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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이 남긴 것

2021.08.20 김미숙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책임연구위원
김미숙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책임연구위원
김미숙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책임연구위원

들어가며

도쿄는 1964년과 2020년 하계올림픽을 두 번 개최한 도시이면서 이번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대유행 중 개최되는 최초 올림픽으로 기록되었다. 과거 1940년 올림픽 개최권을 반납했었던 일본은 두 번째 반납은 안 되겠다는 의지로 사상 초유의 무관중으로 역사상 가장 불안한 도쿄올림픽을 개최하였다. 우리나라는 개막식에서 도쿄올림픽 스타디움에 103번째로 김연경과 황선우가 공동 기수로 입장하였다.

개최 불가론과 코로나19 대유행 재확산의 도화선 등 우려와 비판이 대부분이었으나 도쿄로부터의 소식을 통해 우리는 코로나19로부터 탈출하여 잠시나마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우울, 분노, 절망 등의 코로나 블루와 무더위에 지쳤던 우리에게 올림픽 소식은 기쁨과 감동을 주었다.

이 글의 계획 단계에서 필자는 도쿄올림픽 자체에 대한 역사와 가치에 비중을 두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대한민국 선수들의 소식을 접하면서, 특히 유난히 10대 선수들의 활약이 도드라지면서 우리가 도쿄올림픽을 통해 얻은 것과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일지에 대한 고심을 담고자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정지상태에서 해묵고 산적한 체육계의 문제들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뉴 제너레이션의 등장

경향신문 이용균 기자는 도쿄올림픽에서 ‘뉴 제너레이션’의 활약을 예측하며 우리 사회 전체가 주목해야 할 지점이라 했다. 양궁 김제덕(17)과 안산(20), 축구 이강인(20), 야구 이의리(19)와 김진욱(19), 수영 황선우(18)와 이은지(15), 체조 여서정(19), 탁구 신유빈(17), 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18), 태권도 장준(21), 사격 추가은(20) 등 2000년 이후 태어난 샛별들로부터 얻은 기쁨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리고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황선우는 “아쉽지만 괜찮아”, 이은지는 “다음에는 결승 진출을 노려보겠다”며 메달과 순위만큼이나 즐기고 만족하는 모습들을 접할 수 있다. 과거 눈물로 얼룩졌던 인터뷰와는 달리 그들의 환한 웃음들을 보면서 3년 후의 파리올림픽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아브라카다브라, 내가 말한 대로 될 지어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 박상영의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외침은 안산의 혼잣말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잘할 수 있다!”로 이어지면서 전염병으로 무너져있던 우리들의 마음속에 자신감을 선사했다. 양궁장이 들썩이도록 외쳤던 김제덕의 “파이팅!”은 나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들었다. 당장 뭐라도 해야 할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선수들의 절실함과 간절함이 묻어져 나온 바람들은 오랫동안 축적된 몸과 마음의 훈련으로부터 발현된다. 우리들도 각자 스스로를 위한 주문을 읊어보자. “아브라카다브라, 나는 할 수 있다!”

신구의 조화로부터 탄생한 팀의 응집력

한 팀이지만 세대 간의 격차가 컸던 구성원들의 화합 또한 잊을 수 없다. 한 팀에서 20살 이상의 차이는 노련함과 패기를 한 번에 챙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이번 팀 경기에서는 위기의 순간마다 서로 다독이거나 파이팅을 외쳐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세대 간 있을법한 괴리와 거리감을 해결한 것은 응집력이 아닐까. 응집력의 핵심은 구체적인 목표, 리더, 구성원 간 신뢰 및 상호 협조이다. 국가대표 멘털 코치인 김영숙 선임연구위원(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심리학 전공)은 “단체전에서 팀 응집력 훈련을 위해 언어, 비언어적 제스처로 격려, 의사소통하기 등을 훈련한다”고 말했다(동아일보, 2021.07.16). 펜싱남자단체(최고 38세, 최소 25세), 양궁남자단체(최고 40세, 최소 17세) 그리고 여자배구에서는 “우리 팀의 최대 강점은 팀워크다”고 했을 정도로 신구의 조화로부터 발현된 팀워크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전염병을 상대로 대한민국 국민이 대동단결해보겠다는 다짐을 해보게 한다.

리더의 품격

존 헤네시의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라는 책은 사실상 리더가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제시한 저서이다. 개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에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이가 진정한 리더라는 것이다. 올림픽에서 리더의 품격을 논하자면 단연 여자배구의 김연경을 꼽고 싶다. “해보자, 괜찮아, 차분하게, 딱하나, 오케이, 긴장하지 마, 내가 해결할게”로 곁에 후배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김연경의 리더십은 단순히 자신의 팀에서만 발휘된 것은 아니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10억 명 중 1명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고 극찬했을 만큼 승리한 상대팀에게는 뜨거운 박수를, 그리고 자신에게 레드카드를 주었던 주심과는 악수를 할 만큼 경기 후에도 리더의 자세를 갖추고 있었다. 리더의 품격은 결국 터키의 대규모 산불 재난에 한국팬들이 ‘김연경, 팀 코리아’란 이름으로 묘목을 기부하는 선한 기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스포츠, 결국 코로나19와 무더위에 삶의 에너지가 되다

노란색 과녁에 완벽하게 꽂힌 활, 저 너머 상대편 쪽으로 내리꽂는 강스파이크, 허를 찌르는 기습적인 칼 끝, 작디작은 도마 위 4초 안에 이루어진 1260도 턴은 스포츠라는 모습으로 제각각 펼쳐졌다. 하는 이들에게는 최선의 모습이자 보는 이들에게는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브라질과의 여자배구 준결승은 시청률 38%를 달성하며 수년 만에 각자의 집에서 국민의 응원 소리를 내게 하였다. 전염병 확산, 폭염, 경제적 침체 등 녹록치 않은 상황 속에서 개최된 올림픽이지만 스포츠의 감동은 어디에서나 전해졌다.

코로나19 정지상태, 한국 체육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심승구 교수(한국체육대학교 교양교직과정부)는 「스포츠,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한국사회의 성찰과 과제」에서 “스포츠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단절과 어려움을 겪은 분야인 동시에 변화의 싹을 발견한 분야”라고 하였다. 코로나19라는 정지상태에서 한국 체육계의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고 진정 국민을 위한 스포츠가 무엇인지 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국민체육을 진흥하여 국민의 체력을 증진하고, 체육활동으로 연대감을 높이며, 공정한 스포츠 정신으로 체육인 인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행복과 자긍심을 높여 건강한 공동체의 실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국민체육진흥법 제1조 ‘목적’이다. 메달중심과 성적주의로 인한 폐단을 탈피하기 위해 기존 ‘체육을 통한 국위선양’ 문구를 삭제하고, 국가주의 체육에서 ‘국민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를 반영하였다. 속도에 함몰되어왔던 한국 체육계가 서서히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올바른 방향이 정착되려면 체육계의 방치되어 왔던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 국민의 공감대 형성 그리고 해결을 위한 관련 기관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개선 의지가 중요하다.

과거 독일은 경기력 향상을 위해 도핑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 비판과 체육계의 반성 그리고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통해 지금의 독일 스포츠가 있는 것이다. 세계 수준의 경기력을 구가하는 독일은 선진체계를 자랑한다. 독일올림픽체육회(DOSB), 카더시스템(Kader system), 선수이중경력(Duale Karriere), 독일연방 3대 스포츠연구원(BISp/IAT/FES), 19개 올림픽훈련센터(Olympiastützpunkte), 연방군인/경찰/세관직원 등이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대한체육회, 선수육성체계,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지역스포츠과학센터, 국군체육부대 등이 있다. 하지만 양적·질적 차이가 크다. 그중 연방군인/경찰/세관이라는 공무원 신분은 선수들이 운동과 직장을 병행하면서 세계적인 동계스포츠강국으로서 유지할 수 있는 핵심 동인이다. 얼마 전 국방부의 부실한 관리로 인해 더 이상 선수생활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 핸드볼 선수의 안타까운 소식은 독일의 선진 체육시스템 도입 필요성을 한층 강화시켰다. 카더시스템은 엘리트선수들의 등급체계인데 2015년 기준 약 4천여 명의 선수들이 등록되어 있다. 카더시스템으로 등록 선수들은 정부의 지원을 공식적으로 받을 수 있고, 운동 중 부상이나 심리적 침체기를 겪고 있는 선수들 또한 지원 대상이다.

그리고 다시 시작이다

군사전략가들은 “마지막 치른 전쟁을 교훈 삼아 다음 전쟁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8월 8일 도쿄올림픽 폐회식과 동시에 대한체육회는 2024 파리올림픽 메달 전략 종목 재분류에 착수할 계획을 밝혔다. “전통 종목, 효자 종목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종목에서 발전 가능성을 찾자”라는 데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새로운 종목에서의 메달 획득이나 상위권 진입은 물리적 시간과 예산이 필수이다. 순위에서 멀어지는 건 순간이지만 진입하는 건 약간의 기대감을 걸친 불확실한 예측뿐이다. 펜싱은 2019년 기준 국민체육진흥기금 지원금 중 전문선수 훈련 지원금이 74%를 차지하고, 선수육성체계(꿈나무, 청소년, 국가대표후보, 국가대표)가 모두 갖춰져 있으며, 대한펜싱협회와 회장사(SK)가 적극적으로 지원한 프로젝트 덕분에 얻은 결실이다. 근대5종 또한 대한근대5종협회와 회장사(LH)의 활발한 지원으로 2017년 근대5종 중장기발전방안 프로젝트, 2018년 골드프로젝트를 통해 지금의 전웅태와 정진화의 활약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올림픽에서 메달 전략 종목을 확대시킨다는 것은 수많은 시간과 수많은 요인들이 결합해야 가능하다. 물론 각고의 노력과 투입에도 불구하고 실패도 많다.

그럼에도 3년 후 파리올림픽을 위한 새로운 전진은 시작된 듯하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은 국가대표선수와 동일하게 차세대 선수를 대상으로 스포츠과학지원(체력측정, 분석 및 훈련프로그램, 기술 분석, 심리 상담 등)은 물론 주변인(지도자, 학부모)을 대상으로도 스포츠과학 토크콘서트를 개최한 바 있다.

나가며

8월 8일 도쿄올림픽 폐막식과 함께 대한민국은 총 20개의 메달 획득으로 종합 16위의 성적을 거두었다. 금메달 7개 이상 종합 10위 달성은 하지 못했으나 10대들의 활약이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육상의 높이뛰기, 수영, 다이빙에서 값진 발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올림픽 경기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에게 보내는 격려의 소리가 여느 때보다 크게 느껴진다. 국민들의 올림픽과 스포츠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선수들 또한 경기를 즐기기 시작한 듯하다. 바로 이때가 한국 체육계에 대한 성찰과 새판을 짜기 위한 시간이 아닐까 한다.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고 있는 선수들은 하루 5~8시간씩 훈련을 강행한다. 이러한 반복적인 훈련을 5년 이상, 일주일 평균 25시간씩을 어김없이 해야만 몇몇 선수들에 한해 메달을 기대할 수 있다.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부상, 경기조작 및 유혹 등 다양한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으며 충분한 학습 시간과 직업을 갖기도 어렵다’ 1990년대 독일체육회의 한 문구다. 이때부터 독일은 정부를 중심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을 위해 나쁜 환경은 제거하고 좋은 환경으로 대체하였다. 독일의 스포츠 지원 근거는 ‘스포츠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스포츠에 부과된 사회적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있어서 자력이 충분하지 않을 때 이루어진다’고 했다. 스포츠를 통해 발휘되는 사회적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며 독일은 스포츠의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스포츠를 지원하는 것이다.

김세희 선수의 팔목에 ‘지금 이 순간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는 글귀가 눈에 선하다. 국가를 대표한 선수들의 대회에 임하는 마음이 오래도록 지켜지고, 스포츠가 가진 고유의 가치를 발휘하도록 체육계는 물론 모든 어른들의 역할과 임무가 무엇인가 이 글을 읽는 이들이 공감했으면 한다. “근대5종에는 어떤 종목들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축구와 농구를 답하는 조카들에게 동메달의 주인공 전웅태 선수와 그의 경기 장면을 보여줬다. 내 주변부터 스포츠를 바르게 알리는 것이 나의 임무가 아닐까 다짐해본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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