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을 쓸모 있게 바꿔드립니다.”
지난 11월 3일 오후 3시, 네이버 라이브 방송에서는 2021 대한민국 친환경대전, 탄소중립 그린페스티벌 일환으로 ‘리컵(re-cup) 키트’ 업사이클링 체험학습 패키지가 소개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콕생활이 늘어나며 버려지는 자원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업사이클링에 관심이 높아져서 일까. 시작하자마자 8000명이 넘는 접속자가 몰렸고, 실시간 댓글창이 폭주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리컵 키트는 100%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으로 구성된 식물 키우기 프로젝트이다. 무순을 직접 키워보고, 다 사용한 후에는 사무용품 수납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나 또한 집에 쌓아둔 일회용 컵을 활용해 무순을 키워보고, 집안 분위기를 바꿔보려 리컵 키트를 주문했다.
2021 대한민국 친환경대전, 탄소중립 그린페스티벌이 11월 1일부터 15일까지 열린다. |
환경부가 주관하는 2021 대한민국 친환경대전은 11월 1일부터 15일까지 다양한 환경 관련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환경 관련 기업들의 경영난 완화를 돕고자 다양한 온라인 판매전을 도입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탄소중립 그린세일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통해 24개의 이색적인 친환경 제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요즘 커피전문점에 가면 텀블러를 들고 다니며, 일상에서 그린 라이프를 실천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11월 2일 오후 1시 30분에 라이브 방송된 풀로 만든 빨대는 유행에 민감한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업사이클링에 관심이 많은 요즘, 인기를 끈 리컵 키트에는 8000명이 넘을 정도로 접속자가 몰렸다. |
“오늘부터 종이 빨대 대신 풀로 만든 빨대 어떠세요?”
풀 빨대는 속이 빈 원형 모양의 풀을 잘라 세척한 뒤, 살균한 제품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커피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종이 빨대와도 차별화시켰다. 물에 젖어도 더욱 질겨지는 풀 특성 때문에 물러지지 않을 뿐더러 생분해되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로 배출해도 무방한 제품이었다.
또한 함께 구매할 수 있는 나무 소재의 케이스에 넣어 다니면 잃어버릴 걱정 없이 깨끗하게 휴대할 수 있다. 실시간 댓글 창은 소비부터 마무리까지 친환경을 생각한 디자인이라며 반응이 뜨거웠다. 생방송 중에는 무료배송 쿠폰과 5000원 할인쿠폰 등 건강하고 알뜰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됐다.
친환경 제품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라이브 방송에서 풀로 만든 빨대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예술이 환경을 지킵니다. 버려진 타이어와 택배 상자로 만든 탄소중립 갤러리로 초대합니다.”
탄소중립 갤러리에는 업사이클링 아티스트, 병뚜껑 아티스트 등 국내에서 손꼽히는 친환경 아티스들이 온라인 갤러리를 선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먼저 폐타이어를 활용한 ‘뮤던트’ 시리즈로 유명한 지용호 작가의 갤러리부터 입장해봤다. 2018년 서울시에서 ‘한강, 예술로 멈춰 흐르다’는 주제로 진행한 환경 조각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품이 소개됐다.
경주용 자동차와 오토바이 타이어를 주로 사용한다는 지용호 작가는 서울의 역사적 상징이 된 한강철교 밑에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 같은 ‘곰’을 선보였다. 타이어의 검정색을 활용해 역동성 있고 강렬한 존재감을 불어넣어 타이어도 이렇게 멋진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관심의 차이가 쓰레기가 될지 작품이 될지 결정합니다.”
병뚜껑 아티스트 손우태 씨의 갤러리도 클릭해봤다. 삼일절 100주년, 광복절 등 국경일을 메시지로 연결해 예술작품으로 선보였다. 정크 아티스트 안선화 씨의 갤러리에서는 버려진 그림책으로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코팅된 종이는 재활용이 되지 않는데,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알록달록한 꽃을 주제로 한 업사이클링 팝업 그림책과 모빌 조형물로 선보였다. 무심코 버렸던 병뚜껑과 책이 이렇게 다양한 디자인의 예술작품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탄소중립 갤러리에서는 폐타이어와 택배 박스를 활용한 이색적인 예술작품을 선보였다. |
“버려진 자원의 가능성을 팝니다.”
끝으로 탄소중립 체험관에서 꼭 들어보고 싶었던 ‘에코 토크쇼’도 들어봤다. 11월 4일에 열린 사회적기업 ‘터치포굿’ 박미현 대표의 온라인 강연은 ‘버려진 자원과 버려진 마음을 터치한다’는 회사의 숨은 의미부터 인상 깊었다.
업사이클링 1세대 기업인 터치포굿은 2008년부터 버려지는 폐기물에 새 생명을 불어넣으며 스토리와 가치를 찾아주는 기업이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버려진 현수막으로 만든 가방을 비롯해 페트병으로 만든 스카프와 파우치 등이 있다.
박미현 대표는 업사이클링 기업을 운영하며 만든 제품과 함께 버려지는 자원에 어떻게 생명을 불어넣는지에 대해 차분히 소개했다. 많은 제품 중에 고려시대 물병 모양의 패턴으로 만든 스카프가 가장 눈에 띄었다.
고려시대 물병의 패턴을 활용해 페트병 원단으로 만든 스카프는 에코 토크쇼에 참여한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
박 대표는 “박물관에 전시된 고려시대 물병의 경우 물을 담는 소중한 가치가 있는데,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페트병은 쓰레기로 분류된다”며 “여기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페트병으로 만든 원단에 고려시대 물병 모양의 패턴을 접목해 스카프에 메시지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업사이클링 제품이 갖는 의미와 독특함, 거기에 우주에 하나뿐인 제품이라는 매력을 사람들이 공감하고 소비해줄 때 일하는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폐기물을 활용한 굿즈도 인상 깊었다. 평창동계올림픽 때 남북 대표 선수단이 함께 계단에 올라 성화대를 향하는 장면에 쓰였던 나무 계단과 슬로프를 활용한 것이다. ‘ㅍ’ ‘ㅊ’ 등 평창의 자음을 형상화하고 계단 모양을 본 떠 램프를 만들었다고 한다.
업사이클링 사회적기업 ‘터치포굿’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나무 계단을 활용해 램프로 변신시키기도 했다. |
이밖에도 2021 대한민국 친환경대전은 녹색매장 탄소중립 기획전도 마련했다. 11월 13일부터 14일까지 양일간은 유동인구가 많은 현대백화점 판교점 5층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친환경대전 에필로그 판매전을 연다. 인터파크와 홈플러스, 우체국쇼핑 등에서 운영되는 녹색매장을 통해 보다 많은 녹색제품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할인전과 이벤트도 15일까지 진행된다.
탄소중립 그린세일과 에코 토크쇼에 참여해보니 탄소중립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업사이클링 패션 제품들이 변신하는 과정과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탄소중립 사회를 구성하는 순환경제의 의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하나 ladyhana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