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년 만에 여러분을 다시 만납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강산이 두 번 변할 시간이 지났습니다.
통일가족 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반갑습니다. 정동영입니다.
앞서 재임시절 사진들 보니까 '아 남북관계에 저런 시절도 있었구나'라는 회한, 그리고 남북이 함께 뜨거웠던 그 숨가팠던 순간들이 바로 며칠 전 일처럼 다가옵니다.
통일부를 떠나있던 시간에도 제 마음속 깊은 곳에는 항상 그 시절 그 현장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저는 전주(全州)가 지역구인 국회의원입니다.
하지만 통일부는 '제 신념의 지역구'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께서 저를 다시 통일부장관으로 보낸 것은 무너진 한반도의 평화를 복원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라는 특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다시 맡겨진 역사적 소명을 무겁게 안고 모든 힘과 역량을 쏟아부을 것을 다짐합니다.
2.
존경하는 통일가족 여러분, 20년 前, 통일부는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의 언덕 위에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통일부는 완전히 무너진 남북관계의 폐허 위에 서 있습니다.
2004년 7월 1일, 제가 제31대 통일부장관을 시작하며 했던 취임사를 오랜만에 읽어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 개발, 이산가족 상봉, 남북경협, 민간교류, 그리고 남북대화, 6자회담, 동북아의 평화 번영…
우리가 '통일부라는 이름으로' 써 내려갔던 땀과 눈물이 서린 단어들이 무심하게 수북이 쌓여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시간은 어디로 다 증발한 것입니까.
지난 남북관계의 시간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입니까.
윤석열 정부는 내란(內亂)을 통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통일부의 무력화를 통해서 한반도 평화의 마지막 버팀목까지 부러뜨렸습니다.
지난 3년간의 반북 대결 노선은 남북관계를 적대감에 가득 찬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무너진 남북관계와 실종된 평화는 국민들의 일상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우리 사회의 분열과 이념 갈등을 고조시켰습니다.
남북관계를 관리하고 한반도의 평화공존을 이끌어야 할 통일부 조직은 축소되었고 역할과 기능은 왜곡되었습니다.
남북관계를 복원하고자 하는 우리 스스로의 의지와 능력마저 퇴색되었습니다.
이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의 복원, 이를 위한 통일부 정상화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3.
사랑하는 통일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첫 일정으로, 판문점을 다녀왔습니다.
통일가족을 대표해서 분단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판문점을 다녀왔습니다.
대답이 없는 남북 직통 전화를, 전화기를 들고 벨을 길게 세차례 눌렀습니다.
선이 끊어진 것인지 벨이 울려도 받지 않는 것인지, 전화는 먹통이었습니다.
긴장과 적막과 침묵으로 가득한 DMZ를 뒤로하고 판문점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저는 다시 한 번 무거운 마음으로 분단국가의 통일부 장관으로서 긴 전쟁을 끝내고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시작해야 할 역사적 소명을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이제는 '정책의 대전환'을 통해서 실종된 평화를 회복하고 무너진 남북관계를 일으켜 세워야 합니다.
첫째, 남북간 평화 공존입니다.
"평화가 전부는 아니나, 평화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서독 빌리 브란트(Willy Brandt) 前 수상의 말을 다시 새깁니다.
지금은 '평화의 시간'이어야 합니다.
평화가 경제이고 민생이며, 안보와 생존의 토대입니다.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국민주권정부의 첫 통일부장관으로서, 평화를 만들고 지켜온 민주정부의 역사를 정확하게 계승하겠습니다.
또한 지금은 '공존의 시간'입니다.
상호 적대가 아닌 상호 공존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실용적인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남북간 끊어진 연락 채널을 신속히 복구해야 합니다.
작은 소통에서 시작해 큰 대화로 이어 나가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께도 호소드립니다.
해묵은 냉전(冷戰)의 언어들을 단호하게 거부해 주십시오
적대와 대결이 아닌 화해와 협력의 편이 되어 주십시오
평화의 편에 서 주시라고 부탁드립니다.
둘째, 평화경제 그리고 공동성장의 길입니다.
평화가 밥입니다.
평화가 경제를 안정시키고 경제가 다시 평화를 확장하는 남북 간 '평화경제' 시대를 열어야합니다.
남북간 호혜적 협력은 서로에게 이익입니다.
우리 모두의 미래를 만드는 토대입니다.
과거 개성공단이 민간의 땀과 헌신으로 이루어졌듯이, 새로운 평화경제의 미래 역시 민간이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남북간 경제협력을 재개하고, '한반도 AI 모델'과 같은 첨단형 미래 협력 모델도 모색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경제의 지평을 확장하기 위해서 국제사회와의 협력과 연대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셋째, 국민주권 대북정책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광장에서의 빛의 혁명을 통해서 태어났습니다.
국민주권정부란, 평화와 통일문제에 주권자가 폭넓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평화와 통일에 구경꾼은 있을 수 없습니다.
통일부는 가장 시민친화적이고, 가장 시민참여적인 부처로 환골탈태해야 합니다.
모든 판단의 기준은 역사와 국민의 뜻이어야 합니다.
주권자인 국민이 남북관계와 통일 문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사회적 대화 기구'를 출범하도록 할 것입니다.
국회와의 초당적 협력을 위한 방안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내란의 밤을 극복하고 빛의 혁명을 통해서 국민주권을 실현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한반도 평화주권의 시대를 열어가길 희망합니다.
이를 통해 통일부는 국민이 주인인 민주적 남북관계, 남북이 공존하는 평화적 남북관계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실용적 남북관계, 세계시민과 연대하는 보편적 남북관계를 열어갈 것입니다.
4.
통일가족 여러분, 정책 대전환을 힘있게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축소되고 왜곡된 통일부 조직의 정상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첫째, 조직 역량의 '회복'입니다.
지금의 통일부는 비정상입니다.
통일부가 있어야 할 그 자리에 되돌려 놓겠습니다.
쪼그라들고 위축된 여러분의 자존심을 함께 회복하도록 하겠습니다.
교류협력국 없이 어떻게 평화경제의 시대를 열 것이며, 남북회담본부 없이 어떻게 남북대화의 문을 열 수 있습니까?
통일부가 평화의 버팀목이자 건설자로서 더 큰 책임과 역량을 다할 수 있도록 조직의 기능과 역할을 정상화하고 강화하겠습니다.
둘째, 조직 문화의 '치유'입니다.
통일부의 DNA는 화해와 협력, 평화와 공존입니다.
그것이 주권자 국민이 통일부에 부여한 역할입니다.
통일부는 대결과 적대가 아니라, 평화와 협력의 시간을 기억해야 합니다.
남북이 함께 흘렸던 땀과 눈물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 기억의 힘으로 지금의 이 어려운 시기를 넘어야 합니다.
지난 3년의 시간의 타성과 완전히 결별합시다.
뒤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이끌어 가야 합니다.
그것이 진짜 통일부의 모습입니다.
셋째, 조직의 '성장'입니다.
앞으로 통일부는 평화를 재건하는 평화부, 미래를 준비하는 미래부, 통합을 선도하는 통합부로 거듭날 것입니다.
속도감 있게 일해야 합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움직이면서 실천해야 합니다.
문제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통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분단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도전하는 통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열정과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조직의 정상화를 위해 제가 앞장서 뒷받침하겠습니다.
통일부장관으로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반도평화특사'의 역할도 적극 해 나갈 것입니다.
통일부의 역할을 국제무대까지 능동적으로 확대하여, 한반도 평화체제의 문을 함께 열어나가길 희망합니다.
5.
통일가족 여러분, 2004년 7월 장관 취임 당시, 돌아보면 그 때 남북관계는 침묵의 시간이었습니다.
장관 취임 후 석 달, 여섯 달, 아홉 달이 지나도록 저와 통일부는 침묵의 긴 터널 속에 갇혀 있었습니다.
2005년 5월 차관급회담이 열리기까지 열 달이 걸렸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쉼 없이 문을 두드리자 마침내 문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그 문은 6.17 면담과 9.19 공동성명으로 이어지는 한 편의 드라마로 향했습니다.
그때 저는 대북정책의 핵심은 '인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저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유의 북진이 아닌 평화의 확장으로, 적대와 대결이 아닌 평화와 협력으로 가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멈춰 서버린 1단계 화해협력부터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남북관계의 모든 것이 폐허입니다.
완전히 무너지고 끊어지고 사라졌습니다.
개성 평화도시를 재건하는 일, 금강산으로 가는 길을 다시 여는 것은 끊겼던 혈관을 잇는 일입니다.
평화의 혈관입니다. 통일의 혈관입니다.
벽돌 한장 한장 들고 다시 남북관계의 집을 짓도록 합시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책임있는 당국자들에게 제안합니다.
남북관계는 불일불이(不一不二)의 관계입니다.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닌 관계입니다.
지난 2021년 김정은 위원장은 대남·대미관계와 관련해서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을 천명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지난 3년은 남북간에 최악의 시간, 적대와 대결로 서로를 맞받아쳤던 강대강의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강대강의 시간을 끝냅시다.
선대선의 시간으로 바꿔야 합니다.
최근 우리 국정원이 대북방송을 중단하자 북측은 방해전파 송출을 중단했습니다.
지난 6월에는 우리가 대북확성기를 끄자 북측이 소음 방송을 중단했습니다.
선대선의 조치입니다.
냉전의 유물이었던 대북 심리전 방송,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것이 남북 신뢰 회복의 첫 신호였듯이 앞으로 남과 북은 무너진 신뢰를 하나씩 쌓아갈 것입니다.
서로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서 노력하다보면 다시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시작할 날도 올 것입니다.
6년은 너무 길었습니다.
일체의 대화가 중단된 6년은 남과 북 모두에게 피해와 후퇴를 안겨준 어리석은 시간이었습니다.
적대와 대결의 시간을 뒤로 하고 다시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갑시다.
1991년 보수정부 아래서 맺었던 기본합의서에서 약속한 대로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평화공존의 시대를 새롭게 열어가야 합니다.
2000년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그리고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의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엉킨 실타래를 풀되, 푸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함께 옷 한 벌을 지어 입읍시다.
이것은 오천년 역사의 명령이고 현재의 의지이고 미래를 후대들에게 떠넘기지 않아야 할 도리입니다.
엉킨 실타래를 풀면 한 벌 옷이 됩니다.
올해 12월 26일은 시인 김소월이 진달래꽃을 펴낸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런 경사를 남과 북이 함께 누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진달래꽃 100년 공동행사를 같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습니까?
존경하고 사랑하는 통일가족 여러분, 우리에게는 금단의 선을 넘어 역사를 만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인내심을 갖고 저멀리 아른거리는 평화를 향해 나아갑시다.
용기를 갖고 우리 앞에 놓인 장애물들을 넘어섭시다.
오늘 저와 여러분의 만남은 단순한 재회가 아닙니다.
'새로운 시작'을 향한 '첫 출발선'입니다.
오늘부터 다시 시작합시다.
여러분을 믿고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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