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10년 전 오늘인 2011년 3월 11일. 일본 미야기현 오시카반도 동남쪽 130km 해저 약 24km 지점에서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인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가장 최근에 있었던 한신 대지진(1995, 리히터 규모 7.3)보다 180배 강력한 지진으로, 동일본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습니다.
사망자와 실종자는 2만여 명으로 집계됐고, 집을 떠난 피난민은 33만 명에 달했습니다. 1900년 이후 세계에서 4번째 규모의 지진. 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는 일본의 후쿠시마를 덮쳤습니다.
후쿠시마에는 원자력 발전소가 있었습니다. 지진을 감지했던 원자로는 안전을 위해 자동으로 멈췄지만, 쓰나미가 덮쳐 발전소가 침수됐습니다. 냉각수를 공급받지 못한 원자로 내부는 섭씨 1200도까지 상승했습니다. 물과 함께 산화 반응을 일으킨 수소로 인해 원자로 1, 2, 3호기가 폭발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참사 10주기인 11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후쿠시마핵사고 10주년준비위원회 관계자들이 ‘후쿠시마 핵사고 10주년, 기억의 탈핵의자 기자회견’을 열어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함께 원자력 사고 레벨 중 가장 높은 7등급 사고가 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 폭발과 함께 흘러나온 방사능은 일본 국토와 바다에 스며들었고 당시 간 나오토 총리는 사실상 일본 국토 20%를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문제는 바다였습니다. 육지와 다르게 바다는 전 세계에 흐릅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일본의 방사능 유출에 민감했습니다.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러시아, 미국을 돌아 동해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산 수산물도 문제가 됐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꽤 많은 일본산 수산물을 수입하고 있었는데, 방사능 유출로 오염된 수산물이 유통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일본에서는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원산지를 속이거나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수산물을 혼합해 농도를 낮춰 유통하는 등 원산지를 교란하는 행위가 적발됐기 때문입니다.
위는 일본산 수산물인 활가리비, 아래는 국산인 홍가리비. |
이에 정부는 2013년 9월부터 후쿠시마현과 인근 8개 현의 수산물을 전면 수입 금지했습니다. 우리 밥상으로부터 오염된 일본산 수산물을 지켜내자는 의미였습니다. 또한, 방사능이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검사증명서를 요구해 사실상 수입을 금지했습니다.
일본은 정부를 향해 금수 조치를 해제할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일본은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했습니다. 2018년 2월 22일, 1차에서 패소 판결이 나왔습니다. 정부는 바로 항소했습니다. WTO에서 1심 판결이 뒤집힌 사례가 없어 승소 가능성은 적었지만 정부는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항소했고, 2019년 4월 12일에 WTO 상소심에서 최종 승소했습니다.
WTO는 2심제였기에, 상소심 판결로 최종 확정됐고, 일본이 제기한 주장은 모두 파기됐으며 현재까지 후쿠시마와 인근 8개 현에 대해 수산물 수입 금지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수산물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민간협의회가 개최되는 등 수산물 안전을 위한 방안들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
또한, 해양수산부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 10주년을 맞아 지난 4일, ‘수산물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민간협의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민이 민감하게 생각하고 원산지 둔갑 우려가 있는 주요 수입 수산물의 유통 이력 관리와 위반행위 단속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외에 현재 15개인 음식점 원산지 표시 대상을 수입량과 소비량 등 여건 변화를 반영해 재조정하는 등 시대에 맞는 제도 개선 방안도 논의됐고, 원산지 표시 명예감시원 확대와 원산지 위반 신고 활성화 등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해양수산부가 2019년 1월부터 8월까지 조사한 일본산 수산물 수입 현황에 따르면 활가리비는 3500톤, 활멍게는 1799톤, 활참돔은 1650톤, 활방어는 789톤이 수입됐습니다. 후쿠시마와 인근 8개 현에서는 수입이 금지됐지만, 타 지역에서 수입은 허용되고 있습니다.
일본산 활가리비(우측)와 국산 홍가리비(좌측). |
우리 식탁에는 수산물이 종종 올라옵니다. 노릇노릇한 고등어와 갈치를 굽거나, 매콤하게 조려 먹기도 합니다.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나 수산물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민간협의회처럼, 철저한 조사와 검증을 통해 안전한 수산물이 우리 식탁에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