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선생 머리맡엔 비상 탈출구가 있었다

[임시정부, 그 길을 가다 ⑪] 가흥 김구 피난처 및 임정 요인 거주지 정책기자 최종욱 2019.04.09

윤봉길 의사의 홍구(훙커우)공원 의거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만방에 알리는 계기가 됐지만, 김구 선생을 비롯한 임시정부 요인들에게는 장강을 거슬러 오르는 피난길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했다.

임시정부 이동 경로.(출처=국가보훈처 공식 블로그)
임시정부 이동 경로.(출처=국가보훈처 공식 블로그)
 

상해를 떠나 8년 동안 항주(항저우), 진강(전장), 장사(창사), 광주(광저우), 유주(류저우), 기강(치장) 등을 옮겨다녀야 했다. 중경(충칭)에 도착하기까지 6천km가 넘는 대장정. 일본은 김구를 잡기 위해 현상금만 현재 돈으로 200억 원, 밀정 300여 명을 풀었다.

가흥 김구 피난처
가흥 김구 피난처.


만약 중국 현지에 조력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피신 생활. 임정과 함께한 수많은 조력자 중에, 직접적으로 임정 요인들을 보호했던 가족이 있다. 바로 중국인 저보성(추푸청) 가족이다. 가흥(자싱)의 김구 피난처 및 임정 요인 거주지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만났다.

저보성은 가흥 지역의 유지였다. 김구의 피신 생활에 저보성 가족이 총 동원됐다. 중국 국민당과 연이 닿아있던 독립운동가 박찬익이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임정 요인들의 피신에 중국 국민당 정부가 비밀리에 은신처를 제공한 셈이다.

가흥 피난 시절 임시정부 요인들에 도움을 준 저보성 가족. 뒷줄 맨 왼쪽이 진동생, 앞줄 오른쪽 끝이 주가예다.
가흥 피난 시절 임시정부 요인들에 도움을 준 저보성 가족. 뒷줄 맨 왼쪽이 진동생, 앞줄 오른쪽 끝이 주가예다.
 

첫 번째 피신 장소는 저보성의 아들 저봉장(추펑장)이 경영하던 종이공장이었다. 이후 저보성은 김구의 피난처를 매만가로 옮기게 된다. 가흥은 남호라는 호수로 유명한 관광지인데, 매만가는 남호로 둘러싸여 있다.

김구 선생과 저보성 가족의 이야기는 김구가 두 번째로 피신했던 매만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매만가 김구 피난처는 전시관으로 잘 보존돼 있다.

남호가 보이는 주변 풍경이 그저 평화롭기만 하다. 이 평화로운 곳이 김구 선생에게는 밤잠 제대로 이루지 못할 피난처였다는 사실이 가늠이 되지 않는다.

현재 김구 피난처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매만사
평화롭게만 보이는 김구 피난처 정경.


김구 피난처에는 김구의 피난 과정과 피신을 도운 저보성 가족인 저봉장, 주가예(주자루이), 진동생(천퉁성)이 소개돼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지난 1996년 저보성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고, 2018년에는 그 후손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강가에 자리잡고 있어 배를 타고 남호로 피신하기 쉬웠다. 저봉장의 양아들인 진동생 소유의 건물로 2층 목조주택이다. 진동생은 2층을 내주며 김구의 피난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실제 현장에 가보니 김구가 실제 사용했던 욕조와 침실이 복원돼있다. 특히 2층 침실의 비상 탈출구를 보니, 한 번도 편안히 잠을 이룰 수 없었을 김구 선생의 모습이 그려졌다.

김구 선생은 남호 쪽으로 난 뒷문을 이용해 배로 탈출을 하기도 했는데, 집에 걸린 빨래 색깔로 위험 여부를 판단했다고 한다.

하루도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지 못했던 김구. 침대 바로 옆 비상탈출구가 있었습니다.
하루도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지 못했던 김구. 침대 바로 옆 비상탈출구가 있었다.


가흥에까지 일본 경찰의 추적이 이어지자, 저보성은 김구를 자신의 며느리이자 저봉장의 아내인 주가예 집안의 별장이 있는 해염(하이옌)으로 이동시킨다. 주가예 역시 함께 동행한다.

김구는 자신을 도왔던 주가예에 대해 백범일지에서 “우리 국가가 독립이 된다면, 우리 자손이나 동포 누가 저분의 용감성과 친절을 흠모하고 존경치 않으리오. 활동사진은 찍어두지 못하나 문자로나마 기록하여 후세에 전하고자 이 글을 쓴다”라고 기록하며 주가예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김구 선생은 심지어 선상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오늘은 남문 호수에서 자고, 내일은 북문 강변에서 자는’ 생활이었는데, 이때 김구가 신세를 진 이가 선낭(노젓는 여인들) 중 한 명인 주애보(주아이바오)였다. 주애보는 김구가 남경(난징)으로 피신했을 때에도 현지에서 부인 역할을 하면서 일제의 눈을 피하게 했다.

이동녕 선생이 묵었던 곳
김구의 모친 곽낙원 여사와 아들 김신의 침실.


김구 피난처를 뒤로하고, 역시 저보성 가족이 마련해줬던 임정 요인 거주지를 찾았다. 이들은 가흥 남문 일휘교 17호에 거주했는데, 이곳에서도 임정 요인들이 실제 사용했던 침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임정 요인 거주지에 소개된 설명을 통해 대표적으로 김구의 측근인 엄항섭, 부친 김가진의 뒤를 이어 독립운동에 투신한 김의한, 김구와 함께 임시정부를 주도했던 국무령 이동녕 등 당시 이곳에 거주했던 임정 요인들의 거처를 살펴볼 수 있었다.

김구 피난처와 임정 요인 거주지는 불과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한동안 떨어져 살았고, 서로의 거처도 몰랐다고 한다.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잘 말해주는 일화다.

임정 요인들이 실제로 묵었던 침실을 찾았다. 이동녕의 가족부터, 김구의 모친 곽낙원 여사와 아들 김신의 방까지. 일면식도 없었던 이들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며 신변을 보호했던 저보성 가족의 헌신을 떠올리며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김구 피난처 및 임정 요인 거주지 앞에서...
가흥 임정 요인 거주지 앞에서.

 
그동안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저보성 가족의 노력. 역사에 만약은 없다고들 하지만, 만약 ‘저보성 가족이 없었다면, 임정 요인과 김구 선생은 안전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그곳에서 이들의 이름을 천천히 불러보았다. 임정이 꿈꿨던 나라,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는 후손으로서 최소한의 예를 표하기 위해서였다.

고난의 현장 속 임정 요인들을 도왔던 저보성 가족. 임정의 조력자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또 다른 독립운동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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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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