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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은 ‘한가위에 덮이기 시작한 눈이 하지에 이르러야 녹는다 하여 설악이라 불린다’라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나와 있다. 1년에 9개월여를 흰 눈이 덮고 있는 산이라 설악이다. 검색해보니 1987년 9월 26일 설악산 대청봉에 첫눈이 내렸다는 뉴스도 검색된다.
설악산의 첫눈 내리는 시기가 점점 늦어진다. 환경보호에 소홀히 했던 탓에 지구온난화로 설악산도 몸살을 앓는 중이다. 나는 1년에 한두 차례는 설악산의 비경을 보기 위해 찾는다. 특히 울산바위의 웅장한 모습은 봐도 봐도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멋진 비경을 뽐낸다.
설악산 울산바위는 언제 봐도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
설악산을 비롯해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비경을 후손에게 온전히 물려주기 위해 국립공원공단에서 탐방로 예약제를 운영하고 있다. 탐방로 예약제는 생태·경관적으로 가치가 높은 구간을 보호하고 탐방객에겐 안전하고 쾌적한 탐방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하루에 정해진 인원만 사전예약으로 출입하는 제도다.
가을 단풍철에 설악을 찾으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조금 일찍 설악산을 찾아 가보기로 했다. 설악산의 여러 구간을 등반해봤는데, 올해는 흘림골 입구에서 등선대까지를 목표로 잡았다.
2022년 9월 6일 재개방한 흘림골은 인기가 많아 연중 탐방로 예약제를 시행 중이다. |
흘림골은 20년간 자연휴식년제로 묶였다가 지난 2004년에 개방된 곳인데, 2015년 낙석사고가 발생해 7년간 다시 통제됐다가 올해 9월 6일 재개방했다.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높아 연중 탐방로 예약제를 시행하는 쉽게 가보기 힘든 구간이다.
흘림골을 비롯해 탐방로 예약제를 시행하는 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국립공원공단 누리집(https://reservation.knps.or.kr/)에서 원하는 구간을 선택해 예약해야 한다. 설악산은 곰배골과 흘림골 두 군데가 예약제 시행 구간이다.
국립공원공단 누리집 탐방로 예약 사이트에서 흘림골 방문을 예약했다.(사진=국립공원공단 누리집 캡처) |
탐방하고자 하는 지역을 선택 후 방문 날짜를 검색하면 해당 날짜와 시간대 별로 탐방 예약 가능 인원이 표시된다. 흘림골은 시간대 별로 1000명씩, 매일 5000명만 출입이 허용되는데, 흘림골 탐방을 위해서는 예약부터 서둘러야 한다.
예약 후 문자 메시지 수신을 선택하면 내 예약 현황과 출입 QR코드가 전송된다. 흘림골에 도착 후 입구에서 QR코드를 인식해 예약자임이 확인되어야 출입할 수 있다. 출입증을 프린트해서 갖고 가도 되고, 현장에서 인적사항을 검색해서도 출입이 가능하다.
SNS로 전송된 QR코드 입장권을 지참해 입구에서 인증 후 출입이 가능하다. |
설악산 등 국립공원을 찾을 때는 국립공원 산행정보 앱을 내려받아 이용하면 편하다. 전국 22개의 국립공원 탐방객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국립공원을 이용하도록 공원 별 코스 검색, 조난 신고, 트레킹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위급상황에서 구조요청을 누르면 국립공원과 119에 자동으로 구조요청이 전달되어 신속하고 빠른 구조가 가능하다.
국립공원 산행정보 앱을 내려 받아 등산할 때 활용하면 안전한 산행을 도와준다. |
탐방 안내소를 지난 흘림골에 들어서자 오랫동안 잠자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진다. 조금이라도 탐방객이 위험한 구간은 작은 계단을 설치해 산행이 편하도록 배려했다.
입구에서 20여 분을 오르자 흘림골의 절경인 여심폭포가 나타난다. 20m 높이의 기암절벽을 타고 떨어지는 폭포는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여심폭포를 지나 등선대로 향하는 300m 구간은 깔딱고개라 부를 정도로 매우 가파르다. 7년간 통제됐던 구간이라 벌개미취, 금강초롱, 노란 야생화가 자태를 뽐내며 자라고 있다. 보라금풍뎅이가 보이는데 등산로에서 자칫 밟힐 염려가 있어 풀숲으로 옮겨줬다.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흘림골은 야생화 천국이다. |
재개방하기까지 7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이끼들이 온 산과 바위에 가득하다. 마치 태곳적 숲을 보는 듯하다. 더는 훼손되지 않고 이 모습을 계속 간직하도록 등산객들이 사랑을 줘야겠다.
태곳적 숲을 보듯 이끼가 바위를 덮고 있어 신비롭다. |
흘림골을 개방한 지 불과 20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등산로에 쓰다 버린 마스크와 페트병 등 쓰레기가 눈에 띈다. 자연은 우리에게 위안과 안식을 주는데 우린 자연에게 쓰레기를 주고 가서는 안 된다. 산행에서 자기가 가져간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오는 습관은 필수 상식이다.
자기가 가져온 쓰레기를 되가져오는 건 산행의 가장 기본 자세다. |
등선대에 오르니 설악산의 모든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설악산 대청봉도 멀리 보이고 공룡능선, 칠형제 바위, 이름 모를 기암괴석이 발 아래 가득하다. 이런 비경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설악산을 찾는가 보다.
흘림골 등선대에 오르니 설악산 대청봉과 끝청이 발 아래 보인다. |
탐방로 예약제는 자연자원 보호와 탐방객 안전을 위해서 시행하는 제도다. 수백 년 전 우리 선조들이 설악산의 비경에 취했듯, 수백 년 후 우리의 후손도 설악산의 비경을 오롯이 즐기도록 설악산을 비롯한 모든 국립공원은 지금 우리가 아끼고 소중히 보호해야 할 귀한 유산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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