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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기 떨림까지 전달…자연의 소리는 좋은 것이여

자연 음향 국악 공연장 잇따라 개장

2016.12.16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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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선 요즘 정악과 민속악 시연회가 한창이다. 내년 2월 정식 재개관을 앞두고 ‘자연 음향 공연장’이라는 타이틀에 맞는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다. 1988년 개관 이래 29년간 우면당은 정악과 민속악을 비롯해 무용, 연희, 창작 관현악 등 다양한 장르의 국악 공연을 해왔다. 자연 음향 공연장이란 전자 음향을 더하지 않고 소리 본연의 울림만으로 공연하는 공연장이다. 꾸밈없는 소리 본연의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어떤 특징이 있을까. 우선 객석이 기존 348석에서 231석으로 줄어 무대와의 거리가 더 가까워졌다. 공연장은 밀폐형 구조로 설계됐다. 무대를 육면체로 봤을 때 다섯 면은 막혀 있고 객석을 향한 한쪽 면만 개방돼 있다. 이유가 있다. 면과 면이 만나 증폭된 소리가 연주자와 관객에게 더욱 잘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무대 곳곳엔 소리를 증폭하기 위한 기능들이 숨어 있다. 무대 뒤쪽과 옆쪽 벽에 핀리플렉터(Pinreflector)를 달아 무대에 오른 연주자들이 서로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있게끔 했고, 무대 앞쪽 바닥엔 공명통 10개를 깔아 음량이 작은 현악기군의 소리가 공연장 전체에 더 크게 울려 퍼지도록 했다. 천장에는 넓은 반사판 12개를 네 줄로 설치해 소리가 객석으로 향하게끔 했다. 이렇게 하면 관객은 좀더 풍성하고 명징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동안 우면당에선 악기를 대규모로 편성하는 정악과 국악 관현악을 연주할 때도 악기에 마이크를 달아 소리를 크게 해공연했다. 그러나 이제는 확성기를 대지 않고도 연주할 수 있게 됐다.

국립국악원 최문경 주무관은 “우면당 무대 구조와 숨은 기능은 연주자가 자신이 연주한 소리를 잘 듣고 다른 악기와 조화를 이뤄 연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소리는 관객에게 오롯이 전달돼 모두가 만족하는 공연이 될 수있다”고 했다.

국내 최초 자연 음향 공연장인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대청마루와 서까래 지붕, 창호지를 덧댄 흡음판 등을 활용해 음향을 보완했다. (사진=국립국악원)
국내 최초 자연 음향 공연장인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대청마루와 서까래 지붕, 창호지를 덧댄 흡음판 등을 활용해 음향을 보완했다. (사진=국립국악원)

전자 음향 더하지 않은 밀폐형 공연장 우면당 내년 재개관
바닥에 공명통 달고 천장에 반사판 설치… 소리 풍성하고 명징

요즘 공연계에선 악기 그대로의 소리를 들려주는 자연 음향 공연장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올해 9월문을 연 서울 창덕궁 앞 서울돈화문국악당에는 전자 음향 기반의 확성 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다. 그런데도맨 뒤의 객석까지 음량이 적은 국악기의 소리까지 쩡쩡하게 전달된다. 서울돈화문국악당 김지예 담당자는 “관객들은 연주자 바로 앞에서 마이크와 스피커 없는 국악 본연의 참맛을 감상할 수 있다”고설명했다.

비밀은 공연장 구조에 있다. 소리를 억제하는 흡음재 대신 반사재 위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소리가 자연적으로 객석에 풍성하게 전달된다. 무대 위 연주자와관객 간의 거리도 가깝다. 무대를 기준으로 140석좌석이 부채꼴 모양으로 배치돼 어느 좌석에서든 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우면당보다 규모가 작지만 국립국악원에는 또 하나의 자연 음향 공연장이 있다. 국내 최초 자연 음향 공연장인 풍류사랑방이다. 130석 규모의 소극장인 이곳에서 2013년부터 자연 음향 실험이 이뤄졌다. 대청마루와 서까래 지붕, 창호지를 덧댄 흡음판 등을 활용해 음향을 보완하고 음향기기 없이 공연을 올린 것이다.

그간 국악계와 관객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풍류사랑방에서 2년 연속 ‘작은 창극’을 공연한 안숙선 명창은 “자연 음향 공연장은 전기 음향 설비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악기 고유의 소리와 공간의 울림만으로 연주자와 관객들에게 공연을 선사한다”며 “자연적인 소리를 그대로 들었을 때 가장 감동적인 국악과 궁합이 아주 잘맞다”고 평가했다.

국립국악원 김보람 담당자는 “지난해 3월 처음 풍류사랑방에서 여러 기획공연을 선보였는데, 첫 주의 요일별 공연 좌석이 매진됐다. 이제껏 국악이 따분하다고 여겼던 젊은 관객들이 ‘국악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내놨다”고 밝혔다. 국립국악원이 관객 대상으로설문조사를 한 결과 공연 만족도가 90%를 넘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서양 클래식과 달리 자연 음향으로연주하는 국악 공연이 드물었다. 국악기는 서양 악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음량과 울림이 작기 때문이다. 근대 이후 국악은 서구식 공연장 무대에 올랐고, 국악의 음량 문제가 대두됐다. 악기 소리를 객석에 충분히 전달하기 위해 마이크와 스피커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 음향 공연장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국립국악원의 가장 큰 공연장인 우면당. 무대 뒤쪽과 앞쪽 벽에 핀리플렉터를 달아 연주자가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천장엔 넓은 반사판 12개를 네 줄로 설치해 소리가 객석으로 향하게끔 했다. (사진=국립국악원)
자연 음향 공연장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국립국악원의 가장 큰 공연장인 우면당. 무대 뒤쪽과 앞쪽 벽에 핀리플렉터를 달아 연주자가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천장엔 넓은 반사판 12개를 네 줄로 설치해 소리가 객석으로 향하게끔 했다. (사진=국립국악원)

소리를 억제하는 흡음재 대신 반사재 위주로 설계한 서울돈화문국악당. 소리가 맨 뒤의 객석까지 풍성하게 전달된다. (사진=서울돈화문국악당)
소리를 억제하는 흡음재 대신 반사재 위주로 설계한 서울돈화문국악당. 소리가 맨 뒤의 객석까지 풍성하게 전달된다. (사진=서울돈화문국악당)

“제대로 듣지 못했던 국악기 본래 소리 듣겠다”
자연 음향 공연장 특성 반영한 공연물 개발해야

그렇다면 이제 와서 자연 음향 공연장이 국악계의 화두로 떠오른 이유는 뭘까. 악기 본연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연 음향을 지향하는 퓨전국악팀 어쿠스틱 허진 대표는 “마이크를 쓰지 않아야 섬세한 소리까지 강약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그동안 듣지 못했던 소리를 들어보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소리가 작은 국악은 반드시 소리를 기계적으로 증폭시켜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립국악원 권순장 음향감독은 “국악기는 시김새와 떨림, 음이 사라지기까지의 변화가 중요한데 마이크와 스피커에 의존하다 보니 악기 본연의 소리가 왜곡됐다”며 “그 동안 국악 악기 간의 음압 차이를 음향 기술로 조정해온 데 대한 문제의식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동안 우면당에서는 대규모로 악기 편성을 하는 정악과 국악 관현악 연주조차도 악기 소리를 객석에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는 이유로 마이크와 스피커를 달아 공연했다.

대세로 떠오른 자연 음향 공연장은 국악계에 새로운 숙제를 던져준다. 공연장의 특성을 반영한 공연물과 기획을 새롭게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무대 공간만 바꿔서는 악기별 음량 편차를 마이크로 해결해왔던 과거 관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내년 초 재개관을 앞둔 우면당이 지난 여름부터 공간에 맞는 악기 배치와 연주 인원을 모색하는 시연회와 토론회를 수차례 개최한 이유다.

권순장 음향감독은 “마이크와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는 자연 음향 공연장에서 기존에 해왔던 대로 공연을 하면 자칫 관객에게 실망스러운 무대를 선사할 수 있다”며 “자연 음향 공연장의 성패는 연주자와 기획자가 얼마나 공연장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그에 맞는 공연물을 새롭게 만들어 선보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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