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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참전’ 넘어 ‘평화와 번영의 협력관계 구축’

정근식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 평화분과위원장(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2020.11.18
정근식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 민간위원(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정근식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 평화분과위원장(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동작동 국립묘지와 함께 6·25전쟁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장소다. 이곳은 당시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나라’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바친 젊은이들이 묻혀 있는 기념묘지이자 이들의 사랑과 우정의 사연들이 담겨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6·25전쟁이 발발한지 불과 100일 정도가 지났던 10월 초, 오스트레일리아의 휴머스톤(K.J. Hummerston) 대위가 불행하게도 전사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 부산 유엔군 사령부 묘지에 묻혔다. 그는 당시 34세였다. 평생 남편을 그리워하며 홀로 살았던 부인 낸시는 남편과 합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2010년 4월 유엔군 묘지에서 최초로 부부 합장이 이뤄졌다.

캐나다인 조셉 허시(Joseph Hearsey)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동생 아치발드 허시(Archibald Hearsey)가 걱정돼 자신도 한국에 가기를 희망했는데, 불행히도 자신이 1951년 10월 전사했다. 동생 아치발드는 한국에 묻혀 있는 형을 잊지 못하다 형과 함께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떠났고, 2012년 4월 최초로 형제가 함께 안장됐다.

원래 이 공원은 1951년 1월 유엔군 사령부 묘지로 시작됐다. 1955년 11월 국회에서 유엔기념묘지 설치를 건의해 유엔총회가 이를 채택했다. 2001년 명칭이 유엔기념공원으로 변경됐다. 통계에 따르면 6·25전쟁에서 희생된 유엔참전국 병사는 총 3만 7000여 명이었는데, 유엔기념묘지에 안장돼 있던 많은 유해들이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갔고, 현재는 11개국 2309명이 남아 있다. 이 중 영국군이 888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터키군이 462명, 캐나다군이 381명 순이다.

지속적 우정

6·25전쟁에서 우리를 도운 우방국 참전을 기념하는 사업은 휴전 직후부터 조금씩 이뤄지기는 했으나 체계적인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닉슨독트린에 의해 주한미군 1개 사단이 철수하고나서 부터다. 유엔군 일원으로 한국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태국군이 1972년 완전히 철수한 후 1973년 용인의 터키군 참전기념탑, 여주의 그리스군 참전기념탑, 포천의 태국군 참전기념탑을 시작으로 1975년까지 유엔참전국 기념탑들이 설립됐다. 이는 우방의 지원과 원조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지만, 정부 주도에 의한 것이라 국민 참여의 의미는 많지 않았다.

6·25전쟁 70주년을 맞은 올해에 유엔참전국에 대한 감사와 함께 지속적 우정과 평화적 협력을 위한 사업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3월 ‘유엔참전용사 명예선양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이에 기초해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는 지난 6월 25일 국군 유해봉환식, 7월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 행사를 거행한데 이어 11월 11일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행사를 거행했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유엔참전용사 추모 평화음악회’를 비롯해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식’과 ‘유엔참전국 장병 평화캠프’ 등이 열렸다. 올해 행사는 유엔참전용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유엔참전국에게 대한민국이 70년 전 은혜를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평화공동체 향한 진정성

올해는 6·25전쟁 70주년이 되는 해여서 조금은 특별하지만, 원래 전쟁 기념은 국제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이고 국내적으로도 중요한 정치적 쟁점에 속한다. 미래의 평화보다는 과거의 적대적 기억을 소환하기 때문이다. 미·중관계가 복잡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의 항미원조 정당화 발언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 때문에 우리의 유엔참전국 관련 행사도 신중하고 절제된 것일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나 이런 행사는 과거 냉전 시대의 진영논리를 재생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6·25전쟁 참전’을 계기로 이어온 우호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냉전 시대에 재생산해왔던 적대적 감정을 해소하고 동아시아의 화해와 상생을 실질적으로 선도할 수 최선의 방안을 찾는 노력을 할 때 우리가 진정으로 평화공동체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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