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학교에서 중학교 어디 갈 건지 적고 부모님 싸인 받아오래!”
아들은 올해 초등학교 6학년으로 좀 있으면 중학생이 된다. 아직까지는 초등학생이라 누가 봐도 덩치만 컸지 ‘어린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중학생이라고 하면 느낌이 완전 다르다. 어쩐지 이제 곧 입시를 코앞에 둘 것만 같은 아찔한 생각마저 든다. 초등학교 입학 때는 통장님이 입학통지서를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나눠주셨던 것도 같은데 중등 입학은 학교에서 배정원서를 나눠주고 1~3지망까지 학교 이름을 적어 오라고 하니 아들과 머리를 맞대고 상의를 해봤지만 사실 별다른 묘수가 떠오르질 않았다. 초등은 집에서 가까운 게 최고라지만 과연 중학교는 어떻게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 과연 대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첫째이자 외동을 키우는 나에게는 난관이 아닐 수 없다.
각 지역의 교육청에서는 나 같이 궁금한 게 많은 예비 중등 학부모들을 위해 설명회를 열고 있다. 소식을 듣고 나또한 부리나케 다녀왔다. 예비 중학생을 둔 학부모들의 가장 큰 이슈는 2025년도가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중1에 도입되는 첫 해라는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대한민국 교육부가 고시한 7차 교육과정을 개정한 것인데 초등 교육과정은 올해부터 일부 적용을 시작으로 중·고등 교육과정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교육부는 디지털 전환, 기후·생태 변화, 학령인구 감소 등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개정이라고 밝혔다.
2025년 중1에게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뉴스는 역시 자유학기제의 본격적인 도입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자유학년제니 자유학기제니 지역별로, 학교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2025년부터는 모든 중학교가 1학년 중 한 학기만 자유학기제를 시행한다는 게 골자다. 중학생은 자유학기제 기간에는 학생 참여형 수업과 연계한 과정 중심 평가를 하고 3학년 2학기에는 진로 연계 교육을 실시해 고입을 앞두고 진로탐색의 과정을 보내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자유학기제에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게 되는 것일까?
현직 중학교 선생님들과 장학사님의 설명에 따르면 자유학기제의 활동은 주제선택활동, 예술·체육 활동, 동아리 활동, 진로 탐색 활동 등의 4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보통 오전에는 교과서 중심의 정규 수업이 이루어지고 오후에 자유학기제 관련 활동을 진행한단다. 학생들이 각 분야에 맞는 자유학기 활동 주제를 스스로 정하고 지식·경쟁 중심에서 벗어나 자기 주도성을 갖고 교과에서 확장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탐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자유학기제 관련 성적은 어떻게 평가할까? 자유학기제 시, 학생들의 성적표는 점수나 수치가 나오지는 않고 담당 선생님께서 아이들의 특징에 대해 서술하는 방식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일단 ‘순위 싸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니 아이들은 잠시나마 성적의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고 학부모들은 자연스레 미처 알지 못했던 자녀의 성격이나 특성과 향후 진로를 정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가지 2025 예비 중학생이 주목해야 할 것은 AI디지털 교과서의 활용이다. 중학교 1학년들부터 수학, 영어, 정보 과목에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는 것이다. 수학은 AI 튜터링이라는 맞춤형 학습 제공 기능으로 학생들의 맞춤 학습을 지원하고, 영어는 음성 인식 기술을 통해서 듣기뿐만 아니라 말하기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또 정보 과목에서는 학부모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코딩 교육을 교육 과정 내에서 실습할 수 있게 되는데 디지털 교과서의 활용은 추가로 이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작은 체격의 아들을 둔 학부모로서 남중 진학을 앞두고 또 한 가지 걱정인 것은 교우관계다. 사춘기의 절정에 있는 아이들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서로에게 분출하다보면 학교폭력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명회를 통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학교폭력의 범위가 상당히 광범위하다는 것이었다. 물리적 폭력 뿐 아니라 아이들이 쉽게 내뱉는 은어, 욕설은 물론 학교폭력의 현장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학교폭력에 해당된다고 한다. 또한 예전처럼 가해자라고 생각되는 아이를 학부모가 직접 만나 훈육을 하는 일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니 절대 안 된다고 하셨다.
과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내가 학교를 다니던 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진 교육 환경 속에서 부모의 역할은 공부의 길잡이보다는 정서적인 부분을 보듬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이할 예비 중학생들이 부디 지혜롭게 이 시기를 지나갈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명진 nanan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