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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소통학개론~

도시재생이 꿈꾸는 소통, 우수 공공건축 현장 구산동도서관마을 방문기

2019.07.01 정책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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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나라 건물끼리 잇다 보면, 언젠가는 온 세계를 걸어서 갈 수 있지 않을까?”

아들의 그림 속 수많은 건물들은 모두 통해 있었다.

틈을 내 2년간 다닌 서울시 어린이 건축학교 승효상 교장선생님 말씀이 생생하다.
틈을 내 2년간 다닌 서울시 어린이 건축학교 승효상 교장선생님 말씀이 생생하다.
 

아들은 건축가를 꿈꿨다. 말수가 줄어든 만큼 스케치북은 가득 찼다. 기발한 상상을 그냥 넘길 수만은 없었다. 바쁘다고 소홀했던 미안함을 어떻게든 풀어보고 싶어 아들과 함께 서울시 건축물 공모전에 도전했다.

후텁지근한 여름, 바람 한 점 없는 도시 한복판서 건물 불빛이 켜지는 순간을 봐야 한다는 아들과 해가 저물기를 기다렸다. 땡볕인 건물 앞에서 보낸 그 두 시간은 땀만 흘린 시간이 아니었다.

끝말잇기부터 초성퀴즈 등 잊지 못할 추억이 켜켜이 쌓였다. 건축이 우리에게 준 소통이었다. 수상보다 기뻤던 건, 함께 한 시간들이었고, 말없던 아들이 보여준 진심이었다. 

2016년 서울시 건축문화제에서 만난 대상을 탄 구산동 도서관 마을 모형.
2016년 서울시 건축문화제에서 만난 구산동도서관마을 모형.
 

그렇게 내게 불쑥 찾아온 건축에 대한 관심은 점점 공공건축으로 넓혀갔다. 2016년 서울시 건축문화제가 열린 동대문 DDP 플라자에서 건축대상을 받은 모형이 확 시선을 끌었다. 서울 은평구 ‘구산동도서관마을’이었다.

7년간 주민들 바람이 모여 3채의 빌라와 5채의 가옥을 이어 도서관 마을을 만들었다고 했다. 2006년부터 도서관을 요구하는 주민들 서명운동이 있었고, 2012년 서울시 주민참여사업으로 선정되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 도시재생이 꿈꾸는 소통 

구산동 도서관 마을. 여러 채가 어우러진 특징이 그대로 장점이 됐다.
구산동도서관마을 전경. 여러 채가 어우러진 특징이 그대로 장점이 됐다.
 

대한민국 건축분야의 주요 정책을 심의하고 건축 정책의 조정 등을 시행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담당자와 함께 구산동도서관마을을 방문했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는 ‘사회가 만드는 건축, 건축이 만드는 더 나은 사회’를 주제로 현장을 찾아갈 계획인데, 이번 구산동도서관마을 방문도 그 일환이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을 방문했을 때, 마치 오랜 기간 그려온 연예인을 실물로 직접 만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하나하나 눈길이 더 갔다. 

도서관으로 재탄생했지만, 전혀 낯설지 않은 공간. 바로 도시재생과 생활 SOC가 지향하는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기존 골목이었던 곳에서 책을 고르고, 예전에 방이었던 곳에 앉아 책을 읽는 셈이니 이보다 더 아늑할 수 있을까.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함께 책으로 잠시 떠나볼 수 있는 공간.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함께 책으로 잠시 떠나볼 수 있는 공간.
 
책 속 문장을 읽다가 문득 저 먼 곳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이곳에서 위를 보면 또 도서관이 다르게 보인다.
책을 읽다가 문득 저 먼 곳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천장을 올려다보니 도서관이 다르게 보인다.
 

여덟 개의 집마다 다른 옥상 차이는 휴식공간으로 탄생했고, 골목은 책 복도로, 천장이 낮은 주차장은 미디어실로 피어났다. 기존 건물이었던 벽돌과 화강석, 내부로 들어온 발코니 등은 도서관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야외마당에서는 식물을 볼 수 있다.
야외마당에서는 식물을 볼 수 있다.
  

1층에는 녹음을 하는 스튜디오가 보였다. 마을미디어 활동을 많이 하는 주민들 의견이 반영됐다. 벽마다 꾸며진 빼곡한 일상의 즐거움이 주민의 참여와 열정을 보여준다.

다른 도서관에 비해 많은 자료실도 눈에 띈다. 각종 자료실이 여러 프로그램이나 활동으로 연결되니 주민 삶도 즐거워졌다. 물론 이렇게 다양한 자료실이 있을 수 있었던 건 주민들 생각과 참여가 큰 역할을 했다. 

주민라디오 11명 청소년은 7명이 맡아 방송을 들려준다. 미디어자료실(왼쪽), 스튜디오 (오른쪽)
미디어자료실(왼쪽)과 스튜디오(오른쪽).
  
만화의 숲에는 직접 만든 만화부터 재미있는 만화들을 볼 수 있다.
만화의 숲에서는 직접 만든 만화부터 각종 재미있는 만화들을 볼 수 있다.
 

이곳의 또 다른 특징은 만화자료실이다. ‘만화의 숲’ 이라고 불리는 자료실이 2~4층까지 있다. 단순한 학습 만화가 아니다. 층별로 연령대도 다르다.

또 학생들이 직접 그린 만화들도 전시돼 있다. 만화자료실을 만드니 전 연령대가 좋아했다. 중장년 남성들은 향수를 느끼며 찾아왔고 학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만화를 보며 교감하는 모습도 보였다.  

올라가는 계단에 옛 사진이 있어 기억을 찾아볼 수 있다.
올라가는 계단에 옛 사진이 있어 기억을 찾아볼 수 있다.
 

마을자료실도 특색 있다. 4층 마을자료실에서는 은평구 발간 자료 및 주민활동자료를 언제든지 볼 수 있다. 올라가는 계단에는 건축 전 사진이 있어 옛 모습을 알 수 있다. 

하나 하나 정성이 들어있다. 내가 책을 보는 곳이 얼마 전에는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라는 사실이 신기하다.
하나하나 정성이 들어있다. 내가 책을 보는 곳이 얼마 전에는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라는 사실이 신기하다.


“건축 당시 건축가가 주민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했어요. 그러니 주민들이 기대도 크고 애착이 있지요. 다른 도서관에 비해 머물고 싶고 한 번 더 오고 싶은 편안한 느낌을 준다고 해요. 불편한 점이요? 굳이 말한다면 한 공간에만 책이 있는 게 아니라 책 찾기가 어렵다는 것 정도일까요.”

건축 이전부터 함께 한 사서 박정아 씨가 도서관에 대해 들려줬다.  

어느 집 방이었을까. 이제는 오손도손 가족이 아닌 마을 주민이 토론을 하는 곳이 됐다.
어느 집 방이었을까. 이제는 오손도손 가족이 아닌 와글와글 마을 주민들이 토론을 하는 곳이 됐다.
 

자유로이 돌아본 도서관은 미로 같아 오히려 재미있었다. 더욱이 추억까지 간직한 주민이라면 이곳에 더없는 애정이 샘솟지 않을까.

◇ 마을의 기억과 주민의 추억을 담은 도서관 

“얼마 전 강사로 온 유현준 건축가가 도서관이 보고 싶어 강의를 수락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민,관의 협치의 중요성, 그리고 지속성과 운영 현실을 이야기해 준 신남희 관장.
민·관 협치의 중요성, 그리고 지속성과 운영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 준 신남희 관장.
 

구산동도서관마을 신남희 관장을 만났다. 민·관 협치의 완성품이라고 했다. 민·관 따로 했다면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왔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디지털 사회에 길들여진 젊은이들에게 공공도서관의 매력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차별화되고 깊이 있는 강의를 고심했어요. 단편적인 강의가 아닌 연속적인 강의를 준비해 지난해는 철학 강의만 21개 강의를 진행했는데, 무척 호응이 좋았어요.” 

사실 이 근처가 다가구 주택이라 홍보가 잘 될까 꽤 걱정했단다. 그렇지만 웬걸, 좋은 관심은 멀리 퍼지기 마련. 애착을 가지니 참여 인원이 많아지고, 강의가 좋으니 금세 정원이 꽉 찼다. 

만화를 마음껏 보는 도서관. 우선 가고 싶지 않은가.
만화를 마음껏 보는 도서관. 우선 가고 싶지 않은가. 당시의 벽돌 등 흔적이 남아 있는 것도 또 다른 멋이다. 
 

신 관장이 생각하는 도서관은 어떤 모습일까.

“마을 도서관은 누구나 가고 싶고 친구를 만나고 싶을 때 언제나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이 아닐까요? 도서관이 그런 역할과 사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변화해야 할 시점인 거죠.” 

저마다 다른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새롭게 태어났다. 이곳이 어땠을 까 하는 생각도 함께 해보면 의미는 더해지지 않을까?
저마다 다른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새롭게 태어났다. 이곳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해보면 의미는 더해지지 않을까?
 

한참 머문 도서관을 나왔다. 걸어오다가 자전거를 타고 불광동에서 왔다는 30대 여성과 마주쳤다. 두 번째 방문인데 마을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고, 노트북 이용할 공간을 찾았는데 안 보여 조금 아쉽다는 말을 던졌다.

문득 승효상 위원장(국가건축정책위원회)이 말했던 공공건축과 좋은 건축이 생각났다. 삶의 공간이 아름다워지면 생활도 즐거워진다는 이야기, 또한 도시재생은 단편적인 사업이 아니라, 실생활이기에 지속되어야 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었다.

  1층에 있는 공간은 5층까지 천장이 뚫려 시원한 멋을 준다.
1층에 있는 공간은 5층까지 천장이 뚫려 시원한 멋을 준다.
 

마을 안에 서로 다른 우리가 살고 있다. 1인가구가 증가하지만 이웃사람과 인사조차 어려운 사회에서 공공건축은 소통으로 이어져 이웃은 친구가 되고 공감의 수는 늘어나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주민들은 편안한 가운데 생활 속 질이 향상된다. 이것이 바로  도시재생과 생활 SOC가 추구하는 지향점 아닐까. 몇 년 전, 건축이 줬던 소통의 힘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김윤경
정책기자단|김윤경
otterkim@gmail.com
한 걸음 더 걷고, 두 번 더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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