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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길거리에 쓰러진 시민에게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서 의식이 되돌아오게 했다는 기사를 여러 번 봤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내가 과연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생겼다. ‘굳이 내가 나서지 않더라도 나 아닌 누군가가 그 일을 해주겠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태원 사고 소식을 보면서 그게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함으로써 심정지 상태의 환자가 심장이 다시 뛸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
119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 골든타임 4분을 놓치지 않으려면 심정지 상태로 쓰러진 사람을 위해서 뭐라도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집 인근에 성동생명안전배움터가 있었다. 오가면서 그곳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긴 했지만, 그냥 지나치곤 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자발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기로 했다. 2015년 6월 개관한 성동생명안전배움터는 성동구 지역 주민들의 재난 대처능력 향상을 위한 서울시 최초의 지역형 종합안전체험장이다. 생동생명안전배움터에 문의했다. 최근의 이태원 사고를 반영하듯 벌써 11월 예약이 다 차 있었다. 어렵사리 예약해서 교육 및 체험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왕십리역 6번 출구 근처에 성동생명안전배움터가 있다. |
먼저 용어부터 알아보자. 심폐소생술(CardioPulmonary Resuscitation)을 줄여서 CPR이라고 한다. 심폐소생술은 심정지 상태의 환자가 심장이 다시 뛸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자동심장충격기(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를 줄여서 AED라고 한다. 자동심장충격기는 심장에 전기 충격을 주어 다시 뛰게 만드는 도구이다. 국내에서도 지하철역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에 가면 행인들의 눈에 띄는 곳에 빨간색의 자동심장충격기가 비치되어 있다.
이태원 사고 이후 심폐소생술 교육에 관심을 갖고 문의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
성동생명안전배움터에 입장하니 왼쪽에 교육장이 있다. 교육생이 앉은 자리마다 심폐소생술에 필요한 상반신 인형, 자동심장충격기가 놓여 있다. 사뭇 긴장감이 느껴진다. 강사가 설명과 함께 시범을 보인 다음 교육생들이 따라서 실습하는 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졌다. 오늘은 주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다.
강사는 시작에 앞서 “뇌졸중보다 뇌사 상태가 더 위험합니다. 뇌사 상태는 뇌로 산소가 포함된 혈액이 가지 않는 상태입니다. 심정지가 일어나면 골든타임 4분이 지나기 전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서 뇌에 산소가 공급되게끔 재빨리 처치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심폐소생술에 이어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을 배울 수 있다. |
길을 가다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의식이 있는지 살펴본다.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을 건네본다. 그리고 주위 사람 중 한 사람을 지목해서 119에 신고하도록 요청한다. 119에 신고할 적엔 환자가 있는 위치를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 또 한 사람을 지목해서 자동심장충격기를 가져다 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119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심정지 상태로 쓰러진 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기 전 환자의 상의를 벗긴 뒤 똑바로 눕힌다. 복장뼈 아래 명치 사이의 2분의 1 되는 지점을 찾는다. 그리고 손등과 손바닥이 맞닿게 깍지를 끼고, 팔꿈치가 몸과 수직이 되도록 자세를 잡는다. 손뒤꿈치로 무릎을 꿇고 쓰러진 사람의 가슴 중앙을 강하게, 빠르고, 일정하게 압박한다. 분당 100~120회의 속도로 30회, 거의 5cm 깊이로 들어가게 가슴을 압박해야 한다.
손등과 손바닥이 맞닿게 깍지를 끼고, 손뒤꿈치로 가슴을 압박해야 한다. |
상의가 얇다면 그대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해도 된다. 하지만 상의가 두껍다면 상의를 벗겨야 한다. 심장이 갈비뼈 사이에 있다. 그래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다 보면 갈비뼈가 부러지는 경우가 많다. 갈비뼈가 부러진다고 해도 중단하지 않고 시행해야 한다. 의식이 회복된 뒤 상체를 움직이지 않고 안정을 취하면 갈비뼈가 저절로 붙는단다.
강사가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
한 사람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동안 다른 사람이 자동심장충격기를 가져온다. 자동심장충격기는 심정지가 되어 있는 환자에게 전기 충격을 주어서 심장의 정상 리듬을 가져오게 해주는 도구이다. 의학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자동심장충격기의 전원을 켜면 안내 음성이 나온다. 안내 음성에 따라 단계별로 처리하면 된다. 패드의 표면에 패드를 부착할 위치가 나와 있다. 오른쪽 빗장뼈 바로 아래, 왼쪽 젖꼭지 옆 겨드랑이에 패드를 붙인 뒤 패드에 연결된 선을 기계에 꽂는다. 기계에서 “심장 리듬 분석 중”이라는 음성이 나오면 잠시 가슴 압박을 멈추고 환자에게서 떨어진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서 자동심장충격기를 이용한 실습도 해봤다. |
기계가 환자의 심장 리듬을 분석한 후 제세동이 필요없다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심폐소생술을 계속 하십시오”라는 음성이 나온다. 그러면 심폐소생술을 다시 시행한다. 제세동이 필요하다면 기계가 자동으로 충전한다. 충전 후 제세동 버튼을 누르라는 음성이 나온다. 잠시 가슴 압박을 멈추고 환자에게서 떨어진다. 이때 제세동 버튼을 누른다. 자동심장충격기가 환자를 상대로 심장에 전기 충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심장충격기가 작동을 멈추면 이어서 심폐소생술을 다시 시행한다.
강사의 설명을 듣고 직접 심폐소생술을 실습해봤다. 인형을 갖고 실습하는 거여서 실제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 일단 가슴을 압박할 정확한 위치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이어서 손등과 손바닥을 깍지 껴서 팔을 수직으로 뻗고 무릎을 꿇은 뒤 손뒤꿈치로 빠르고 강하게 가슴을 압박했다. 이때 무릎과 팔이 아프기 시작했다.
먼저 119에 신고한 뒤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한다. |
실제 상황에선 당황해서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그런데 내가 지금 어떻게든 이 환자를 살려내야겠단 아주 절박한 마음이 있다면 침착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일단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한 번이라도 시작했다면 119 구급대원에게 인계가 완료될 때까진 절대 멈추면 안 된다.
장경임 강사는 성동소방서에서 의용소방대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 의용소방대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심폐소생술 자격증을 취득했다. 장 강사는 “어르신보다 약한 초등학생도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서 어른을 살려냈다는 기사를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누구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으니 어르신들도 하실 수 있습니다”라면서 용기를 낼 것을 당부한다. 그래도 망설인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단다. “길에 쓰러진 사람이 내 가족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겁니다. 어떻게든 사랑하는 내 가족을 살려내야겠단 절박한 심정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있겠지요”라고 말한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서 가장 주의할 점 하나를 꼽아달라고 했더니 강사는 “119 신고가 먼저입니다. 일단 환자에게 가슴 압박을 시행하게 되면 전문 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계속 시행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경우 생존율이 2배 이상 높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사진=질병관리청&소방청) |
급성심장정지조사 자료원에 따르면, 일반인이 시행하는 심폐소생술을 받은 환자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경우에는 생존율이 11.6%(2021년 기준)로, 시행하지 않았을 때(5.3%) 보다 2배 이상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119 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함으로써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심폐소생술은 전 연령대 누구든 배워서 시행할 수 있다.(사진=교육부) |
심폐소생술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든 방법을 배워서 시행할 수 있다. 이제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내 이웃을 위한 안전장치로 심폐소생술을 배워야 한다. 그러면 길바닥에 쓰러진 사람을 봐도 어떻게 할지 당황하지 않는다. 아예 전 국민이 심폐소생술을 배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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