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밟자마자 나가니 좋더라. 충전소만 좀 더 많으면 좋겠어.”
2019년 무렵 보조금을 받아 전기차를 샀다며, 선배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그 뒤로도 언니와 통화하면 전기차 이야기는 빠지지 않았다. 이참에 전기차 딜러로 전직했나 싶을 만큼. 전화를 끊을 때면, 나 역시 전기차를 온종일 몰다 온 듯했다.
지난해 우리 아파트 주차장에 생긴 전기차 충전소. |
“보조금 할인받지, 연료비, 유지비도 적어 불편하진 않은데…”
매번 자발적 브리핑을 해 줄 때마다, 언니의 결론은 충전소 좀 늘려 달라는 거였다.(언니, 내가 늘릴 수만 있다면 온 주유소를 몽땅 바꿔 주겠어)
늘 차 이야기에 내 반응은 느렸는데, 이젠 바로 맞장구를 쳐줄 수 있지 않을까. 정부는 지난 2월 25일 혁신성장 BIG3 추진회의에서 ‘친환경차 획기적 보급을 위한 핵심규제 혁파 방안’을 발표했다.
그 내용에는 ①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면적·비율·개방 확대 ② 의무설치 대상 충전기 종류 확대 ③ 급속충전시설 호환성·안전기준 정비 ④ 친환경차 전용주차구역 5% 이상 확보 ⑤ 전기차 전용주차구역 단속 강화 ⑥ 완속충전구역 장시간 점유에 따른 주차불편 해소 등 친환경차 3대 사용 환경(충전, 이용, 주차) 중심으로 10대 핵심과제가 들어있다.
아파트 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기. |
언니 말을 들어서였을까. 우선 충전시설과 주차구역을 늘리는 점이 눈에 확 띈다. 노외주차장 및 공공건물(의무화) 친환경차 전용주차구획을 총 주차 대수의 5%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한다.
충전기 종류도 다양해진다. 급속·완속 외에 콘센트형 충전기가 보급되니, 설치 부담은 줄고, 보급 속도는 빨라지게 된다. 충전소가 많아지는데 한몫 하겠지.
전기차 전문 정비 업소의 등록 기준은 완화된다. 기존과 달리 전기차에 필요한 설비만 갖추면, 전기차 전문 등록이 가능해진다는 소리다. 또 전처럼 마냥 충전하면서 주차할 수 없게 됐다. 충전 시작 후 최대 12시간까지 주차를 허용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제 주인 없이 버티고 있던 얄미운 검은 차량에 대한 언니의 불만도 해소될 듯싶다.
아파트에 설치된 주차장에서 전기차가 충전을 하고 있다. |
전기차를 몰지 않는 나 역시 슬슬 주변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우리 집 지하 주차장에는 지난 연말, 급속 충전기를 포함한 전기충전시설이 들어왔다. 언니 말이 떠올라 살펴보니, 각각 다른 충전기가 구비돼 있었다.
점점 도로 위에 친환경 버스가 많이 보이고 있다. |
요즘 도로에선 친환경 전기차와 전기버스를 자주 접한다. 전국에 이미 전기를 사용한 버스는 물론, 택시, 마을버스까지 다니고, 서울시 양천구에는 가로등을 활용한 전기차 충전 시스템이 구축됐단다.
물론 앞으로 충전소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정부와 민간에서는 올해부터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속도로 휴게소 및 주유소, 마트, 병원 등에 급속 2800여기, 초급속 123기 이상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주거지, 직장 등 생활권에는 맞춤형 완속 충전기 3만기를 확충할 예정이다.
아파트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추진 중이다. 이 기회에 다시 짚고 가볼까. ‘탄소중립’은 우리가 배출하는 탄소량과 흡수, 제거하는 탄소량을 같게 해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즉 2050년에는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은 상태가 되도록 한다. 지구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C 이하로 낮추는 법이 ‘탄소중립’이다. 그 주요 방법에는 친환경 수소, 전기를 잘 활용하는 데 있다.
“언니 이래저래 앞으로 전기차 몰기 더 좋아진대.” 오랜만에 언니에게 소식을 알려주자, “우리 단지 내에도 생겼어. 요즘 점점 실감 중”이라는 말을 들었다.
은평구 ‘우리동네 미세먼지 알리미’에 나타난 오존 지수. |
전기차가 언니를 위해 나온 건 아니다. 그런데도 장거리는 필요 없고, 소음과 진동은 원치 않는 언니에겐 마치 운명을 만난 것 같다. 또 이 모든 걸 다 차치하더라도 언니나 나, 우리 모두에게는 중요한 환경 문제가 걸려 있다. 아예 이참에 도로가 친환경 차로 가득하면 좋겠다. 버스 창문을 열면 매연으로 가득했다는 이야기는 ‘라떼(예전에)는 말이야’로만 남아주길 바란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