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물의 대향연이 화려한 막을 올렸다. 2019 광주 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17일 간의 힘찬 시작을 알렸다.
7월 12일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찾은 광주송정역은 플랫폼부터 대회를 알리는 문구들로 넘실거렸다. 열차에서 내리면 찾을 수 있는 입간판과 플래카드는 활력 넘쳤고, 서포터즈들의 환대는 정겨웠다. 역사와 밖에 세워진 대회의 캐릭터 수리와 달이는 친구처럼 다정하게 느껴졌다.
2019 광주 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회식이 열린 광주여대 시립 유니버시아드 체육관.
◇ 수영을 사랑하는 모두가 광주에서 외쳤다
수영은 특정 스포츠라기보다는 많은 이들이 즐기는 운동이다. 또 필수적인 생존활동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모두를 한마음으로 묶어준다. 광주는 남녀노소를 떠나 대회를 응원하는 사람들로 더욱 뜨거웠다.
특히 이번 대회는 시민이 만드는 개회식을 비롯해 여러 시민들의 참여가 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역에서 만난 서포터즈들도 다르지 않았다.
광산구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남재우(65) 씨는 “이번 대회가 꼭 성공해서 국제적으로 광주의 멋을 알리고 싶다. 관광의 도시인 광주는 먹거리와 볼거리가 참 많은데 다 보고 가면 좋겠다” 라고 말했다.
광주송정역 광산구 서포터즈들이 응원합니다! |
봉사활동에 참여한 남재우(오른쪽 두 번째) 씨와 동료들이 응원합니다! |
개회식이 열리는 광주여대 시립 유니버시아드 체육관 밖에는 수많은 인파로 가득했다.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경기장 주변을 맴돌았다. 아이 손을 잡고, 연인 손을 잡고 멀리서라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으로 몰려들었다.
유양숙 씨와 남편이 응원합니다! |
남편과 함께 온 유양숙(58) 씨는 “표를 못 구해서 들어가진 못하지만 밖에서라도 응원을 하고 싶어 왔다. 광주 시민으로 세계적인 큰 대회를 연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앞으로 광주가 세계적인 도시로 더욱 발전했으면 좋겠다” 라며 함께 파이팅을 외쳤다.
◇ 화려한 개회식, 평화의 물결 속으로(DIVE INTO PEACE)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던 개회식. |
개회식장 안은 온통 빛으로 가득했다. 미디어 아트를 사용해 바닥부터 천장까지 흐릿하고 파란 바다 속 신비로운 분위기를 선사했다. 천장에는 물고기들이 헤엄을 쳐 더욱 생생함이 느껴졌다.
화려한 개회식은 모두를 잠시 환상이라는 곳으로 이끌었다. |
잠시 숨쉬는 것조차 잊을만큼 아름다웠던 순간들. |
압도적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건 15m 아쿠아그래피(Aqua graphy)와 360도 대형영상이었다. 관중석에 놓인 LED 목걸이를 건 시민들은 스스로 변화하는 빛이 돼 반대편에서 볼 때는 더없이 예뻤다.
무대에서는 춤을 추고 공중에서는 와이어를 이용해 날아다니고, 사람들은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다.
어느 곳에도 시선을 뗄 수 없었던 개회식 장면. |
개회식은 인간의 과욕으로 오염된 물을 세상의 사랑이 담긴 인간의 눈물로 정화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개인적으로 백미는 물이 거꾸로 올라 천장까지 뒤덮으며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을 한 마음으로 만들어 준 순간이었다. 미디어 아트를 이용해 물살이 기둥을 넘어 천장 위로 올라가자 마치 체육관 전체가 파도로 뒤덮인 듯해 관중들은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플라스틱 가득한 오염된 물을 고래가 괴로워하고 있다. |
풍요로운 현대 문물 속에 바다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이고 고래는 괴로워한다. 광주에서 모인 사랑하는 마음이 치유의 빛이 돼 함께 오염된 물을 치유한다. 또한 무등산에서 피어난 반짝이는 꽃잎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인다는 메시지도 담았다.
여러 빛깔의 꽃송이로 물들여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
공연 후 진행된 각 국가별 선수단 입장 역시 독특했다. 미디어 아트를 이용해 각국의 국기가 설치된 막을 타고 흐르면 안에서 남녀가 실제 국기와 팻말을 갖고 나와 입장하는 방식이었다. 자국 국기가 나오면 선수단에 앉은 선수들이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참가한 194개국 국기가 입장하는 모습. |
미디어 아트로 태극기가 내려오는 그 아래서 남녀가 국기와 팻말을 들고 입장했다. |
태극기가 들어오자 박수소리와 함성소리는 더욱 커졌다. |
마지막으로 한국이 나오자 모두 환호를 질렀다. 이어 각 귀빈의 응원사와 선수 대표 선서, 축하 공연 등으로 화려했던 개회식은 막을 내렸다.
돌아가는 시민들이 마지막으로 본 건 밤하늘을 수놓은 아름다운 불꽃이었다.
개회식을 축하하는 불꽃이 먼 하늘에 터졌다. 경기장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예고 없이 울린 폭죽에 예상 못한 놀라움이 더해져 매우 즐거워보였다. 기분 좋은 분위기에 도취돼 모두 가던 길을 멈추고 불꽃을 쳐다보았다.
역사에 놓인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캐릭터 수리와 달이가 반갑게 맞이한다. |
돌아가는 길에서 바라본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이렇게 비춰졌다. 시원하고 파란 물이 뜨겁고 붉은 빛과 만나 태극이 된 모습이랄까.
개회식 모습은 화려했고, 내용을 충분히 담고 있어서 더욱 좋았다. |
흐뭇하게 돌아서는 머릿속에 앞으로 빛의 고을, 광주가 물을 만나 펼쳐질 대장정이 불꽃처럼 밝고 크게 들어왔다. 막차를 타러 가는 눈에 담긴 광주의 모습 역시 불꽃처럼 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