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결혼 선물로 냉장고를 사줄까 제품을 검색해보다 금세 지쳤다. 일단 디자인부터 봤지만 가격 비교도 힘들고, 내가 쓸 제품이 아니니 선택이 더 신경 쓰였다. 온라인 속에 구매 후기와 동영상이 수도 없이 넘쳐나지만 개인 취향보다는 객관적인 비교가 필요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공정거래위원회 누리집 안에서 제품 여러 개를 꼼꼼히 비교한 자료를 발견했다. 내가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비교된 게 마음에 쏙 들었는데, 냉장고만이 아니라 핸드크림, 치킨, TV, 요가복, 기저귀, 욕실 세정제, 반려견 사료까지 가격과 품질을 비교해 알려준다. 

공정거래위원회 누리집(www.ftc.go.kr)의 메뉴 중 공정위뉴스에서 보도에 들어가면 보도자료들이 올라와있다. 한국소비자원(www.kca.go.kr) 누리집의 소비자뉴스 보도자료에도 같은 목록들이 있다. 일반인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자료라고 여겼는데, 그 안에서 ‘비교정보 생산 결과’라는 자료들을 찾았다. 그야말로 소비자를 위해 제품을 비교해둔 정보다. 자주 사면서도 객관적인 꼼꼼한 비교는 건너뛰기 쉬운 품목들 6~10개를 정확한 수치와 점수로 비교해뒀다. 

그렇지만 매체 기사 작성을 위한 자료인 만큼 일반인인 나에게는 좀 딱딱하게 다가왔다. 찾아보니 공정거래위원회 블로그(https://blog.naver.com/ftc_news) ‘너랑나랑 오늘부터 공정메이트’에는 같은 자료가 더 쉽게 이야기 들려주듯 보다 부드러운 글로 올라와있다. ‘우리집 댕댕이 사료 뭐로 하지?’, ‘요가복, 어떤 제품이 괜찮을까?’, ‘오늘 시켜도 후회없는 치킨은?’처럼 제목부터 내 마음과 똑같다. 앉은 자리에서 모조리 찾아볼 만큼 흥미있고 구매 결정에 도움되는 자료들이었다.

그리고 또 한 곳, 소비자24(www.consumer.go.kr)의 비교공감 메뉴에도 이와 같은 내용의 상품 비교정보가 있다. 표와 이미지로 구성한 카드뉴스 형태라 일일이 글을 다 읽어보지 않고도 눈으로 파악하기 쉽다. 파일을 바로 열어볼 수도 있고, 내려받아 보관도 가능해 구매할 때 참고해보고자 모아뒀다. 

냉장고 6종 제품을 비교 분석해둔 자료를 보고 뜻밖이었던 점은 내가 전혀 안 보던 요소들이 알고 보면 합리적 소비에 중요한 부분이었다는 것이다. 가격은 물론 저장 온도와 성능, 에너지 소비량, 월간 소비전력량에 이산화탄소 배출량까지 알려줘 환경에 끼치는 영향까지 고려할 수가 있다. 가장 체감하기 쉽게 다가온 비교 항목은 ‘가격이 저렴하고 저장 온도 성능이 우수한 가성비 좋은 제품’과 ‘신선한 야채 보관에 적합한 보습률’이다. 

핸드크림 10개를 비교한 자료에서는 앞으로 제품을 구매할 때 이런 부분도 봐야겠다고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온 항목들이 있다. 여지껏 핸드크림은 가격 부담이 크지 않은 제품 우선으로 샀는데, 우리가 잘 모르는 중금속이나 살균보조제 등 안전성 항목도 있다. 그리고 알레르기 유발 성분명을 표시하지 않은 제품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용량당 가격, 보습 성능까지 비교한 것은 물론 유분감 있는 것, 끈적임 적은 것 등 점수로 표시했다. 무엇보다 다 쓴 후에는 용기를 어떻게 배출해야 하는지도 4단계로 알려주니 구매부터 폐기까지 모든 정보를 다 찾았다. 

가장 흥미 있던 게 치킨 비교다. 새로운 치킨에 도전할 때마다 후기와 동영상을 많이 찾아본 품목이기도 하다. 대표 브랜드 치킨 10곳의 24개 제품을 조사해 양부터 가격, 영양성분까지 선택에 생생한 도움을 줬다. 캡사이신류, 대장균, 원산지, 제품별 중량 차이, 열량 낮은 것, 콜레스테롤 높은 것, 영양정보 표시한 4곳도 알려준다. 덕분에 내가 찾던 가격 대비 중량이 많은 곳, 콜레스테롤이 상대적으로 낮은 제품을 골라낼 수 있었다. 

겉보기에 치중하기 쉬운 요가복은 건조 속도, 파열 강도, 내세탁성, 안전성, 무게, 세탁기 사용 가능 등 직접 보고 골라도 잘 모를 부분들까지 비교되어 있다. 대부분 커뮤니티 정보에 의존하는 반려동물 사료도 나트륨 함량, 제품별 사료 크기의 차이를 알려준다. 주위의 경험담이 많지 않은 LED 전구는 첫 구매에 공을 들여야 하는데, 자세한 구매 요령과 버리는 방법을 알려주니 그 어떤 정보보다 신뢰가 간다. 

사실 온라인에서 가격 비교만 하는 것도 시간이 걸리고 손품이 많이 들어 하기 싫은 작업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소비자원에서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품질 비교정보를 활용하니 시간 낭비 없이 편했다. 수십 번 이곳저곳 클릭하던 번거로움 없이 하나의 자료 안에서 모든 비교를 마치고 개운하게 구매 결정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