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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 4년 성과와 이후 과제

2021.08.24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장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장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장

1977년 7월 박정희 정부는 500인 이상의 대기업과 공업단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조합주의 방식의 의료보험제도를 처음 실시했다. 그런데 전체 국민의 8.8%만을 포괄했다. 국민 대다수가 소외됐으므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1979년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 의료보험 실시, 1981년 100인 이상 사업장까지 적용 확대, 1988년 1월 농어촌 지역의료보험 도입, 1989년 7월 도시 지역의료보험 실시로 이어졌다. 이렇게 해서 우리나라는 12년 만에 전 국민을 법정의료보험제도로 포괄하게 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선진국이 아니었던 나라 중에서 보편적 의료보장을 달성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거대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1989년의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는 조합주의라는 큰 한계를 가졌다. 재정과 관리운영이 독립된 400개 이상의 의료보험조합들이 직장과 지역의 한정된 인구만을 포괄하다보니 조합 간 재정 격차가 심했고, 이것이 의료보험의 보장률 확충을 가로막았다. 

보장률은 발생하는 전체 의료비 중 의료보험이 부담하는 금액의 비율인데, 당시 보장률은 40% 수준에 그쳤다. 그러다보니, 여전히 병원 문턱이 높았다. 그래서 1990년대 10년 동안 조합주의 의료보험제도를 통합하려는 노력이 이어졌고, 2000년 7월 마침내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창설됐다. 덕분에 보장률은 통합 이전의 40% 수준에서 2002년 52%로, 2007년엔 65%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보장률은 하락했다. 박근혜 정부가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 확대 조치를 중심으로 나름의 노력을 했음에도 집권기간 내내 보장률은 63% 내외에 머물렀다. 이렇게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으니 의료비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었고, 국민들은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의료비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민간의료보험에 더 의존했다. ‘2015년 의료패널 심층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77%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했고, 가구당 평균 가입 개수는 4.8개이고 월 평균 보험료도 28만8000원이나 됐다. 당시 가구당 국민건강보험료는 약 9만 원이었다. 이는 배보다 배꼽이 3배나 큰 것인데,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을 획기적으로 높이자는 주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었는데,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병원비를, 즉 의료비 불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획기적으로 높이자는 것이었다. 당시 63% 내외의 보장률을 OECD 평균 수준인 80%로 끌어올리기 위해 “국민들이 건강보험료를 더 내자”는 운동을 전개했다. 이렇게 하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 직접 내는 본인부담금도 낮아지기 때문에 국민이 실제로 부담하는 ‘의료비 총액’은 크게 줄어든다. 게다가 계층 간 의료이용의 형평성도 달성된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임기 내에 70%까지 높이겠다고 공약했고, 2017년 8월 9일 문 대통령은 서울성모병원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직접 발표했다. 언론은 이것을 ‘문재인 케어’라고 불렀다. 그런데 ‘문재인 케어’가 성공적으로 실시돼서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2016년 62.6%에서 2022년 70%까지 높아지더라도 우리나라는 OECD 평균에 비해 여전히 10%포인트나 낮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문재인 케어는 시민사회가 요구한 ‘건강보험 하나로’ 전략의 1단계 정책 패키지에 해당하며, 다음 정부에서 2단계 정책 추진이 연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대전제 위에서 실시된 것이다. 

문재인 케어의 핵심 정책 기조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적 급여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취약 인구와 취약 계층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는 것이었다. 주요 성과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을 통해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마치며 손하트를 만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을 통해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마치며 손하트를 만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먼저, 국민의 부담이 컸던 3대 비급여를 해소하기 위해 선택진료비를 폐지하고, 병원급 이상의 2·3인실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정착을 위해 노력(2021년 6만287 병상)했다.

또 초음파와 MRI 등의 고가 검사를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취약 인구인 아동·노인·장애인·여성의 병원비 부담을 크게 경감시켰고(15세 이하 입원 본인부담률을 10~20%에서 5%로 인하, 1세 미만 외래 본인부담률을 21~42%에서 5~20%로 인하, 중증치매·틀니·임플란트 및 노인의 본인부담률 인하, 장애인보장구 급여 확대, 난임 시술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 취약 계층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본인부담상한제의 기준을 낮추고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치료적 비급여 의료비 지원)의 대상을 기존의 4대 중증질환에서 전체 질환으로 확대하면서 지원 한도를 최대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높였다.

이런 노력으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주로 대학병원)에서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2017년 65.1%에서 2019년 69.5%로 상승했고, 종합병원 보장률도 63.8%에서 66.7%로 상승했다. 5세 이하 아동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7년 66.8%에서 2019년 69.4%로, 또 65세 이상 노인의 보장률도 68.8%에서 70.7%로 상승했다. 금액으로 따져보면, 문재인 케어로 인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700만 명의 국민이 9조2000억 원의 의료비 경감 혜택을 받았다. 

피부로 실감하는 혜택 덕분에 문재인 케어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매우 좋다. 한국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보장성 대책에 대한 긍정적 응답 비율은 정책 발표 당시의 39.7%에서 2020년 8월 94%로 상승했다.

이제 평가할 차례다. 평가의 기준은 역시 건강보험의 보장성과 지속가능성이다. 우파 비판자들은 보장률이 높아지면 재정적 지속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이유로 문재인 케어를 비판한다. 보장률이 높아져 본인부담률이 낮아지면 도덕적 해이로 불필요한 의료이용이 늘어난다는 논리인데, 한마디로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지속가능성과 반비례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보장률이 OECD 평균(80%) 이상으로 높아질수록 지속가능성도 더 커진다는 것이 선진국들의 경험적 사실에 부합한다. 

한편, 좌파 비판자들은 문재인 케어가 보장성 확대에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보장률이 2017년 62.7%에서 2019년 64.2%로 소폭만 상승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결론적으로 우파의 비판은 틀렸고, 좌파의 비판은 다소 성급하다. 지금의 추세라면 문재인 케어가 목표한 ‘2022년까지 보장률 70% 달성’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실패는 아니다. 왜냐하면 중증·고액 질환을 주로 진단·치료하는 상급종합병원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2017년 65.1%에서 2019년 69.5%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정책적 노력을 집중한다면 2022년까지 상급종합병원의 보장률을 75%까지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비급여 항목 중에서 필수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보장률을 높여나가고, 이와 관련해서 별도의 보장률 지표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정책적 지표 관리를 다양화하는 것도 이제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우리의 목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과 지속가능성을 모두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둘은 대립 관계가 아니다. 보장성을 높여야 지속가능성도 커지므로 동전의 양면과 같다. 건강보험의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반드시 다음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첫째, 건강보험료를 선진국 수준으로 차츰 인상해야 한다. 둘째,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의 20%를 국고에서 지원(2020년 국고 지원은 14%인 9조 원)하기로 정한 법률 조항을 지켜야 한다. 셋째, 민간의료보험을 규제하고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규율해야 한다. 넷째, 고령화시대를 맞아 ‘비용 절감형 의료체계’를 수용하도록 국민-정부-의료계 간의 정치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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