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전자정부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뉴스

콘텐츠 영역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을 가다

2024.09.27 정책기자단 정수민
글자크기 설정
목록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기억이 있다. 여름 방학 때, 친구 아버지를 따라 친구와 함께 서울 한복판에 있는 커다란 서양식 석조건물에 간 적이 있다. 같은 해 겨울에 유럽에서 봤던 양식의 건물이 한국에도 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이듬해, TV에서 그 건물이 폭파되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이었던 그 건물의 원래 정체는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조선총독부 청사였다. 

조선 시대 이전의 문화유산과는 다르게 근현대 문화유산 보존에 관심을 가진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급격한 경제 성장에 따른 산업화와 도시화로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근현대 건물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한 까닭이었다. 거기에 일제의 잔재라는 오명도 붙어 있었다. 개발과 성장이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부끄러운 역사를 빨리 잊어버리고 싶기라도 한 듯이 수많은 근현대 건물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국가등록문화유산 중 하나인 ‘서울 홍파동 홍난파 가옥’
국가등록문화유산 중 하나인 ‘서울 홍파동 홍난파 가옥’

이런 배경 속에서 2001년 국가등록문화재(현 국가등록문화유산) 제도가 도입됐다. 국가등록문화유산은 국가유산청장이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 문화유산이 아닌 근현대 문화유산 중 50년 이상 지난 것 가운데 보존 및 활용 조치가 특별히 필요하여 등록한 것이다. 긴급 보호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50년 이상이 지나지 않아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국보, 보물, 사적 등과 같이 ‘지정’된 국가유산이 아니라 ‘등록’된 국가유산으로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근현대 건물의 특징을 반영하여 보존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이다.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엄격한 규제를 통한 원형보존이 원칙인 지정 국가유산보다 더 자율적인 점이 특징이다.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 전경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 전경.

지난 5월 17일 국가유산청 출범 이후 ‘민영환 유서(명함)’가 첫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그와 함께 ‘홍재일기’와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이 등록 예고되었고 등록 예고 기간을 거친 후 8월에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이번에 등록된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을 방문하기 위해 인천광역시 부평구를 찾았다.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은 강제 동원의 아픈 역사가 스며있는 곳이다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은 강제 동원의 아픈 역사가 스며있는 곳이다.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제강점기 시대 일본 기업 미쓰비시 제강에 동원된 한국인 노동자들이 합숙생활을 했던 곳이다. 여러 호의 집들이 줄지어 있어 ‘줄사택’이라고 불렸던 곳으로 광복 후에도 도시 노동자들을 비롯한 다양한 계층의 주거공간으로 사용되었다. 이에 역사와 주거사의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잠겨있는 입구
잠겨있는 입구.
건물에 걸려있는 현수막이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을 반기는 듯했다
건물에 걸려있는 현수막이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을 반기는 듯했다.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은 주민들의 생활공간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원래는 철거하고 그 자리에 공영 주차장을 지으려고 했으나 강제 동원의 역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와 반대로 건설이 중단됐다. 하지만 이미 9개 동 중 3개 동이 철거되어 주민 편의시설과 행정복지센터가 지어진 뒤였다. 건물 벽에 빨간 스프레이로 써진 ‘철거 예정’이라는 글씨와 자물쇠로 잠긴 입구가 철거 위기에서 기사회생한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행정복지센터 2층에 마련된 작은 전시 공간
행정복지센터 2층에 마련된 작은 전시 공간.
하단에 일제강점기 때 부평공장 사택촌의 모습이 보인다
하단에 일제강점기 때 부평공장 사택촌의 모습이 보인다.

철거된 자리에 새로 건설된 행정복지센터 2층에 마련된 작은 전시 공간에서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의 역사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1937년 지금의 부평공원 자리에 일본 기업 히로나카상공 공장 건설이 시작되었고 1942년에 미쓰비시 중공업에 매각되었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이 부평공장을 미쓰비시 제강 인천제작소로 재편했다. 태평양 전쟁에 참전한 일본은 미쓰비시 제강을 군수회사로 지정했고 일본, 한국, 중국 등지에 설치된 작업장에서 일본이 패전할 때까지 전쟁 물자를 제조했다. 한반도에만 114개소가 설치되었고 그중 하나가 인천제작소였다. 그 강제노동에 동원된 조선인들이 머물렀던 곳이 바로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이었다. 이곳이 남한에 유일하게 남은 미쓰비시 제강 강제 동원의 흔적이라고 한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까?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까?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은 근현대 유산이 겪는 과정을 그대로 답습했다. 방치와 낙후, 훼손, 그리고 개발에 따른 철거. 그나마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은 운이 좋은 경우다. 전부 다 철거되기 전에 제동이 걸렸고 국가유산으로 등록되었으니 말이다. 아직도 방치된 채 잊혔거나 철거 위기에 놓인 근현대 건축물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보존 및 관리가 필요한 문화유산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덕분에 국가등록문화유산 제도가 도입되었고 많은 근현대 건축물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앞으로 이 범위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올 9월부터 50년 안 된 유산도 심의해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하고 지원할 수 있는 ‘예비문화유산’ 제도를 시행한다. 곧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어 관리될 케이팝이나 케이드라마 같은 케이컬처 콘텐츠를 고대해 봐도 될까?     

잘 정비되어 새로운 역사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잘 정비되어 새로운 역사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물론 모든 유산을 보존, 관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앞으로 국가유산의 가치와 등록 기준을 보다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립해 나가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등록 후 지자체, 소유자(관리자)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꾸준하고 체계적인 관리와 활용이 계속 성립되어야 하겠다.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후, 관리 및 활용되어 새로운 역사 공간으로 거듭날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도 기대해 본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정수민 amantedeparis@gmail.com

이전다음기사

다음기사어촌에서 즐기는 일과 휴가, 어촌체험휴양마을 워케이션 다녀왔어요

히단 배너 영역

추천 뉴스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정부정책 사실은 이렇습니다

많이 본, 최신, 오늘의 영상 , 오늘의 사진

정책브리핑 게시물 운영원칙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게시물은 삭제 또는 계정이 차단 될 수 있습니다.

  • 1. 타인의 메일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 또는 해당 정보를 게재하는 경우
  • 2.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경우
  • 3.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시키는 경우
  • 4. 욕설 및 비속어의 사용 및 특정 인종, 성별, 지역 또는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용어를 게시하는 경우
  • 5. 불법복제, 바이러스, 해킹 등을 조장하는 내용인 경우
  • 6.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광고 또는 특정 개인(단체)의 홍보성 글인 경우
  • 7. 타인의 저작물(기사, 사진 등 링크)을 무단으로 게시하여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글
  • 8. 범죄와 관련있거나 범죄를 유도하는 행위 및 관련 내용을 게시한 경우
  • 9. 공인이나 특정이슈와 관련된 당사자 및 당사자의 주변인, 지인 등을 가장 또는 사칭하여 글을 게시하는 경우
  • 10. 해당 기사나 게시글의 내용과 관련없는 특정 의견, 주장, 정보 등을 게시하는 경우
  • 11. 동일한 제목, 내용의 글 또는 일부분만 변경해서 글을 반복 게재하는 경우
  • 12. 기타 관계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 13. 수사기관 등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