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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상목입니다.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었습니다.
법률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소관 상임위원회가 11월 30일까지 예산안과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정부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도록 하는 '자동 부의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과거 국회의 과도한 정쟁과 예산안 처리의 법정기한 미준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입법 시 도입되었습니다.
자동 부의 제도가 폐지되면 국회에서 소관 위원회가 예산안 심사를 마쳐야 하는 기간의 제한이 없어져 예산안 최종 의결이 헌법상 기한인 12월 2일을 넘길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됩니다.
이에 정부는 예산안 의결 지연이 민생과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 등 법률안의 문제점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국회에 신중한 논의를 요청드렸습니다. 그러나 국회 내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야당 주도로 금일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정부 예산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법률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정부는 동 법률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법률안은 다음과 같은 중대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 법률안은 헌법이 정한 예산안 의결 기한을 준수하지 않는 상황을 정당화하여 위헌 소지가 큽니다.
우리 헌법은 국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되면 행정부가 예산 집행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12월 2일까지 국회가 예산안을 의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선 늦어도 11월 30일까지는 예결위 심사를 마쳐야 합니다.
그러나 법률안은 11월 30일이 지나도 예결위와 상임위가 예산안과 세입예산 부수 법률안에 대한 심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여 헌법 규정에 반하는 상황을 명시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둘째, 예산안과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이 기한 내 의결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지면 국회 의결이 늦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귀결됩니다.
예산안의 국회 의결이 지연되면 정부는 물론, 지자체와 정부보조기관은 기간 부족으로 예산 집행을 충실히 준비하는 것이 어렵게 됩니다.
특히, 취약계층 일자리, 지역 SOC 등의 사업을 연초부터 집행하기 위해서는 회계연도 개시 전인 12월에 예산을 미리 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예산안이 12월 초에 의결되었을 때는 상당 규모의 예산을 회계연도 개시 전에 배정하여 왔으며, 최근 2년과 같이 국회 의결이 12월 하순까지 지연된 경우에는 이를 실시하지 못하게 됩니다.
또한,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의 확정도 지연되어 고용, 기업투자, 소비 등 경제주체들의 의사 결정에 불확실성이 가중될 우려가 큽니다.
셋째, 법률안 개정 사유로 들고 있는 충분한 국회 심사기간 확보도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2014년 5월 자동 부의 제도가 시행될 때 국회가 충분한 심사기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 예산안을 헌법이 정한 기한인 10월 2일보다 한 달을 앞당겨 9월 2일까지 제출하도록 국가재정법을 개정한 바 있습니다.
이를 고려할 때 충분한 예산안 심사를 위해서 자동 부의 제도 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넷째, 법률안 시행으로 예산안 늑장 의결이 반복될 경우 국가 시스템에 대한 대내외의 신뢰 하락이 불가피합니다.
자동 부의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는 법정기한 내 예산안이 처리된 적이 매우 드물었습니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1년 연속 법정기한을 넘겨 예산안이 의결되었고, 심지어 2012년과 2013년에는 해를 넘겨 1월 1일에 의결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때마다 준예산 사태에 대한 우려 등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이 반복되었는데 자동 부의 제도가 폐지될 경우 이러한 과거로 회귀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국민께서 내주신 세금은 필요한 시기에 효과적으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국회가 예산안과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을 헌법이 정한 기간 내 의결하고, 행정부도 이에 대한 집행을 충실히 준비해야 합니다.
금일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안은 정부 이송을 앞두고 있습니다.
법률안이 이송되면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의요구를 대통령께 건의하여 주무부처 장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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