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괜찮니?’
이 말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최근 연락이 끊겼던 옛 직장 동료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동안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고 우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알고 보니 코로나19로 실직을 당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혼자 고민을 많이 했다는 소식에 마음이 더 아팠다.
요즘 이런 소식이 주변에서 하나둘 들려오면서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 우울’이란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사회 전체에 심리 방역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경남광역정신건강센터에서는 온라인 박람회가 열리고 있다.(사진=경남광역정신건강센터 누리집) |
마침 올해 추석 당일인 9월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로써 한 번쯤은 자살예방을 위한 신호를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보건복지부가 자살예방 슬로건으로 ‘사람을 더하세요’로 정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자살예방은 사람에 대한 관심을 더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내가 사는 경남 지역에서는 9월 5일부터 18일까지 온라인으로 세계 자살예방의 날 박람회가 열리고 있어 참여해봤다. 온라인 박람회는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누리집(http://onlinefair.gnmhc.or.kr/prev/)에 접속하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했다.
생명시, 강연읍, 안내동, 소개리 등으로 구성된 첫 화면 테마가 눈길을 끌었다. 각 코너에서는 자살예방의 날 안내를 비롯해 자살예방과 자살유족사업 소개 영상,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가 마련한 행사도 참여할 수 있었다.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마련된 장동선 박사의 ‘삶을 선택하세요’ 강연이 인상 깊었다.(사진=경남광역정신건강센터 누리집) |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강연읍’이었다. ‘알쓸신잡’, ‘어쩌다 어른’, ‘세상을 바꾸는 시간’ 등에서 뇌 과학을 알기 쉽게 설명했던 장동선 박사가 ‘삶을 선택하세요!’라는 주제로 자살예방 강연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나 혼자 잘 살려고, 나 혼자 행복하려고 진화한 것은 아닙니다.”
인간은 늘 다른 누군가와 연결됐다고 말문을 연 장동선 박사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높다는 것과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자살률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2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률은 2019년 기준 24.6명으로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다.
그러면서 우리 주위에서 자살을 암시하는 신호를 잘 관찰하면 예방이 가능하다고 했다. 놀랍게도 대표적인 자실 신호가 온라인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죽음’이란 단어를 자주 언급한다는 점이었다. 죽은 사람 이야기나 자살 뉴스 등을 자주 이야기하며, 쉽게 죽음을 언급할 때 주위 사람들이 자살 징후가 아닌가 한 번쯤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살예방을 위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과 이웃을 향한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할 때이다.(사진=보건복지부) |
‘너 괜찮아?’
자살 징후를 발견할 때는 이렇게 질문하는 게 좋다고 했다. 실제로 호주에서는 갑작스레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거나 눈에 띄게 행동이 달라질 때 ‘너 괜찮아?’ 물어보는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렇게 질문하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자살예방이 가능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특히 우리의 생각과 마음, 태도는 뇌를 변화시킨다고 한다. 정 박사는 내가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내가 이상한 거고 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내가 이렇게까지 힘들구나’라며 스스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럴 때면 누구에게든 털어놓으라고 강조했다. 나의 슬픔과 감정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극복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9월 7일부터 시작되는 ‘사람’을 의미하는 수어 동작을 활용한 릴레이 챌린지다. 보다 많은 사람이 자살예방 의미를 인식하고 확산하기 위해 마련됐는데, 참여 방법도 간단하다. ‘사람’이란 수어 동작을 촬영해 SNS에 #사람을더하세요 #자살예방캠페인 등 해시태그를 남기고, 챌린지로 이어갈 3명을 지목한 후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을 태그하면 된다.
마음이 힘들다면 국번 없이 1393을 이용해 고민을 나눌 수 있다.(사진=보건복지부) |
뇌 과학 박사가 말하는 자살예방 강연을 들어보니 나의 슬픔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자살예방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강연을 듣고 나서는 코로나19로 연락이 끊겼던 동창에게 전화를 걸어보기도 했다. 강연 하나 들었을 뿐인데 주위 사람을 한 번 더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자살예방을 위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과 이웃을 향한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할 때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하나 hanaya2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