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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봉쇄가 답이 아니라 다차원적인 연대로 나아가야

최종렬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2020.04.27
최종렬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최종렬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다.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보건 체계가 미흡한 ‘후진국’에서 일어난 국지적 재난으로 치부했다. 중국도 자국의 문제로 보아 전체주의 국가 특유의 비밀주의로 대처하다 일이 커지자 뒤늦게 봉쇄 정책을 실시했다.

2020년 2월 코로나19가 중국은 물론 아시아를 넘어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유럽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3월 11일 WHO는 급기야 팬데믹을 선언했고 이탈리아를 필두로 유럽 각국은 앞다퉈 봉쇄 정책을 펼쳤다. 월경을 막고 자국 영토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의 이동을 제한했다. 내외부 이동을 막아 자국의 영토를 고립된 컨테이너로 만들었다.

강 건너 남의 일 보듯 하던 미국도 뉴욕을 위시해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번져가자 부랴부랴 봉쇄 정책을 취했다. 컨테이너 안에 들어와 있는 감염자의 동선을 추적하고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검사를 통해 코로나19를 잠재우려 했다.

WHO는 팬데믹이라 했지만 사실상 각 국가가 코로나19와 개별적으로 싸우고 있다. 전 지구적 협력을 통해 바이러스와 싸워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전 지구적 리더십의 공백이 생겼다. 그 틈을 타고 일종의 국민국가주의가 새로운 대세를 타고 있다.

국민국가는 명확하게 구획된 영토 안에 살아가는 국민에게 절대주권을 휘두른다. 푸코는 국민국가가 의학적·수학적 지식을 동원해 자국의 안보와 안전을 보증해 줄 인구를 조절하고 통제하는 것을 ‘통치’라 불렀다. 세계 1, 2차 대전과 홀로코스트를 겪은 유럽의 경우 통치 개념은 결코 긍정적인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최근 인구 정책의 하나로 난민을 수용소에 가두어 봉쇄해왔으니 더욱 그러하다.

현재 적지 않은 학자들이 각국 정부가 시행하는 봉쇄 정책을 국민국가가 행하는 통치의 연장으로 보고 있다. 안보와 안전을 명분으로 국민국가의 영토 안에서 움직이는 인구의 동선을 추적하고 감시하는 국가 테크놀로지에 우려를 표한다. 개인의 생명과 행복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국민국가의 안보와 안전을 책임져 줄 인구의 재생산에만 관심을 기울인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통치가 이렇게 부정적인 함의만 지니는 것은 아니다. 통치는 또한 국민의 생명과 권리를 보장하고 지키는 시민권 제도이기도 하다. 난민의 경우가 보여주듯 시민권 제도로서 통치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으면 벌거벗은 생명으로 전락한다.

진짜 문제는 통치라기보다는 국민국가를 자기 완결적인 절대주권을 가진 존재로 보는 시각이다. 이제 국민국가는 특정 영토에 고립된 컨테이너가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 서로 연계된 탈영토화된 네트워크다. 그 안에서 개인, 집단, 지역, 국가, 역내, 세계 등 여러 차원의 행위자들이 강도 높은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오른쪽 두번째)이 21일 오후 경기 안산시 소재 코로나19 경증환자 치료시설인 '경기국제2 생활치료센터'를 방문, 상주 의료진들을 격려하면서 '덕분에 챌린지' 손동작을 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오른쪽 두번째)이 21일 오후 경기 안산시 소재 코로나19 경증환자 치료시설인 ‘경기국제2 생활치료센터’를 방문, 상주 의료진들을 격려하면서 ‘덕분에 챌린지’ 손동작을 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코로나19 역시 이러한 다차원적인 탈영토화된 네트워크 안에서 여러 행위자가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로 번졌다. 개별 국민국가가 발원지를 어느 한 곳에 고착해서 봉쇄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학자들은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일회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다. 개별 국민국가의 일방적인 봉쇄에만 맡기지 말고 다차원적인 연대로 나아가야 할 이유다.

이 연대의 출발점은 어느 영토에서 살아가든 상관없이 영향을 받는 사람이라면 모두 당사자라는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은 다른 당사자들과 나눌수록 더욱 커진다. 그런 점에서 최근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은 의미가 깊다.

비록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가격리하고 있지만 다차원적인 탈영토화된 네트워크 덕분에 어디에 있든 상관하지 않고 누구에게라도 작은 연대를 표현할 수 있다. 내가 타자를 바라보고 있고, 타자 역시 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서 이를 바탕으로 나를 바라보고, 나 역시 그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 때, 비로소 ‘사회적 삶’은 시작된다. 우리가 상대방을 연대의 손을 내밀 당사자로 바라보면 상대방도 역시 이를 알고 연대의 손을 맞잡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야 좋은 사회적 삶을 함께 만들어갈 꿈을 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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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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