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건강 염려증이 심하고 겁이 많은 아내가 불안한 마음에 물어본다. “여보 맞을까? 말까?” “나는 맞고 싶어도 못 맞는데, 안 맞으면 손해지~” “그래야겠지~ 알았어! 맞아야겠다.” 며칠 후 아내가 도돌이표처럼 또 질문을 한다. “여보 맞을까? 말까?”
대학병원 임상시험 간호사로 근무하는 아내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는 대상자로 선정이 됐다는 문자를 받고 걱정이 태산이다. 백신을 맞기 전 우선 몸을 만들어야 한다며 퇴근 후 TV를 보면서 매일 1시간씩 꾸준히 운동하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백신을 맞기 전 면역력으로 부작용을 이겨내겠다며 평소보다 운동에 더 열심이다. |
백신을 먼저 접종한 의료진으로부터 고열과 근육통이 가장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해열제인 타이레놀도 500mg 두 알이 더 효과적이라며 평소 먹던 타이레놀 대신 챙겨놨다.
백신 접종을 마치면 문자로 ‘예방접종 확인서’가 날아오고 주의사항이 안내된다. 2차 접종은 5월 28일로 2개월 후이다. 백신 접종 후 지켜야 할 30, 3, 3 세 가지 숫자를 기억하라는 내용도 있다.
백신 접종 후에는 30, 3, 3 세가지를 기억하고 실천해야 한다. |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나면 접종 부위가 붓거나, 근육통·두통 등의 이상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최소 30분은 접종기관에 머무르며 증상을 살펴야 하는 게 30이다.
접종 부위가 붓거나 아프면 차가운 수건을 대고, 근육통이나 두통이 나타나면 진통제를 먹는 것이 좋다. 접종 후 3시간은 안정을 취하며 당일에는 과도한 운동, 음주, 사우나는 피하는 것이 두 번째 3이다.
세 번째 3은 3일간은 특정한 증상이 나타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고 39도 이상 고열,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고령층은 증상이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보호자와 함께 있는 것이 좋다.
충분한 수분 섭취 후 해열제 2알을 먹고 미리 환자가 되어 누워있다. |
드디어 우리집 백신 1호 접종자의 다큐멘터리 3일, 72시간이 시작됐다. 백신 접종 후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한 아내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열이 날 것에 대비해 해열제 2알을 미리 먹고 소파와 혼연일체가 되어 일어나지를 않는다. 덕분에 살림은 내 차지가 됐다.
첫 날, 잠들기 전까지 불안한 마음에 수시로 열을 쟀는데 다행히 36.5도 정상 체온이다. 잠이 든 후 오한이 날 거에 대비해 방과 매트리스 온도도 올려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까지 큰 열은 나지 않았지만, 중간에 두통이 조금 생겨 다시 해열제를 먹고 잠을 자니 괜찮다고 한다.
꾸준히 1시간 단위로 열을 쟀는데 36.5도 정상 체온을 유지했다. |
둘째 날도 열은 오르지 않았다. 백신 맞은 팔에 통증이 생기긴 했지만 독감 백신 맞은 정도와 비슷하다. 다만 감기 초기 증상처럼 코가 맹맹하고 머리가 띵하다고 한다. 가장 심할 거로 예상한 둘째 날도 해열제를 먹고 무사히 지나갔다. 여전히 살림은 내 차지다.
셋째 날, 밤에 잠을 자다 새벽에 손과 발이 차는 듯한 오한이 느껴져 잠을 깼지만 열은 더 이상 나지 않고 아침이 되니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드디어 살림에서 해방됐다.
이렇게 우리집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호 접종자의 3일, 72시간은 해열제 6알과 충분한 물 섭취로 무사히 지나갔다. 다음에 내가 맞을 차례가 와도 아내의 사례를 참고해 물을 많이 마시고 해열제로 백신 후유증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된다. 체력이 좋은 나는 2알이면 되려나?
대학병원 방사선사로 근무하는 친구도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백신을 맞은 후 상태에 대해 질문을 했더니 “백신을 맞은 후 둘째 날에 근육통과 함께 37.5도까지 체온이 오르면서 두통 증세가 좀 있었지만 해열제를 먹고 3일차에는 정상 컨디션이 됐다. 맞는 순서가 되면 꼭 맞아!”라고 이야기한다.
대학병원 방사선사로 근무하는 친구도 백신을 맞고 특별한 증상 없이 근무가 가능했다고 한다. |
우리나라에서 현재까지 70만 명 넘게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했지만 일부 백신과 인과관계가 없는 사망이나 부작용 사례가 보고됐다고 해서 백신 접종을 중단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유럽의약품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혈전증과의 관련이 없고 백신의 이익이 부작용 위험성보다 크다’라고 발표한 소식도 들린다.
백신 1차 접종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다는 보증수표를 받은 게 아니다. 2차 접종까지 무사히 마쳐야 면역력이 형성되기 때문에 그동안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 생활하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