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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방과후 선생님은 군인 아저씨!”

현역병사 교편 잡는 ‘군인 멘토링’…군-학교 윈윈하며 사교육 대안 가능성

2013.04.26 정책기자 조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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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흔들리지 마. 친구는 네 공부를 대신 해주지 않아’
‘집에서는 잠만 재우십시오’
‘죽을 때까지 시킵니다’

사교육비 20조 시대. 자극적인 학원 광고가 쏟아지고 단속반을 피해 자정이 넘은 시각까지 학원, 과외 수업이 이뤄지며 영어 유치원, 주말 기숙학원이 유행처럼 번지는 등 우리나라의 사교육 시장은 여전히 불야성이다.

이런 상황 속, 대한민국의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기 위한 작은 시도가 눈길을 끈다. 군인들이 멘토가 돼 학생을 가르치는 ‘군인 멘토링’ 프로그램이 그것. 군인들이 자매결연을 맺은 초·중·고교를 찾아가 직접 방과후 수업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영어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1학년 교실의 모습. 모둠 수업 형태로 앉아 멘토 교사의 설명에 집중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해 보였다.
영어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1학년 교실의 모습. 모둠 수업 형태로 앉아 멘토 교사의 설명에 집중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해 보인다.

육군 제 5799부대가 기획한 이 프로그램은 경기도의 자율형 공립 고등학교인 청학고등학교, 별내중학교, 별내아동복지센터와 협력해 지난 2010년부터 3년째 진행 중인 프로그램으로, 탄탄한 수업내용과 편안한 분위기로 학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지난 4월 1일. 청학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영어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교실을 직접 찾아가봤다. 모둠 수업 형태로 앉아 멘토 교사의 설명에 집중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해 보였다. 이 수업에 참여중인 1학년 심온유 양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적은 학생들과 수업하다 보니 좀더 자세하게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어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2학년 박지수 양 또한 “정규 수업시간에 놓쳤던 부분을 다시 공부할 수 있고, 소수정예이다 보니 개인적으로 질문하기가 좋다. 성적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군인 멘토링’ 사업을 고안한 육군 제 5799부대 김재왕 중령.

‘군인 멘토링’ 사업을 고안한 육군 제 5799부대 김재왕 중령은 “학교와 부대의 위치가 가깝다 보니 궤도 장비로 인해 수업에 방해를 주는 일이 빈번했다. 이에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던 중 군인 멘토링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부대에서는 멘토링을 지원해주고 학교에서는 병사들을 위해 주말마다 체육관과 운동장을 개방해주며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중령은 이어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군인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두려워하거나 거리감을 갖는 대신 군인을 동경하며 장래 희망을 군인으로 꼽는 학생도 생겼다.”며 군인 멘토링이 이뤄낸 긍정적 효과를 설명했다.

청학고등학교 지도교사 고재만 씨는 “학생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선생님보다는 오빠, 형 같은 멘토들로 인해 편안한 수업이 이뤄지고, 소통도 가능하다. 성적과 관련한 구체적인 통계는 제작하지 않았지만 참여 학생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라며 “특히, 수강료가 무료여서 학원이나 과외 같은 사교육을 받기 힘든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청학고등학교 지도교사 고재만 씨.
청학고등학교 지도교사 고재만 씨는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특히, 수강료가 무료여서 학원이나 과외 같은 사교육을 받기 힘든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칭찬이 자자한 프로그램인 만큼 군인 멘토의 선발 과정 역시 엄격하다. 우선, 군에서 희망자의 지원을 받고 1차 면접을 실시한다. 1차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희망 교과에 대한 학업실적과 학생 지도 경험을 바탕으로 한 2차 서류 심사가 이어지고, 이들 중 군 간부가 직접 멘토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엄선된 군인 멘토의 열정 역시 대단할 수밖에 없다. 2학년 영어 과목의 멘토 교사로 위촉된 이재성 상병은 “군대라는 곳 자체가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다 보니 무료함을 달랠 무언가가 필요했다.또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입장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공부할 수 있어서 지원하게 됐다.”며 지원동기를 밝혔다. 그는 “학생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해주기 위해 공부하게 되는 것 같다.”며 “책임감이 부쩍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학 과목의 멘토 교사로 활동했던 고진우 상병은 “수학교육학을 전공하다 보니 교육경험을 쌓고 싶어 지원했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고등수학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멘토링 활동으로 고등수학을 다시 공부하게 돼 오히려 제가 더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작년보다 학생들의 열의가 더 뜨겁고 인원도 더 많아졌다.”고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을 표했다.

‘군인 멘토링’의 장점에 대해서는 “보통 군대에 입대하는 시기가 대학교 1학년이다. 학생들과 연령대가 비슷하다 보니 기존 선생님들의 수업보다 딱딱하지 않다”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재미있게 수업하고 있고, 공감대를 형성해가며 같이 공부하는 분위기다. 완전한 선생님이라기보다는 선생님과 친구 사이 정도라고 할 수 있다.”고 두 멘토가 입을 모았다.
‘군인 멘토링’ 프로그램의 멘토 교사로 위촉된 이재성 상병(좌)과 고진우 상병(우).

지난해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 또한 편안한 수업 분위기를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2학년 원미란 양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 수업이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서 이뤄지니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진행된다.”며 “평소 무섭고 딱딱하게만 느껴지던 군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2학년 최효정 양 역시 “소수정예로 그룹 과외처럼 운영해 좀더 집중도가 높아지고, 부족한 과목을 보충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며 “교과서를 교재로 삼아 학교 수업 진도에 맞춰 교과서를 같이 풀고, 모르는 문제를 질문해 다 풀었다. 덕분에 시험 점수가 30점 이상 향상됐다.”고 말했다.

최 양은 이어 “멘토 선생님들이 국방 행사에 참여하거나 훈련에 참여하게 되면 수업이 취소된다. 제설 작업이나 비가 많이 오는 등 기상상황에 따라 수업이 달라져 진도를 놓쳤을 때도 더러 있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사교육비 절감 효과를 봤다는 한 학부모는 “우선 학교 내에서 진행되는 수업이기 때문에 마음이 놓인다. 멘토 병사들의 학력도 높아서 일반 사교육에 견줘 봐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것 같다.”며 “다만, 사교육 없이 군인 멘토링에만 의존하기에는 아직 조금 불안한 면이 있다.”고 전했다.

‘군인 멘토링’ 프로그램은 매주 월요일, 수요일 오후 6시 50분부터 8시 20분까지 90분간 운영되며, 청학고등학교 1~2학년 학생들 중 소외 계층 학생을 우선으로 담임교사 추천을 받아 멘티 학생을 선발한다. 청학고등학교에서는 현재 영어, 수학의 두 과목을 3~5명의 소그룹 형태 나눠 교과학습 위주로 진행 중이다. 수업은 멘토와의 수업 후 멘티 학생이 매 시간 간단한 내용 정리를 통해 자신의 학습 내용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김재왕 중령은 “기존에 진행 중인 영어 수업은 문법 위주로 운영해왔는데, 4월부터는 미국 유학생인 병사를 멘토로 위촉해 영어 회화반을 창설할 계획”이라며 “여름방학을 활용해 청학고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병영체험도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사교육비 절감에 대한 확실한 대응책을 찾기 어려운 지금. 비록 현재는 일부 학교와 군부대의 작은 시도에 그치고 있지만 ‘군인 멘토링’ 같은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 전국으로 확산돼 사교육비 절감에 다소나마 숨통을 터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정책기자 조정경(고등학생) jungke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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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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