을 요청하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살펴보니 실제로 기업들 중에서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곳도 있었고요. 그냥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을 돕자는 게 아닙니다.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데, 자원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해 ‘스타 중소기업’을 만드는 게 센터의 목적입니다. 우리 센터는 그 역할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윤 센터장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역할이 단순한 일자리 창출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중소기업 지원을 통해 세계적인 아이디어가 1, 2개라도 나온다면 그게 바로 미래 대한민국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길이 아니겠냐는 것.
윤 센터장은 LG그룹 내 ‘위기관리팀’에서 7년 동안 근무한 경험이 있다. 적자가 나는 기업을 다시 기사회생시키기 위해 그 문제점을 철저히 파악하고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저는 적자 기업들을 회생시키는 일을 오래 했습니다. 중소기업들을 보면서 그들을 어떻게 지원해줘야 할지 잘 살펴보고, 완성도 높은 사례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지역의 작은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제가 배운 걸 잘 활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