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으면 배울 수 없다는 것도 옛말이 된 듯하다. 이제는 쏟아지는 무료 교육 중에서 좋은 강의를 택하는 것이 학습자들에게 주어진 과제가 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게 케이무크(K-MOOC). 상반기 동안 직접 강의를 수강하며 체험해 보았다.
먼저 케이무크란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공개 강좌 사이트다. 무크(MOOC)란 매시브(Massive), 오픈(Open), 온라인(Online), 코스(Course)의 줄임말로 ‘오픈형 온라인 학습 과정’을 뜻한다. 한국으로 들어오며 K가 붙어, K-MOOC라는 이름이 완성되었다.
2015년 7개의 강좌로 시작했지만, 2021년 현재에는 1000개가 넘는 강좌가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단순한 청강을 넘어 질의응답이나 토론, 퀴즈, 과제 제출 등 양방향 학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케이무크 참여 기관 목록. |
케이무크에서는 어떤 강의를 수강할 수 있을까? 먼저 참여 기관을 둘러보았다. 서울대학교, 카이스트, 포항공과대학교 등 국내 유수의 대학들이 눈에 띈다. 국립통일교육원이나 청렴연수원 등의 공공기관도 살펴볼 수 있었다. 희망하는 대학이 있다면, 그 학교의 강의만을 모아서 확인할 수도 있다.
가장 유용했던 것은 분야별 강좌를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인문, 사회, 공학, 자연 등 내가 원하는 분야를 선택하면, 다양한 기관에서 제공하는 강좌가 나온다. 4차 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처럼 요즘 인기 있는 분야의 키워드를 검색하는 것도 가능하다. 복잡한 내용 없이 간편하게 분야별, 전공별 강좌를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케이무크에서 ‘외국어’ 강좌를 검색해 보았다. |
케이무크 홈페이지에서는 국민 누구나 수강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직접 경험해 보며 느낀 것은,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정말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원하는 대학과 전공의 강좌를 미리 들어볼 수 있다는 건 정말 소중한 기회다. 또한, 자기계발을 원하는 사회인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외국어’를 검색해 보니,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 폴란드어, 태국어, 몽골어 등 다양한 언어를 공부할 수 있는 강좌가 넘쳤다. 글쓰기, 마음 챙김 등 일상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강좌도 많았다.
학점은행제를 통한 학부 졸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케이무크를 더욱더 눈여겨봐야 한다. 학점당 몇 만 원씩 납부해야 하는 사설 교육원과는 다르게, 케이무크에서 제공하는 학점은행 과정은 전액 무료이기 때문이다. 학점은행 과정은 주차별 강의에 출석하고, 퀴즈와 시험에 응시하는 등 사이버 대학교와 비슷한 형태로 진행된다.
지난 상반기, 나는 케이무크 학점은행 과정을 통해 여러 과목을 이수했다. 평소 관심을 두었던 마케팅과 헌법, 설득 커뮤니케이션과 인간학 등 총 4개의 과목이었다. 15주 동안 매주 빠짐없이 출석해 강의를 들었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물론 매주 출제되는 퀴즈도 응시했다.
학점은행 과정과 비학점은행 과정의 차이점. (출처=케이무크 학점은행제 홈페이지) |
언제든 청강이 가능한 비학점은행제 과정과는 다르게, 학점은행제 과정은 수강 신청 기간이 정해져 있다. 또한, 출석률 80% 이상과 성적 60점 이상이라는 기준을 채워야만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처음 접하는 케이무크 학점은행제 과정에 걱정이 산더미였지만, 매주 열리는 강의를 직접 수강한 결과, 꾸준히 성실하게 참여한 학생이라면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인 것 같았다.
이런 완벽한 시스템 내에도 개선해야 할 점은 있기 마련인데, 수강 신청 기한을 맞추는 것이 조금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인기 높은 강의의 경우 수강생 모집이 금방 마감되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해 신청해야 한다. 몇 초 만에 마감되는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케이무크 학점은행제 과정을 통해 이수한 과목들. |
또한, 종종 서버에 오류가 생겨 강의를 듣던 중 처음부터 다시 접속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수준 높은 강의를 자격 제한 없이, 무료로 마음껏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는 단점이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플랫폼답게 앞으로 더 많이 발전해 나가리라 생각한다. 배움을 취미로 삼는 나에게 케이무크는 여러모로 반가운 친구 같은 존재였다.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이 어려운 지금, 내 방 안의 대학, 케이무크에 접속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