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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심는 봄, 내 나무가 생겼다!

2021.04.02 정책기자 안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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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30초, 인터넷 속도가 딸려서 그런지 버벅거리다가 겨우 접속하니 마감 메시지가 뜨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다. 

‘신청이 마감되었습니다.’

산림청에서 미세먼지 감소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내 나무 갖기 캠페인(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885231)을 벌이고 두 차례에 걸쳐 그루콘을 배포한다는 소식을 들은 건 1차 배포가 끝난 다음날이었다. 옳거니 너무 늦게 봐서 놓쳤지만 두 번째는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고 2차 배포일인 3월 26일을 기다리며 알람도 맞추고 시작 시간 1분 전부터 긴장에 긴장을 거듭하며 클릭을 했건만. 

적어도 10분은 버티겠지 했던 내가 너무 순진했던 것이다. 우리 국민의 나무 사랑은 너무나 열렬해서 마치 BTS나 아이유의 콘서트인 양 2000개의 그루콘을 순식간에 마감시켰다. 가히 놀라운 나무 사랑, 아니 그루콘 사랑이라고 해야 할까? 

그루콘은 산림청의 캐릭터인 ‘그루’와 ‘이모티콘’의 합성어이다. 문자로 가는 언택트 시대의 나무 교환권이라고 생각하면 적당하겠다. 전국 120개의 나무시장에 가면 이 그루콘에 해당하는 금액인 1만 원으로 묘목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해서 비록 그루콘을 받지는 못했지만 가까운 나무시장에 방문해 보기로 했다. 

경인지역 나무시장 위치입니다.
서울경기지역 나무시장 위치.(출처=산림청)

        

집에서 가장 가까운 나무시장은 양평군 산림조합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4월 16일까지는 쉬지 않고 매일 10시부터 6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상시 운영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입장은 4시 30분에 마감된다 하지만 혹시 나무가 떨어질까 싶어 비오는 주말에 아침 일찍 서둘러 나섰다. 

양평 나무시장 입구입니다.
양평군 산림조합 나무시장.


봄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와중에도 나무시장은 아침부터 사람들로 활기가 느껴졌다. 꽤나 넓은 이 공간은 평소에 목재 팰릿을 판매하는 곳이지만 매년 이 시기에는 나무시장으로 운영된다고. 입구부터 둘러보니 다양한 나무들이 보였는데 큰 나무, 작은 나무, 기기묘묘한 나무까지 평소에 나무라곤 소나무, 참나무 정도가 지식의 전부였던 내게 참 신기하고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나무시장 모습입니다.
나무시장 전경.


나무를 사러 나오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양평군 산림조합 직원에 따르면 주로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매년 이맘때 조경을 위해 혹은 과실수를 심기 위해 나무시장을 찾는다고. 연산홍이며 자산홍은 울타리 용도로 쓰이는 조경수이고 근엄한 자태를 뽐내는 커다란 향나무는 정원을 꾸미는 정원수로 쓰일 것 같다. 금송이며 자작나무처럼 도도해 보이는 나무들은 물론이거니와 블루베리, 체리 등의 이국적인 나무들뿐만 아니라 매실이나 오디, 사과며 배처럼 친숙한 나무도 곳곳에서 나를 반겼다. 

로얄대석이라는 자두나무 묘목입니다.
자두나무 묘목.


한참을 둘러보다 묘목을 세 그루 골랐다. 홍매실과 로얄대석이라는 품종의 자두나무 그리고 슈퍼오디라는 뽕나무가 그것인데 셋 다 열매를 기대하는 과실수이다. 아직 묘목인 상태라 열매를 보려면 3년에서 5년은 더 길러야 한단다. 아직 나이가 적으니 다행이지 연세 지긋하신 분들은 기다림에 몸이 달고 애가 타실지도 모르겠다. 그런 분들을 위해 3년에서 5년 정도 키운 나무들도 한편에서 판매를 하고 있었다. 

5년 자란 대추나무입니다.
대추나무.


멋있게 자란 이 대추나무는 아마 식재만 잘 이뤄진다면 올해부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주인과 가족들의 눈과 입을 흡족하게 해 줄지도 모를 일이다. 가격은 좀 비싸지만 시간과 바꾼다고 생각하면 놀랄 만큼 저렴한 가격이다. 사실 이쪽에 마음이 더 끌렸지만 도저히 싣고 올 방법도 없을뿐더러 데려온다 해도 심을 공간이 없는 게 현실이다. 전원주택에 살거나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주말농장 이미지입니다.
아버지의 텃밭.


세 그루의 묘목을 가지고 아버지가 일구시는 텃밭으로 간다. 서울 도심이라면 꿈도 못 꿀 일이지만 우리 동네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더 많은데도 곳곳에 이렇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자투리 땅을 빌려주는 분들도 계셔서 아버지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도 꽤 오래됐다. 흙과 씨앗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시는 걸 보니 평생 도시 사람이었던 아버지는 이 동네에 와서야 농사의 재미를 깨치신 거 같다. 

심어놓은 상태의 자두나무 묘목입니다.
자두나무 묘목 식재.


땅을 파고 흙을 골라 아까 나무시장에서 본 식재 요령을 되새기며 나무를 곱게 심는다. 뿌리에 바람이 들어가면 안 되니 발로 꼭꼭 야무지게 밟아서 공기가 통하지 않게 적당히 마무리 해야 한다. 그리고 물을 충분히 줘서 낯선 환경에 묘목이 잘 적응하게 해줘야 한다는데 다행히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인지라 물이 모자랄 걱정은 안 해도 되지 싶었다. 

인간과 워낙 가까이 있기도 하려니와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대한 이야기나 노래는 셀 수 없이 많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감동적인 동화부터 식목일이면 어김없이 불렀던 메아리라는 노래도 있고 하늘 끝까지 닿게 자라는 잭의 콩나무라던가 9개의 세계를 연결한다는 노르드 신화의 위그드라실도 있다. 

이처럼 나무는 인간의 삶과 가까이하며 연료와 가옥이 되고 열매와 약재를 제공하기도 했던 말 그대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주는 고마운 존재였는데 요즘 들어서는 다른 방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과 관련된 분야에서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민둥산의 모습입니다.
60년대의 민둥산 사진.(출처=산림청)

    

나무가 유일한 땔감이었던 과거에 우리나라의 산은 모두 민둥산이었다고 한다. 헐벗은 민둥산이 초록으로 덮이기 시작한 건 본격적인 산림녹화 사업이 시행된 이후다. 식목일이 1949년 대통령령으로 지정된 이래 2006년 공휴일에서 제외될 때까지 식목일이면 누구나 나무 심는 광경이 뉴스에서 나오거나 극장에서 대한뉴스로 방영되는 것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본격적인 산림녹화 사업이 시행된 60~70년대를 거쳐 나무가 아닌 석탄과 석유가 땔감을 대체한 이후에야 비로소 우리의 산은 풍성한 초록옷을 입게 되었지만 도시화가 함께 진행되면서 환경은 온실가스 배출과 미세먼지라는 이중고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경이다. 

탄소중립은 배출한 만큼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나무를 심어서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자는 정책이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관련한 정책과 실행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데 2018년 기준으로 국내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량은 연간 4560만 톤으로 국가 총 배출량 7억3000만 톤의 6.3%를 상쇄하고 있을 뿐이다. 

산림청은 향후 30년간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탄소중립 2050의 실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인데 사실상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나무 심기도 중요하지만 배출가스를 줄이려는 노력 또한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30년생 소나무 숲 1헥타르가 흡수할 수 있는 탄소량은 자동차 4.5대의 연간 배출량을 상쇄시킬만한 능력이다. 

새 차를 살 때 전기차나 수소차 등의 친환경 차량을 구입하고 가까운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도 나무를 심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나무 심는 마음으로 생각해 보고 실천할 일이다. 

탄소중립의 필요성에 대한 이미지입니다.
탄소중립의 필요성.(출처=정책브리핑)


산에 산에 산에는 산에 사는 메아리~ 라는 노랫말로 시작하는 동요 ‘메아리’의 작사가는 청마 유치환이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산야를 보며 그가 남긴 시어에 곡을 붙인 것이 우리 세대가 식목일 노래로 기억하는 메아리라는 동요다. 하지만 공식적인 식목일 노래는 산림청에서 재능기부를 통해 2014년에 발표한 ‘나무를 심자’라는 노래라고 한다. 아이들이 기억하는 식목일 노래는 이 노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인류의 시작과 더불어 함께해 온 나무,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고도 늘 우리와 함께하는 나무 한 그루를 심으며 보낸 주말을 돌이켜보니 더 많은 나무와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맘 놓고 나무를 심을 마당 있는 집부터 마련해야겠지만 꿈은 이뤄진다고 했으니 언젠가는 대추나무, 감나무, 자두나무와 사과나무가 있는 집에서 살 수 있으리라 믿어본다. 탄소중립에도 기여하고 철 따라 맛있는 과일도 먹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니랴. 



안준표
정책기자단|안준표
ayd1225@naver.com
아파트 일과 동네 일, 살아가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좀 더 살기 좋은 세상, 아이들이 마음놓고 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읽고 쓰고 행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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