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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에 대한 세계의 시선, J-시네마

[영화 A to Z, 시네마를 관통하는 26개 키워드] ⓙ J-Cinema(J-시네마)

2020.05.11 이지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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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슨과 딕슨의 키네토스코프가 일본에 소개된 시기는 1896년으로, 영화가 탄생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듬해에 뤼미에르 형제의 기술 스태프들이 오사카에 도착했다. 그들은 스크린에 필름을 영사하는 시네마토그라프를 소개했고, 거리에서 게이샤 등의 모습을 촬영했다.

중국이 1905년에 처음 영화를 만들었고, 한국영화 <의리적 구토>가 1919년작이란 점을 떠올리면 일본에서 영화가 시작된 시기는 무척 빠른 편이다.

하지만 익명으로 촬영된 무성영화를 제외하고, 본격적으로 일본영화가 해외에 소개된 것은 1920년대에 이르러서다. 당대는 아방가르드 사조가 유행하여 ‘새로운 기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던 시기였다.

◈ 해외에서 바라보는 일본영화의 시초

1867년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 이후로 일본 미술품에 대한 관심은 유럽 전체로 확대되었다. 당시 등장했던 용어가 ‘자포니즘(japonism)’이다. 이 단어의 존재만으로도 19세기 서구사회에서 일본미학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자포니즘에 대한 인식이 번져있던 시기에, 일본영화는 처음 해외에 소개된다. 1926년 3월에 파리 ‘우슬린 극장’에서 프랑크 토쿠나가가 출연한 영화 <아이 노 히미츠>(1924년작)가 처음 상영된다. 이 영화는 르네 클레르의 단편영화 다음에 연속해서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 노 히미츠>는 당대 유행하던 아방가르드 성향을 지닌 단편영화였다. 하지만 이 작품의 미학은 프랑스 아방가르드와는 질감이 달랐다. 때문에 다른 영화들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프랑스 평단은 이 영화의 외화면이 지닌 의미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해외에 영화가 소개될 때, 기존 미학적 가치가 절대적인 지표가 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차라리 ‘자포니즘’ 같은, 사회적 인식의 틀을 이용하는 편이 유리하다. 번져있던 선입견을 단번에 뛰어넘을 긍정 지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후 일본영화가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이다. 구로자와 아키라의 <라쇼몽>(1950년작)과 미조구치 겐지의 <우게츠 이야기>(1953년작)가 차례로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일본영화에 대한 세계시장에서의 거리감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 J-시네마의 영향력에 대해

그런 일화가 있다. 구로자와 아키라가 영화제에서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미조구치 겐지는 기존의 제작 방식을 바꾸어 ‘해외 평단이 좋아할만한 영화를 찍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비록 개인적 야심이라 해도 영향력은 대단했다. 실제로 미조구치 겐지가 베니스에서 수상한 후에 그의 영예는 비단 시네아스트 개인에 국한되지 않았다.

어쩌면 한 나라의 영화가 국제적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명확한 지표가 필요한 것 같다. 넓어진 일본영화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오즈 야스지로 등 가려진 거장들의 재평가가 시작됐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10월에 일본의 대중문화 개방을 시작한다. 가장 먼저 ‘영화’와 ‘비디오’ 수입이 허용된다. 단, 몇 가지 조건이 붙었다. 한일 공동제작 작품이거나, 일본배우가 출연하는 한국영화이거나, 혹은 세계4대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에 한해 개방이 허용됐다.

대중들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은 단연 ‘해외영화제 수상작’이었다.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탄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하나-비>(1997년작)가 일본영화 최초로 국내에서 개봉했고, 이어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탄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카게무샤>(1980년작)가 제작된 지 무려 18년 만에 한국에 소개됐다.

일본문화 개방 이후 1998년에 국내에 일본 영화가 처음 개봉되자 서울 시내 한 극장앞에서 일반 관람객들이 첫 개봉작인 <하나-비>의 포스터를 관심있게 살펴보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일본문화 개방 이후 1998년 국내에 일본 영화가 처음 개봉되자 서울 시내 한 극장앞에서 일반 관람객들이 첫 개봉작인 <하나-비>의 포스터를 관심있게 살펴보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차츰 단계적으로 일본의 대중문화는 국내에 수용된다. 1999년에는 ‘국제영화제’의 해석 폭이 커졌고, 연령 제한 없는 ‘전체관람가’로 대상이 확대됐다. 이듬해에는 국제영화제 수상작이면 ‘애니메이션’도 개봉이 가능해졌으며, 2004년에는 음반과 게임 등 전방위적인 개방이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일본영화 수입이 우리 영화산업에 미친 영향은 예상만큼 크지 않았다. 개방 이전에 몰래 감추어 돌려보던 <러브레터>(1995년작)의 비디오테이프를 향하던 호기심은, 오히려 개방 이후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오늘날 ‘J-Cinema(J-시네마)’라고 부를 수 있는, 일본영화의 해외 영향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2018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경우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업은 소위 말하는 ‘일본 독립영화’ 범주에 해당한다. 대형 영화사가 제작하지 않았으며, 흥행 면에서도 메이저와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그의 영화는 마스터피스적 영향력을 가졌다. 세계 각국에서 그의 회고전이 기획하고 있고, 평론계에서는 오즈 야스지로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업을 비교 평가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이를테면 <어느 가족>(2018년작,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같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에는 감성주의 이면에 가려진 현실적 기표들이 스며들어 있다.

드라마가 발생할 때마다 작동하는 ‘생략’ 기법이 그중 가장 유명하다. 장황한 설명 없이도 현실적 상황들은 자연스레 환기된다. 의식적이든 아니든 그의 영화는 오마주를 끌어내는 일종의 ‘스타일’이 되어 있다.

현재 J-시네마가 내놓는 신맛의 우화적인 표현들에 대해, 비단 일본 사회만을 겨냥했다고 국한시킬 수는 없다. 자본주의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상처가 극단화되는 세계적인 불균형을, 현대의 일본영화들은 쓰다듬는다.

자포니즘에서 출발한 모더니즘적 영화의 필체가, 어느새 세계의 지속적인 근심에 초월적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물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업을 일본영화 전체로 확장시킬 수는 없다. 그럼에도 지금 그의 이름이 J-시네마의 얼굴이 되어 있는 것을 부정하긴 어렵다.

이지현

◆ 이지현 영화평론가

2008년 '씨네21 영화평론상'으로 등단했다. 씨네21, 한국영상자료원, 네이버 영화사전, 한겨레신문 등에 영화 관련 글을 썼고, 대학에서 영화학 강사로 일했다. 2014년에 다큐멘터리 <프랑스인 김명실>을 감독했으며, 현재 독립영화 <세상의 아침>을 작업 중이다. 13inoch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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