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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공존 3대 청사진 이행 종합학술회의 기조연설

2026.09.17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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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장관 정동영입니다. 

한 달 전, 8월 15일 이재명 대통령께서는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 평화공존 3대 청사진을 밝혔습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포용적 평화공존, 싸울 필요가 없는 안정적 평화공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책임있는 평화공존입니다.
 
이 3대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해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여정에 나서자,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8월 16일 바로 다음 날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했고, 연내 북미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혔습니다. 

동북아 정세에 지각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이 변동, 격변의 시기에 개최되는 오늘 학술회의는 평화공존 3대 청사진의 이행과 평화체제 실현을 위한 체계적,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고 논의합니다.
함께해 주시는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 
전재성 동아시아연구원장님을 비롯해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깊이 있는 통찰로 3대 청사진에 관한 구상을 책자로 펴내주신, 아마 여러분들의 책상 위에 책자가 놓여 있을 겁니다. 
구갑우 교수님, 이정철 교수님, 전재성 원장님, 최용환 부원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953년 7월 이후 현재까지 73년입니다. 
이 기간동안 한반도는 휴전 상태, 정전체제 아래 놓여있습니다. 
그러니까 한반도에서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겁니다. 

정전협정은 제4조 60항에서 "협정이 조인되고 효력을 발생한 뒤 3개월 내에 한국(Korea)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정전협정은 단지 과도적인 성격의 합의였고, 별도의 전쟁 종식과 평화적 해결에 관한 합의, 다시 말해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체제로의 전환 필요성을 적시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합의는 약속했던 3개월 기한을 지나 73년이 지나도록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동서고금에 이런 전쟁은 없습니다. 
한반도에서 공식적인 전쟁 상태가 76년 넘게 이어진 셈이죠.

정전체제가 지속되는 동안 남과 북은 대규모의 전쟁 재발은 피했지만 수많은 국지적 충돌과 교전 상황을 겪었고 헤아릴 수 없는 희생을 치루어왔습니다. 

군사적 긴장의 장기화, 일상화는 막대한 군비지출을 수반했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대표되는 한국경제 저평가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희생과 피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한반도 정전체제의 폐해는 남북 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한반도의 공식적인 전쟁 상태는 곧 북미 간의 적대와 대결의 지속을 의미하며 90년대 이후 북핵 위기의 핵심적인 배경이 되었습니다. 

과거 동서냉전이 종식되던 시기에도 한반도 냉전과 정전체제는 해소되지 않았고 북미관계는 적대관계로 그대로 남았습니다. 

북미 적대관계를 배경으로 한 북한의 생존전략은 모험적인 핵무기 개발로 나타났습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은 약 60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의 핵무기는 더욱 증가되고 있습니다. 

이 같이 한반도의 공식적 전쟁상태, 정전체제가 지속되는 한 남북한은 군사적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지속가능한 평화공존을 이룰 수 없습니다. 

북미관계도 적대와 대결에서 탈피할 수 없습니다.
북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찾을 수 없습니다. 

바로 이것이 이재명 대통령이 일관적으로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한반도 문제의 근원적 해법이 바로 오래된 전쟁, 76년이 넘게 지속되는 전쟁상태를 종식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데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수립은 한반도를 넘어서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 공동번영의 기반이 될 것이며, 그것을 바라는 각 국가들의 전략적 이해에도 부합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 70여년 간, 한반도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954년, 제네바 고위정치회담은 19개 나라가 참여해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논의한 최초의 외교적 노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외국군 철수 주장과 자유 총선거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협상은 결렬되었고 평화체제로의 전환은 좌절되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뒤 1996년, 김영삼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을 설득해 함께 4자 회담을 제안하였고, 평화체제 구축과 군사적 긴장 완화에 대한 논의가 여섯 차례에 걸쳐 제네바에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한미군 철수 주장과 평화협정 당사자 문제로 4자 회담은 좌초되었습니다. 

그리고 2000년, 역사적인 6.15 정상회담으로 화해·협력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그해 10월, 워싱턴에서 조명록 인민군 차수가 백악관을 방문해서, 북미 간의 적대관계 청산과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약속한 조미 공동 코뮈니케가 발표되었습니다. 

하지만, 2002년 1월,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북미관계 정상화는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2005년 9월 19일, 남북미중러일 6자 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역할로 
9.19 공동 성명이 채택되었습니다.

9.19 공동성명은 한반도 비핵화, 북미·북일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동북아에서의 다자 안보협력 증진을 포괄적으로 엮어서 합의한 획기적인 진전이었습니다.

특히 한반도 현대사 100년사에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주변 당국들과 외교적 합의를 이끌어낸 최초의 기념비적 사건이었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발표와 동시에 미국은 BDA 제재를 발표했고 그것이 암초가 됐습니다.

9.19 공동성명은 2007년, 2년 뒤에 다시 2.13 합의 등으로 그 불씨를 이어갔지만 
한국에서 새로 등장한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비핵·개방·3000이라는 선 비핵화 노선, 그리고 미국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라는 사실상의 무시 방치 전략이 맞물리면서 좌절됐습니다. 

한미 정부가 제재 압박에 주력하는 동안 2009년부터 2016년까지 8년 사이 오바마 정부 시기입니다. 
최악의 시기였습니다. 

북한은 4번의 핵실험과 수차례 ICBM 시험을 포함해 핵능력 고도화로 질주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 하에서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간이 열렸습니다.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으로부터 두 달 뒤, 북미 정상은 싱가포르에서 직접 만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평화체제의 전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 완화 카드를 제시했고 미국은 '영변 + α'를 요구하면서 결렬됐습니다.

그렇게, 북한의 비핵화 결단은 물거품이 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진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허무하게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해 전임 대통령들이 해결하지 못한 과제로 규정하고 "내가 나만이 해결할 수 있다"라고 의지를 밝혔지만, 하노이의 기회를 놓친 것은 너무나 아쉽습니다. 

그간의 평화체제 구축 노력 실패에는 세 가지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첫째, 핵문제 선 해결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는 것입니다. 

"선 비핵화"를 앞세운 비핵·개방·3000의 이명박 정부에 막혀 오바마 행정부가 초기에 시도했던 포괄적 해법, 관여정책이 좌초되고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의 사실상의 무시·방치 전략으로 아서면서 
오바마 8년은 북핵 역사에서 잃어버린 시간이었습니다. 
둘째, 상호 간의 뿌리깊은 불신입니다.

어렵게 합의를 이뤄놓고도 그때마다 후속조치 이행이 지연됐고 이는 다시 불신을 증폭시켰습니다. 

셋째, 그간의 합의들이 축적되지 못하고 대화의 단절과 제재가 반복되는 가운데, 매번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입니다. 

북핵 위기 30년을 크게 나누면 네 번의 관여의 시기와 네 번의 제재 압박의 시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화와 관여의 시기에는 모라토리엄이 있었고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이 지체됐습니다.
반면 제재와 압박의 시기에는 북한은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선택했고 개발을 가속화했으며, 핵 능력은 질적으로 양적으로 고도화되었습니다. 

대화와 제재 둘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분명합니다. 

2026년 오늘 한국에는 이재명 정부, 미국에는 트럼프 정부가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평화체제 전환을 이뤄낼 최적의 리더십 구성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여섯 차례에 걸쳐서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항구적 평화체제로 바꿔내는 여정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3.1절 기념사를 필두로 해서 8.15 경축사, 8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SNS 메시지, 그리고 민주평통 기념사 등 6번의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이것은 이재명 정부의 국가전략 목표이자 정책 목표를 확립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부터 한반도 냉전 해체에 관심과 의지를 가져왔고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혀왔습니다. 

다시 한 번, 한반도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약 35년 전 동서냉전의 해체 시기에도 이루지 못한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이루어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입니다. 

과거 평화체제 논의를 가로막았던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최근 공개된 북한의 당 규약 개정에서도 다시 확인되듯이 북은 당규약에서 미제 침략 무력을 철거한다는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이미 제약 요인이 아닙니다.

평화협정의 당사자에 관해서도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남북미중 4자라는 공감대가 이루어졌습니다. 

핵문제는 평화체제 논의 틀에 포함시켜 실용적인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정전협정, 그리고 남북간 적대, 또 북미간 적대, 핵문제라는 네 가지 기둥, 냉전구조의 네 가지 축으로 되어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오랜 전쟁상태,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시키는 유일한 길입니다.
 
저는 20년 전 2005년 통일부 장관으로서 9.19 공동성명의 성취와 좌절을 모두 경험했고 

2026년 다시 통일부 장관으로서 20년 전에 못다한 평화체제 완성이라는 책무를 짊어지고서 오늘 저는 여러분께 그간 흩어진 노력들을 하나로 담아낼 '한반도 평화체제 큰 바구니'를 내어놓고자 합니다. 

이 바구니는 한반도 전쟁 종식, 남북 간 평화공존 제도화,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 북핵 고도화의 중단, 경제협력과 공동번영 등의 의제를 포괄적으로 담는 큰 틀입니다. 

첫 번째, 전쟁 종식을 위한 '정치'의 바구니에서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두 번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의 바구니에서 90년 한소 수교, 92년 한중 수교라는 
절반의 성과 뒤에 남은 미완의 과제, 북미 수교와 북일 수교를 추진해서 한반도 교차승인을 완성해야 합니다.

세 번째,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 바구니에서 북의 핵능력 고도화를 우선 멈추고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방안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재래식 군비 통제 방안도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네 번째, 공동성장을 위한 '인도·경제'의 바구니에서는 인도 협력을 비롯해 기후변화와 AI 등 새로운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삶을 만드는 협력을 논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큰 바구니'는 여러 의제들을 단순히 모아놓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거래와 협력의 공간을 넓히고 협상 타결의 가능성을 높이는 '협상' 전략이자 '이행' 전략입니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큰 바구니'의 창의적 운영이 필요합니다. 
세 가지 원칙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첫째, 각 바구니들은 '병진(竝進, parallel advance)'해야 합니다. 

과거와 같이 비핵화가 전제조건이 되는 '선 조치, 후 보상' 접근으로는 그 어떤 논의도 시작할 수 없습니다. 

네 개의 바구니 가운데 어느 하나도 후순위로 밀어놓지 않고 함께 논의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둘째, 각 바구니들은 '공진(共進, reciprocal evolution)'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어느 하나의 걸림돌이 전체를 가로막는 경직된 연계에 갇혀있었습니다. 

바구니 간의 유연한 연계 속에서, 한 바구니의 진전이 다른 바구니에 영향을 주어 조정과 타협의 상호작용이 점차 커지고 함께 전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각 바구니들의 결실은 '점진(漸進, gradual development)'적이어야 합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포괄적·일괄적 타결 방식을 고집한다면, 오히려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대화는 멈출 위기에 처합니다. 

단계적으로 작은 결실로 신뢰를 쌓고, 그 신뢰가 다시 협상의 진전을 낳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체제 큰 바구니'는 평화를 향해 달리는 다차선 도로가 될 것입니다. 
일차선 도로에서는 한 길이 막히면 통행이 멈추지만, 다차선 도로에서는 다른 길로 통행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2026년도 어느덧 3개월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통일부는 한반도 평화공존 3대 청사진의 이행을 통해서 평화체제 실현을 앞당기고자 합니다. 

첫째, 포용적 평화공존으로 평화체제 실현의 기초를 닦겠습니다. 

北의 양보와 변화를 먼저 요구하지 않고 상대방을 대하는 방식을 바꿔가면서, 상호 존중과 대결 중단에 대한 우리의 의지가 허울뿐인 말이 아님을 명확히 하겠습니다.

둘째, 안정적 평화공존으로 평화체제 실현을 위한 손을 내밀겠습니다. 

접경지역에서의 긴장과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연락채널 개통 등 남북 간 소통창구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접경지역의 평화적 이용을 추진하는 등 선제적인 평화 조치를 이어가겠습니다. 

셋째, 책임있는 평화공존으로 평화체제 실현을 위한 논의의 장을 열겠습니다. 

능동적 페이스메이커로서 북미대화 성사를 지원하고, 북미대화까지는 페이스메이커지만 북미대화가 이루어지면 그때부터는 피스메이커 역할을 당사자로서 자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도적 피스메이커로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남북미중 4자 대화를 추진해나가야 합니다.

지난 좌절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한반도 평화체제로의 여정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닙니다. 
가시밭길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움직이고 또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전쟁이 묶어놓은 매듭을 우리가 나서서 평화로 풀어내야 합니다.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실로 새로운 한반도를 엮어가야 합니다.

오늘 학술대회에 오신 여러분들께서 한반도 평화체제로의 여정을 헤쳐나가는 지혜를 모아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3대 청사진의 이행 방안과 '한반도 평화체제 바구니론'을 보다 정교하게 발전시키기 위한 고견과 지혜를 가감없이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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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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