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인 3·1운동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기획소통위원장 |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독립의 꿈, 민주주의의 희망을 담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탄생했다. 2020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한 지 101주년이 되는 해다. 다시 새로운 백년의 출발점에 섰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이듬해인 1920년 벽두에 임시정부 신년축하회에서 안창호는 민주공화국의 탄생의 감격을 이렇게 전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는 황제가 없나요? 있소. 대한 나라의 과거에는 황제는 1인 밖에 없었지마는 금일은 2천만 국민이 모두 황제요, 제군 모두가 황제요, 황제란 무엇이요. 주권자를 이름이니 과거의 주권자는 오직 한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제군이 다 주권자외다”
1945년 해방과 함께 안창호가 선언한 주권재민이 실현될 날이 찾아왔다. 이제 국민들이 일본의 지배 하에서 그토록 열망한 주권재민, 즉 참정의 권리를 갖게 된 것이다. 놀랍게도 1948년 5월 10일에 치러진 제헌의원 선거의 투표율은 95.5%에 달했다. 그만큼 국민에게 참정권은 독립과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소중한 권리였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국민은 101년 전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천명한 주권재민의 가치를 직접 실현하는 주체로서 1960년 4·19혁명, 1987년 6월 민주 항쟁, 2016~2017년에 걸친 촛불시위까지 세 번의 시민혁명을 승리로 이끌었다.
1960년 부정선거를 자행한 책임을 지고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했다. 1987년 전두환 정부는 ‘호헌 철폐, 독재 타도’를 외친 국민적 저항에 굴복해 대통령 직선제 요구를 수용했다. 2016년 가을부터 촛불로 거리를 밝힌 1700만 명 국민의 요구는 2017년 봄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을 이끌어냈다.
이처럼 국민은 자신에게 주권이 있으며 이를 스스로 수호한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줬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에게 자신의 주권을 양도하는 데 결코 만족하지 않고 국민 스스로 주권재민의식을 갖고 3번의 시민혁명이라는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역사를 만들어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서울시 서대문독립공원 어울쉼터에서 열린 제101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기념식에 참석하여 기념사를 하고 있다. |
국민이 주권재민 의식으로 독립과 민주주의를 실현한 100년을 보내고, 새로운 100년의 첫해, 2020년을 맞았다. 지금 우리는 물론 세계가 코로나19의 창궐로 종전과는 다른 삶, 그리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이 위기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모범적인 극복 사례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의 총력을 기울인 대응과 함께 무엇보다 뛰어난 민주시민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것은 지난 100년의 국민적 성취를 기반으로 한 문화의 힘이 발현된 결과였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 김구는 ‘나에게도, 남에게도 행복을 주는 문화의 힘을 길러 세계 평화를 이끌어 나가는 나라’가 되길 소원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중략)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길 원한다. 그리하여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서 실현되기를 원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분단국의 고통을 딛고 세계를 향해 앞으로의 100년을 평화롭게 이끌어갈 문화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안창호는 사랑의 나라, 미소의 나라를 기대했다. ‘훈훈한 마음, 빙그레 웃는 낯.’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헌신했던 독립운동가 김구와 안창호, 그들은 남을 짓밟고 올라서야 하는 나라가 아니라 세계가 평화롭고 정겹게 살아가는데 기여할 수 있는 독립과 민주주의의 나라를 기원했다.
그 희망을 다시 100년을 시작하는 올해 대한민국에서 정부와 국민이 함께 실현하고 있다. 첫걸음이 만들어낼 100년 후의 미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