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있는 어린이 도서관이 공공디자인 대상을 받았다. 평소 인기 많은 핫플레이스였다. 2021년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인 국무총리상을 받은 수원시 슬기샘어린이도서관 ‘트윈웨이브’다.
‘트윈웨이브’는 12세에서 16세 이른바 트윈세대를 위한 전용 공간으로,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 아이들만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 대출증만 있으면 어른의 잔소리 없이 춤추고, 요리하고, 게임을 하며 쉴 수 있는 놀이터다.
2021년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을 수상한 수원시 슬기샘어린이도서관 트윈웨이브. |
‘트윈웨이브’는 공간을 이루는 선들이 모두 곡선이다. 파도의 웨이브를 닮았다. 슬기샘도서관 담당자는 “어디로든 흐르면서 역동적인 아이들 모습을 공간 디자인에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디자인 단계부터 지역 청소년들이 참여해 맞춤형 공간을 만들어 냈다. 그만큼 만족도도 높다.
아늑한 다락에 마련한 서가, 정형화되지 않은 재료로 뭐든 만들고 노는 창작 공간, 게임을 하고 춤을 출 수 있는 공간, 열린 주방 등 활짝 열려 있지만, 곳곳에 자신을 숨겨 방해받지 않는 아지트가 만들어진다.
학원 문제집, 스마트폰 앞이 아니라 온몸을 움직여 노는 아이들을 정말 오랜만에 만난다. 처음엔 숨어서 게임만 하던 아이들도 공간에 마련된 여러 재밌는 놀이를 알고는 금방 휴대폰을 내려놓더라고 담당자가 알려준다.
트윈웨이브는 청소년 맞춤 공간으로 창작실, 공유주방, 게임 공간, 다락 서재 등을 갖추고 있다. |
‘트윈웨이브’를 설명하는 데 자주 등장하는 단어 ‘공공디자인’이란 뭘까? 사실 공공디자인이라고 하면 공공시설에 설치된 조각상이나 건축물을 말하는 건가 싶기도 한데, 이것은 좁은 의미다. 넓게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 더 나음을 위한 변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한 ‘옐로우 카펫’, 한여름에 폭염을 막아준 ‘그늘막’, 교차로와 분기점 등에서 사고를 예방하는 ‘색깔 차량 유도선’ 등이 공공디자인에 해당한다.
옐로우 카펫, 그늘막, 도로 색깔 유도선 등은 모두 공공디자인이다. |
새로운 발상과 디자인을 통해 공적인 이로움을 만드는 것, 그래서 공공디자인은 꼭 미술이나 건축에 국한되지 않는다. 교통, 복지, 환경 등 우리 사회 모든 영역을 넘어 시민의 삶을 돌보는 행위다. 둘러보니 공공디자인 사례가 가까운 곳에도 있다. 지역에 어린이 숲 놀이터도 공공디자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꿈꾸는 숲속 놀이터. 안내판을 자세히 보면 화양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제안한 기초 스케치와 놀이터가 만들어진 이야기가 쓰여져 있다. |
‘꿈꾸는 숲속 놀이터’(수원시 팔달구 화서동)는 지역 화양초등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우리가 꿈꾸는 놀이터 학교라는 디자인 프로그램을 열고 어린이들이 실제로 놀고 싶은 놀이터를 생각하며, 상상하고 디자인해 만들었다.
어린이들의 생각을 반영한 숲속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상상력이 자란다. |
흔히 놀이터에서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재질의 미끄럼틀이나 쇠로 된 정글짐 대신 나무와 튼튼한 끈으로 만들어진 놀이기구가 눈에 띈다. 숲과 잘 어우러지고 정형화된 놀이터가 아니다 보니 재밌는 생각이 막 떠오른다. 아이들의 작은 목소리를 어른들이 큰 귀로 잘 듣고 디자인에 반영한 결과다. 이것이 공공디자인이다.
‘트윈웨이브’ 이외에 2021년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 수상작품을 살펴보니, 공공디자인이 무엇인지 더 잘 알 수 있다. 프로젝트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서울시 중랑구 ‘딩가동 2번지-중랑구 청소년 커뮤니티센터’는 청소년들의 자유로운 쉼, 배움, 도전이 있는 공공 공간이다.
2021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 프로젝트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서울시 중랑구 딩가동 2번지.(출처=딩가동 2번지 누리집) |
비공모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창원 대원초등학교 ‘상상의 숲’은 학교와 마을 사이 경계부 수목 지형을 새롭게 활용한 공간으로 아이들이 상상하는 환경을 함께 기획했다고 한다.
창원 대원초등학교 상상의 숲.(출처=한국공예, 디자인문화진흥원) |
시상식이 열리는 12월 17일 이후 수상작 15점은 공공디자인 종합정보시스템(www.publicdesign.kr)에서 온라인 전시로 만나볼 수 있다.
청소년, 어린이, 장애인, 이주민, 어르신 등,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했던 동료 시민의 요구가 공공디자인을 통해 실현되는 모습이 바람직하다. 예술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더 많은 시민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품 넓은 공공디자인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