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인 순(張 仁 順) <원자력환경기술원 원장>
연초부터 대만 방사성폐기물의 북한 반입문제로 나라 안팎이 떠들썩하다.
이번 일은 사회적으로 한번 부각 되었다가 사라지는 예사로운 일로 여길 수 없는 것이며,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임에 분명하다. 이는 북한지역의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에서 뿐만 아니라 통일한국을 준비하는 한민족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제기 된것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로서 이는 원자력발전소의 운전원들이 사용했던 장갑·방호복·덧신·폐수지 등이며 90%이상이 가연성이다.
이러한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부지조사평가 및 안전설계요건 등 제반 안전평가를 거쳐 공학적으로 안전하게 건설된 처분시설에 운반하여 방사능이 소멸될 때까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점검하여 관리하면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중·저준위의 방사성 폐기물의 관리는 기술만 확보되어 있다면 아무런 문제될 것이 없는데, 문제는 당사자가 북한이라는데 있는 것이다.
북한은 연구용원자로만 있고 원자력발전소가 없기 때문에 방사성 폐기물처리·처분기술은 물론 관리시설조차없다. 경제적인 열악함 때문에 폐기물을 들여 오려는 북한이 시설 설치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리라고는 기대할 수조차 없다.
단지 임시보관만 하거나, 폐광 등에 매설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 경우 갱도 배열과 불균질한 암반분포로 인해 안전성과 건전성을 보장할 수 없고, 지하수 때문에 방사성 폐기물 용기가 부식되고, 침출된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 이동경로에 따라 확산 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다.
또한 북한은 안전성 관련 기준·규제체제가 갖추어져 있다는 보고가 없고, 처분시설 건설과 관련된 엔지니어링 기술 및 안전성 확보관련 연구실적이 국제사회에 보고된 바가 없어 북한의 기술 능력을 믿을 수 없을뿐만 아니라 가장 큰 문제는 시설관리자들의 안전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1978년초 고리 1호기 가동이후 약 20년간 원자력기술을 축적하여 왔으며, 북한에 한국표준형 원자로를 건설할 수 있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원자력발전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이에 걸맞게 한국전력공사의 원자력 환경기술원은 지난 10여년 간의 축적된 기술개발을 통해 국내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최근 IAEA와의 방사성 폐기물관리 안전협약을 제정하기위해 적극 참여하는 등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향후 개발되는 기술을 국제적으로 공동 활용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IAEA국제기준은 매우 엄격하게 되어 있다. 기본원칙은 방사성 폐기물은 인간 및 자연 환경의 보호를 위하여 마련된 제어수단에 의하여 관리돼야 하며, 이를 위해 인접국가와의 국경에 상관없이 윤리적인 차원에서 관리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인접국에게 고지하거나 동의를 얻는 것은 국제적 의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제적인 관례도 ‘자국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자국에서 최종 관리한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일본의 경우에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프랑스에 위탁 했는데, 그때 발생한 모든 폐기물을 전량 다시 자국으로 가져온 일이 그 좋은 예이다. 그러나 이번에 문제가 된 북한과 대만은 모두 IAEA에서 탈퇴한 상태이고, 외교 및 정치적인 문제까지 복합된 일이라서 국제적인 규제조치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통일한국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국민정서상 대만 방사성 폐기물의 한반도 반입은 절대 수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열악한 북한의 경제 및 기술에 비춰 볼때 방사성 폐기물의 북한내 처분은 정도에 따라 한반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되고, 통일 후에는 고스란히 우리 후손들에게 경제적·환경적 부담으로 남게 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이번 사건이 통일한국을 대비한 한민족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임을 다시 확인하며, 북한에 대하여는 대북경수로 사업에 따라 향후 북한에도 필연적으로 발생할 방사성 폐기물의 관리를 위해서 남북한간의 우호적인 기술협력을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