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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춤을 추자

‘한국의 탈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2022.12.07 정책기자단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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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탈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탈춤은 연희자가 탈을 쓰고 재담과 춤으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전통예술이다. 즉 탈을 쓰고 춤을 추면서 대사, 노래까지 하는 종합예술이다. 

그런 탈춤의 역사가 꽤 오래되었다. 탈과 탈춤의 기원은 원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렵과 어로 생활에서 동물 탈을 쓰고 위장하여 사냥의 성과를 올리는 한편, 사냥 성공을 기원하며 탈춤을 추거나 암각화에 새김으로써 그 염원을 표현한 데서 비롯되었다. 

'한국의 탈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한국의 탈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궁중 행사에서 공연을 펼치기도 했고, 조선 후기엔 민중문화로 발전했다. 서민이 부를 쌓고 문화를 누리면서 탈춤이 성행했다. 탈춤에는 가면을 쓴 연희자가 등장한다.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가면을 쓰고 있어서 양반 중심의 지배층을 풍자하거나 서민들의 애환을 드러내기 좋았다.

탈춤의 역사가 오랜 만큼 지역 별로 탈춤도 다르게 전승되어왔다. 대표적인 탈춤으로는 경상북도 안동의 하회별신굿탈놀이, 함경도의 북청사자놀음, 황해도의 봉산탈춤과 은율탈춤, 경상남도 통영의 오광대놀이 등이 꼽힌다. 강원도 강릉의 단오굿에서도 관노비들의 탈춤을 볼 수 있으며, 한양 주변에서는 산대놀이가 자주 공연되었다. 

탈춤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맞춰서 탈춤 공연을 관람했다.
탈춤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맞춰서 탈춤 공연을 관람했다.


천하제일탈공작소가 서울남산국악당과 공동 기획으로 ‘추는사람, 남산’을 12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남산국악당에서 공연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중장기창작지원사업 선정작으로 올해 릴레이 공연을 펼쳤다. 

서울남산국악당 야외마당에서 한국의 탈춤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남산국악당 야외마당에서 한국의 탈춤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껏 공연장에 가서 탈춤 공연을 관람한 적이 없다. 하지만 TV에서 잠깐씩 탈춤 공연을 시청했던 적은 있다. 탈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하니 현장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싶었다. 마침 서울에서 탈춤 공연이 열리고 있다. 공연이 열리는 서울남산국악당은 남산골한옥마을에 있다. 정문으로 입장하니 ‘한국의 탈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라는 소식을 알리는 세움간판과 함께 탈춤 공연 소식을 알리고 있다.

전통적인 탈춤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탈춤 공연 <추는사람, 남산>을 관람했다.(출처=BAKi)
전통적인 탈춤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탈춤 공연 ‘추는사람, 남산’을 관람했다.(출처=BAKi)


‘추는사람, 남산’은 ‘탈춤에 대한 열린 상상’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전통적인 탈춤이 아닌 현대의 탈춤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춤사위와 음악도 현대에 맞춰져 있다. 전통적인 탈춤의 원리와 정신을 기반으로 하되 현재의 상황에 맞춰서 관객과 함께 어울리는 공연으로 제작했다고 하니 내심 기대가 되었다.

무대에서 탈춤을 하는 탈꾼들의 모습에 관객들이 추임새를 넣고 손뼉을 치면서 호응하고 있다.
무대에서 탈춤을 하는 탈꾼들의 모습에 관객들이 추임새를 넣고 손뼉을 치면서 호응하고 있다.


무대엔 총 7명의 탈꾼이 등장한다. 무대의 막이 오르자 7명의 탈꾼이 총출동해서 춤사위를 벌이며 관객들의 흥을 돋우었다. 그러곤 한 명씩 차례대로 나와서 각자 준비한 탈춤을 선보인다. 탈꾼은 각자의 캐릭터에 맞춰서 탈을 쓰고 등장한다. 전통적인 탈도 있고 현대적인 탈도 있다. 각자 역할에 맞춰서 대사, 노래를 하고 춤을 춘다. 탈꾼이 고심해서 준비한 상황극은 탈꾼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 지루할 새가 없었다. 

중간중간 관객들에게 추임새를 넣게 하고 장단에 맞춰서 손뼉을 치게 유도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와 다리를 들어 올리면서 탈춤을 추게 한다. 관객들은 탈꾼의 주문에 호응을 한다. 그런 분위기를 탈꾼들이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70분의 공연 시간 내내 탈꾼과 관객이 어우러져 하나가 된 듯 한바탕 즐겁고 신나는 시간이었다. 

탈을 벗은 탈꾼들이 뒤풀이에서 북, 장구, 꽹과리, 태평소 등을 연주하고 있다.
탈을 벗은 탈꾼들이 뒤풀이에서 북, 장구, 꽹과리, 태평소 등을 연주하고 있다.


무대에서의 공연이 끝난 뒤 야외마당에서의 뒤풀이도 있었다. 탈을 벗은 탈꾼들이 나타나자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탈꾼들 일부가 북과 장구, 꽹과리, 태평소를 연주하는 동안 나머지 탈꾼들은 관객들과 한바탕 춤사위를 벌인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신명나고 흥겨운 한마당이 벌어졌다. 

탈꾼들이 탈춤의 기본 동작을 큰소리로 알려주면서 먼저 시범을 보였다. 둥글게 늘어선 관객들이 탈꾼들의 춤사위를 보면서 금방 따라 한다. 나중엔 손짓, 발짓이 틀려도 상관없다는 듯 각자 덩실덩실 춤을 춘다. 그 장면을 지켜보는 나도 자꾸만 어깨가 들썩거린다.   

탈꾼과 관객들이 어우러져 한바탕 신명 나는 탈춤을 벌이고 있다.
탈꾼과 관객들이 어우러져 한바탕 신명나는 탈춤을 벌이고 있다.


전국에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탈춤 단체가 18개에 이른다. 13곳의 국가무형문화재와 5곳의 시도무형문화재 보존 단체가 있다. 탈춤은 우리나라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올린 22번째 성과이다. 

퇴계원산대놀이(경기도 무형문화재 제52호) 보유자로서 공연을 마친 탈꾼 이재훈 씨를 만나봤다. 그는 “탈꾼들 사이에선 진작에 유네스코에 등재되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동안 탈 뒤에 숨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이 길을 걸어본 분들이 숨은 공로자인 셈이죠. 뒤늦게라도 인정받는 것 같아서 뜻깊습니다. 이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우리의 탈춤에 관심을 갖고 공연을 보겠지요”라고 소감을 말한다. 

이어서 “탈춤의 형식적인 면은 전통을 지켜나가되 대사와 노래 등은 젊은이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현대에 맞게 재창조되어야 할 겁니다. 전통을 계승하는 것에서 나아가 문화를 발전시켜서 또 우리의 미래 세대에게 전승해야겠지요”라고 말한다. 더불어 “상당수의 탈꾼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쪼개 탈춤을 배워서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정책적인 지원이 확대된다면 좋겠습니다”라고 조심스레 바람을 전한다.    

탈꾼 최민우 군이 자신이 무대에서 쓰고 공연했던 현대적인 탈을 보여주고 있다.
탈꾼 최민우 씨가 자신이 무대에서 쓰고 공연했던 현대적인 탈을 보여주고 있다.

    

‘추는사람, 남산’ 공연을 했던 탈꾼 최민우 씨를 만나봤다. 7명의 탈꾼이 탈을 벗자 드러난 얼굴은 앳된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탈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된 소감을 묻자 27세의 최민우 씨는 “오랜 세월을 거쳐오면서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많이 담고 있는 종합예술이 탈춤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등재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최종 리허설이 있던 11월 30일에 유네스코 소식을 듣고, 저를 포함한 7명의 탈꾼이 더욱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공연에 임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라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힌다. 이어서 탈춤의 매력을 묻자 “탈이 가진 힘인 것 같아요. 얼굴이 드러나지 않잖아요. 탈을 쓰면 저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기고 몰입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 자신을 잊고 제가 맡은 역할에 빠져들어서 공연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공연을 관람한 관객의 소감을 들어봤다. 박세나 씨는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도 공연장까지 오기는 쉽지 않았어요. 지인의 추천으로 기대감 없이 왔거든요. 그런데 공연을 보는 내내 추임새도 넣고 손뼉도 치면서 공연을 즐겼어요. 탈춤에 관심 없는 분이라도 그냥 와서 공연을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그럼 저처럼 탈춤의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한다.      

탈춤은 우리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지닌 춤, 노래, 연극을 망라한 종합예술이다.
탈춤은 우리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지닌 춤, 노래, 연극을 망라한 종합예술이다.


지난 11월 30일 오전(현지 시간) 모로코 라바트에서 개최된 제17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는 ‘한국의 탈춤’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하였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한국의 탈춤’이 강조하는 보편적 평등의 가치와 사회 신분제에 대한 비판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가 있는 주제이며, 각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에 상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등을 높이 평가하였다.

내가 만나 본 탈꾼들은 이구동성 ‘탈춤을 춘다’가 아니라 ‘탈춤을 한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말한다. ‘한국의 탈춤’은 춤, 노래, 연극을 아우르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탈을 쓰고 공연하는 탈춤의 매력에 빠져서 탈춤을 하고 있었다. 그런 탈춤이 전 세계인들에게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탈춤은 관객과 적극적인 환호와 야유를 주고받으며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크게 하나 됨을 지향하는 유쾌한 상호 존중의 공동체 유산이다. 또한 정식 무대 없이 공터만 있어도 공연할 수 있어 배우와 관객이 한 공간에서 소통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에 무형유산 제도가 도입된 1960년대부터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우리 국민에게도 무형유산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인식되어 온 종목이라서 이번 등재는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전국 곳곳을 넘어서 전 세계 곳곳에서 우리의 탈춤 공연이 벌어지길 기대해 본다. 굳이 공연 무대가 아니더라도 널찍한 마당이나 광장만 있어도 얼마든지 탈춤 공연이 펼쳐질 수 있다. 또 탈춤을 구경하는 관객들도 구경꾼이 아니라 탈꾼들과 어우러져 함께 탈춤을 즐길 수 있다. 그런 탈춤이 또 다른 한류 열풍에 가세할 날도 멀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든다. 




윤혜숙
정책기자단|윤혜숙
geowins1@naver.com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따듯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저만의 감성으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이메일 연락처: geowin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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