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1만 마리 이상의 비둘기가
밀집한 인천항과 여객터미널은 비둘기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요. 비둘기 분비물, 털날림이 심하거든요.
인천의 상징이
비둘기인데 이제는 퇴치기를 설치하고 집비둘기를 쫓아야 하는 게 아이러니죠.”
인천항을
자주 찾는다는 한 인천시민은 여객터미널에서 비둘기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항에는
중국산 수입 농수산물이 들여오는데 곡창 주위에는 집비둘기들이 새까맣게 모여 든다.
닭둘기는 어디서든 쉽게 발견되고 있다 |
인천항만공사 안극환 팀장은 “인천항 한 곳에만 해도 10여만 마리의 비둘기들이 서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비둘기들이 여객터미널이며 화물탁송장을 점령해 수입산 농수산물과 곡식들을 먹어치울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에 배설물을 배설하기 때문에 인천항을 이용하는 여객들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며 “인천항만공사에서는 퇴치제를 인천항 곳곳에 설치했다”고 말했다.
퇴치제인 조류 기피제는 새가 싫어하는 냄새를 풍겨 새들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그는 “퇴치제가 가진 특유의 맛과 냄새는 집비둘기의 후각, 촉각, 미각을 자극해서 쫓을 수 있다”며 “비둘기가 잘 앉는 장소에 뒀더니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공사에선 국제여객터미널과 연안여객터미널의 나머지 시설에도 퇴치제를 설치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환경부가 ‘닭둘기’ 대책 마련한 이유는?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비둘기를 유해야생동물로 분류하고 개체수 줄이기에 나섰다. 유해야생동물이란 사람의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주는 동물을 말한다.
어쩌다 비둘기가 유해동물이 된 것일까. 환경부 조용재 주무관은 “번식력이 강한 집비둘기는 시민들이 주는 모이 등을 먹고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했다”며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공공재를 훼손할 우려가 있어 집비둘기 개체수 감소 대책을 수립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조용재 주무관은 또 집비둘기가 먹이를 찾기 위해 농가에서 농작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문화재를 훼손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비둘기 둥지가 많은 서울 중구에 있는 화폐금융박물관에선 집비둘기의 배설물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강한 산성이라 건물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환경부에 의하면 집비둘기의 분비물에서 나오는 ‘크립토코커스’라는 곰팡이균은 뇌수막염이나 폐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고위험균이다. 뿐만 아니라 깃털로 인해 아토피 피부염이 옮을 위험이 있다고 한다.
이에 환경부에선 올해 한 해 동안 집비둘기의 유해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공원 등 비둘기가 많은 곳에서 모이를 주지 못하도록 알릴 계획이다. 다만 국민 정서상 집비둘기를 포획하거나 잡아 죽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불쌍해도 모이 주면 안되겠군요”
휴일을 맞아 공원을 찾는 시민들의 말을 들어 보았다. 연년생 남매의 아버지라는 인천시민 김현수씨(36)는 “공원에 나들이 갈 때 아이들에게 동물을 아끼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 비둘기들에게 모이를 주게 하곤 했는데, 환경부에서도 집비둘기 관리 대책을 강화한다고 하니 아이들에게도 각별히 조심을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모이를 주지 않는 대신, 야생으로 돌려보내거나 모이에 불임약을 섞어주는 방법이 더 좋겠다고 제안했다.
집비둘기들이 모이를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고 있다 |
서울역사 주변에서 집비둘기를
많이 보곤 한다는 한 50대 여성은 “도심에서 비둘기가 늘고 있는 것은 도시민들이
던져주는 빵부스러기 등 먹이가 많기 때문”이라며 “집비둘기에게 모이를 던져주는
것은 집비둘기의 야생 본능을 해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한
여고생(19)은 “집비둘기들이 세균이 많은 건 알고 있지만 먹이를 찾아서
이리저리 헤매는 걸 보면 먹다 남은 과자 부스러기라도 주게 된다”며 “하지만 정부에서도 집비둘기 모이를 주지 않도록
한다니, 앞으로는 불쌍해도
먹을 것을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매를 활용하기도
해외에서도
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는 비둘기 모이를 파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이나
모두 벌금 50파운드를 내야 한다. 캐나다에선
비둘기의 천적인 매를 사육해 집비둘기 관리대책에
나섰지만 생태계를 교란하고 사람과 애완동물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한다.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가 크게 늘며 유해야생동물로 전락했다. 하지만
개체수가 줄어든다면 다시 ‘평화의 상징’으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정부쪽에선 캠페인을 널리 알리도록 노력하고, 시민들은 캠페인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유해야생동물을
아시나요?
유해야생동물 중에는 집비둘기 등 친숙한
동물이 많다. 특히 까치, 참새 등도 유해야생동물 중 하나다. 유해동·식물
보호법에 따르면 야생동물은 다음과 같다.
1. 장기간에 걸쳐 무리를 지어 농작물 또는 과수에 피해를 주는 참새, 까치, 어치, 직박구리, 까마귀, 갈까마귀,
떼까마귀
2. 국부적으로 서식밀도가 과밀해 농·림·수산업에 피해를 주는 꿩, 멧비둘기, 고라니, 멧돼지, 청설모, 두더지,
쥐류 및 오리류(오리류 중 원앙이, 원앙사촌, 혹부리오리, 황오리, 알락쇠오리, 호사비오리, 뿔쇠오리, 붉은가슴흰죽지는 제외)
3.
비행장 주변에 출현해 항공기 또는 특수건조물에 피해를 주거나, 군 작전에 지장을 주는 조수류
4.
인가 주변에 출현해 인명·가축에 위해를 주거나 위해발생의 우려가 있는 맹수류
5.
분묘를 훼손하는 멧돼지
6. 전주 등 전력시설에 피해를 주는 까치
정책기자 정기영(행정인턴) sksmssk0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