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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음울한 기운을 전세계로 전염시킨 뉴 메탈 개국공신

[장르의 개척자들] 콘(Korn)

2024.02.26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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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뉴 메탈(Nu Metal)’이 유행했던 90년대 중 후반 무렵에는 정작 다른 이름들로 불리곤 했다. 

이따금씩 ‘하드코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사실 하드코어는 아예 다른 종류의 음악을 지칭하는 명칭이고(ex: 마이너 스렛, 배드 브레인스, 헤잇브리드 등), ‘랩 메탈’이라는 용어의 경우 랩을 하지 않는 뉴 메탈 밴드들(ex: 스테인드, 인쿠버스 등)에게는 맞지 않는 단어였다. 

‘핌프 록’이라는 명칭 또한 그에 해당하는 가사를 쓰는 밴드의 수가 무척 적었다. 결국 이런 모든 요소들을 두루두루 포괄하는 ‘뉴 메탈’이라는 용어가 한국에도 정착했고, 이는 광범위한(혹은 어중간한) 명칭만큼이나 다양한 바운더리를 아우르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뉴 메탈은 헤비 메탈의 요소에 힙합과 얼터너티브 록, 인더스트리얼 등을 섞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존 메탈의 기타 솔로 같은 음악적 기술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보다 무거운 음을 사용하기 위해 7현 기타가 주로 연주됐고 후에 이는 ‘젠트(Djent)’로 진화하면서 8현 기타로까지 확대된다. 랩과 DJ의 스크래치 등을 활용하기도 했으며 기본적으로는 그로울링 창법과 스크리모가 곡에서 자주 등장했다. 

뉴 메탈 베이시스트와 드러머는 각각 훵크와 힙합의 영향을 받은 리듬감을 장착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콘의 베이시스트 필디는 기존 베이스 연주자들과는 차별화된 소리를 만들어내곤 했는데, 디스토션을 심하게 건 상태에서 슬랩 스타일로 연주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그루브를 창조했다. 

드러머 데이빗 실베리아의 경우 마치 깡통을 두드리는 듯한 스네어 톤으로 격렬함을 더했다. 뉴 메탈은 이처럼 다양한 요소들을 갖춰내면서 90년대 미국 헤비 메탈의 새로운 물결을 주도하는 핵심 장르가 된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의 그루브 메탈과 얼터너티브 메탈 밴드들, 이를 테면 판테라, 헬멧, 페이스 노 모어, 세풀투라 같은 이들이 뉴 메탈의 토대를 다져 놓았다. 이렇게 차려진 밥상 위에 밴드 콘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화약고의 불꽃이 점화된다. 

2011년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를 장식한 콘.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1년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를 장식한 콘.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994년 걸작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을 내놓은 콘은 세간에 충격을 선사했다. 여느 뉴 메탈 트랙들이 그러하듯 폭력과 파괴, 병적인 집착과 정신분열 등의 주제들을 다뤄냈고 이는 종합적으로 세기말의 음울함과 맞물려져 있었다.

실제로 저 캐치프레이즈는 당시 꽤나 유용하게 활용됐다. 이 무렵 십대 시절을 보내던 이들이 음울해질 수 있는 동기를 콘을 비롯한 뉴 메탈 밴드들이 제공했다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서 1993년 결성된 밴드 콘은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트랙탑, 드레드 헤어스타일과 벡파이프, 그리고 7현 기타를 들고 등장했다. 

콘은 물론 뉴 메탈 그 자체를 상징하는 싱글 ‘Blind’, ‘Clown’, 인트로의 벡파이프가 묘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Shoots and Ladders’가 수록된 데뷔 앨범은 더블 플래티넘을 달성하면서 다시금 메탈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린다. 

로스 로빈슨의 프로듀스를 통해 완성된 앨범은 낮은 톤의 기타와 묵직한 그루브, 그리고 어두운 감성에 집중하면서 기존 메탈 씬에서 볼 수 없었던 사운드를 바탕으로 새로운 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후속작 <Life Is Peachy> 또한 기존 의류 회사의 이름을 기괴한 약자로 만들어버린 ‘A.D.I.D.A.S.’, 한번 들으면 결코 잊혀지지 않는 ‘Twist’ 등의 곡을 히트시키면서 빌보드 앨범차트 3위에까지 랭크 됐으며 그래미 베스트 메탈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한다. 

결국 세 번째 앨범 <Follow The Leader>에서 이들은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에 오르면서 첫 주에만 26만 8천장을 판매하는 성공을 거둔다. 

‘Got the Life’와 ‘Freak on a Leash’ 덕분에 앨범은 전세계적으로 1천 만장 이상을 판매했는데, 자신의 앨범에 참여시킨 림프 비즈킷, 아이스 큐브 등과 함께 <패밀리 밸류즈>라는 타이틀의 투어를 기획하고 각국을 돌아다닌다.

감성적인 기타 아르페지오가 두드러졌던 <Issues>, 실험적인 축에 속했던 <Untouchables>의 경우 공개 이전 온라인 상에 유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빌보드 앨범 차트 2위를 차지해냈다. 

2003년도 6집 <Take a Look in the Mirror> 이후 이들과 10년 여 기간 동안 함께해왔던 이모탈 레코즈와 결별하고,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헤드 웰치 또한 종교에 몰두하면서 팀을 나간다. 

회사를 옮겨 발표한 2005년 작 <See You on the Other Side> 이후에는 드러머 데이빗 실베리아가 팀을 나갔고, 이후에는 새로운 드러머가 확정될 때까지 슬립낫의 조이 조디슨이 드럼을 연주해줬다. 

이후 끊임없이 다양한 앨범들을 내놓는 와중 2012년 무렵 다시금 브라이언 헤드 웰치가 돌아오면서 2013년에 <Paradigm Shift>를 발표했고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장르로서의 뉴 메탈은 21세기에 가장 많이 팔린 메탈 앨범으로 기록된 린킨 파크의 <Hybrid Theory>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부터 밴드의 과포화 등의 이유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수 많은 뉴 메탈 밴드들이 다른 장르들로 편입되거나 혹은 해체됐지만 콘은 여전히 같은 자리를 지키면서 쇠락하는 왕국의 군주로 외롭게 군림했다.

참고로 보컬 조나단 데이비스는 자신들이 뉴 메탈 밴드라 불리는 것을 싫어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메탈리카가 ‘스래쉬 메탈 밴드’라 불리지는 않으며,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또한 ‘훵크 록 밴드’가 아닌 자신들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는 이유에서 였다. 

콘 역시 자신들이 장르를 초월한 존재라 생각하고 있는 듯한 모양이다. 물론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의외로 전자음악 뮤지션들이 콘에게서 영향을 받기도 했다. 스크릴렉스의 경우 아예 콘과 함께 작업하기도 했으며,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의 경우 자신의 공식 티셔츠를 콘의 로고를 변형한 형태로 제작하기도 했다.

콘이 전설의 데뷔 앨범이 발매한 지 어느덧 30주년을 맞이하게 됐다. 뉴 메탈, 그리고 콘 모두 한때는 철 지난 유행으로 치부된다 거나, 혹은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우울한 분위기 때문에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특정 장르의 원로가 되었으며 이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면서 콘, 그리고 뉴 메탈은 음악적 한계를 뛰어 넘으면서 다양한 형태로 증식되어 갔다. 사람들이 뉴 메탈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간에 콘은 시간의 시험을 견뎌냈다.

☞ 추천 음반

◆ Follow the Leader (1998 / Immortal, Epic)

콘의 커리어 정점에 도달했던 시기 공개된 야심작. 앨범 아트웍과 비디오에 <스폰>의 원작자 토드 맥팔레인의 삽화를 사용했으며, ‘Got the Life’ 같은 곡의 비디오에서는 차를 불태우는 등 이들의 과잉된 프로덕션이 감지된다. 

2018년도에는 <Follow the Leader> 20주년 기념으로 앨범 전곡을 연주하는 쇼를 하기도 했던 만큼 콘 자신과 씬 전체에 있어서도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작품이라 하겠다.

◆ Issues (1999 / Immortal, Epic)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우드스탁 99> 페스티벌 이후 공개된 앨범. 불길한 오르골에서 나오는 듯한 멜로디, 그리고 공간계 이펙터들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인해 콘의 디스코그라피 중 가장 감성적이면서 우울한 작품이 됐다.

한상철

◆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다수의 일간지 및 월간지, 인터넷 포털에 음악 및 영화 관련 글들을 기고하고 있다. 파스텔 뮤직에서 해외 업무를 담당했으며, 해외 라이센스 음반 해설지들을 작성해왔다. TBS eFM의 <On the Pulse> 음악 작가, 그리고 SBS 파워 FM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록밴드 ‘불싸조’에서 기타를 연주한다. samsic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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