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질환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는 소식을 가장 반긴 사람은 할머니였다. 4개월마다 안과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그 때마다 걱정이 한 가득이셨다. 그럴 때마다 돈 걱정 말고 치료 잘 받으셔서 나을 생각이나 하시라고 볼멘소리가 나오지만 적잖은 검사 비용에 조금은 부담이 되긴 했다.
한 쪽 눈에 백내장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사 소견에 따라 안과 검사를 진행했는데 검사 비용만 20만 원 넘게 나왔다. 연세도 있으셔서 앞으로도 계속 추적 검사를 해야하는 상황이라 따로 실손보험을 들지 못한 게 후회가 됐다.
9월부터 눈 초음파 검사 비용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출처=건강보험공단) |
마침 올해 9월부터 안과 질환이 의심되거나 백내장, 녹내장 수술 전에 실시하던 눈 초음파 등 검사 비용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눈 초음파 검사 등은 망막 질환이나 백내장, 녹내장 등을 진단하고 수술하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검사다.
보험 적용 전과 후, 비용 차이가 절반 이상 난다.(출처=건강보험공단) |
이전엔 4대 중증질환 환자 등에게만 보험이 적용돼 그 외 환자들은 검사 비용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더구나 병원마다 가격도 달라 환자의 부담이 컸었다. 하지만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대폭 확대돼 눈 초음파 검사에 건강보험이 1회 적용됐다. 고위험군 질환자의 경우엔 추가 검사 1회가 더 인정되고 그 외 경과 관찰이 필요한 경우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본인부담률 80%) 또한 백내장 수술에 시행하는 계측검사도 건강보험이 1회 적용되고 진료 상 반드시 필요한 경우엔 1회 추가로 인정된다.
건강보험공단은 눈 초음파와 같은 안과 질환 검사의 건강보험 적용으로 연간 100만 명에서 150만 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150만 명 중에 우리 할머니도 포함된 것이다.
검사 비용이 많이 드는 백내장, 녹내장 검사도 보험이 적용된다. |
할머니뿐만이 아니다. 나도 건강보험의 수혜자다. 몇 달 전부터 아랫배 쪽에 통증이 있었다.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일 핑계, 코로나19 핑계, 비싼 초음파 검사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검사를 미뤘다. 그러다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병원에 방문해 검사를 받았다.
검진 결과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고 해서 처방전을 받고 진료비를 계산했는데 비쌀 거라 예상했던 초음파 비용이 생각보다 적게 나와 놀랐다. 올해 2월부터 의사의 판단 하에 여성 생식기(자궁·난소·난관 등)에 질환이 있거나 질환을 의심하는 증상이 발생해 초음파 검사가 필요한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이었다.
보통 여성 생식기 초음파 검사 비용은 14만 원 정도인데 이번 건강보험 적용 확대로 환자 의료비 부담이 최초 진단 시엔 약 2만 원에서 5만 원으로 경감됐다. 나도 이번에 부담한 초음파 비용이 4만1355원이었다.
여성 생식기 초음파 검사는 보통 12만 원에서 14만 원 정도로 비싼데 보험 적용 이후 4만 원 정도만 부담하면 됐다. |
앞서 말한 안과 질환 검사나 여성 생식기 초음파 검사 외에 류마티스 관절염 검사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내년엔 척추 자기공명영상장치(MRI)와 심장 초음파, 신경계 질환 등 비급여 항목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거기다 정신질환 분야에 대한 급여 기준이 확대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비급여 진료를 해야할 때 의료진이 환자에게 이를 충분히 설명하도록 하는 고지 제도를 개선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잘 사는 것에 ‘건강하게’라는 말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요소다. 그러기 위해선 예방과 조기 진단, 그리고 적절한 치료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은 이 세 가지 모두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이다. ‘건강하게’ 사는 것이 목표인 나와 내 가족에게 건강보험은 든든한 후원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