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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가족과 함께 보기 좋은 ‘옛날 영화’

2022.09.08 이지현 영화평론가
이지현 영화평론가
이지현 영화평론가

추석을 맞아 ‘가족’이라는 키워드로 한국의 고전영화 6편을 소개한다.

소재나 장르, 형식은 제각각 다르지만 모두 가부장제 아래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룬 영화들이다.

1950년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영화는 ‘자본’이란 키워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의 고삐를 쥔 ‘아버지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플롯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심지어 조연으로 등장할 때에도 이들은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이러한 흐름이 1960년대 말까지 이어진다.

1970년대 즈음 영화 속의 여성 캐릭터들은 변화하기 시작한다. 전문성을 띠며 일하는 주인공들이 대거 목격된 것이다. 가족영화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경향성을 생각하며 다음 작품들을 감상하면 더 흥미로울 것이다.

◆ <시집가는 날>(1956년)

맹진사의 외동딸 갑분의 정혼자가 절름발이란 소문이 동네에 퍼진다. 이에 맹진사네 가족들은 얕은꾀를 낸다. 몸종 입분을 갑분이라고 속여서 딸 대신 시집보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결혼식 당일, 김판서의 아들이 나타나면서 모두가 난처해진다. 그는 미남에 인성까지 좋은 청년이다.

(사진=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사진=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병일 감독의 흑백영화로, 1943년 일제 말기에 오영진이 쓴 희곡 <맹진사댁 경사>를 원작자가 직접 각색했다.

윤리의 역사에서 ‘선’의 개념은 애초에 정해진 것이 아니라고 한다. 다만 악에 해당하는 무언가가 생겨나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선의 관념도 함께 형성되었다고 윤리학은 이른다. 각기 다른 캐릭터들의 입장을 시대적 상황과 함께 생각하며 감상하길 권한다.

◆ <자유결혼>(1958년)

고 박사네 부부의 슬하에는 딸 셋과 막내아들이 있다. 부산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던 큰딸이 홀로 친정으로 돌아오면서 영화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연애결혼에 실패한 딸의 우울함을 배경으로, 나머지 두 딸의 철없는 연애 사건이 차례로 펼쳐진다.

(사진=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사진=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1950년대 말, 당대의 새로운 연애관을 엿볼 수 있는 이병일의 로맨틱코미디이다.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화려한 세트장, 인물들의 멋진 의상과 행동이 마치 할리우드 고전영화처럼 느껴진다.

결혼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막내딸에게 아버지 역의 최남현 배우가 던지는 대사가 인상적이다. “연애결혼도 중매결혼도 아닌, 새로운 형식의 중매연애결혼을 하거라.” 그리고 그는 “절충이란 언제나 결과가 좋다”고도 조언한다.

◆ <돼지꿈>(1961년)

창수가 돼지꿈을 꾸고 일어난 아침, 공교롭게도 그의 아내가 돼지 키우는 부업을 시작한다. 이후 그 꿈을 암시로 받아들인 부부는 조금이라도 빨리 주택할부금을 갚기 위해서 불법 밀수업에 뛰어든다. 이 일을 계기로 어린 아들을 잃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부부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

(사진=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사진=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흡사 다큐멘터리처럼 1960년대 서울시내의 풍경을 비추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윽고 카메라는 서울 외곽의 후생주택(서민들의 주택난을 해소하려 정책적으로 지은 집) 단지에 도착하는데, 이곳은 마치 근대 한국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한 ‘자본주의’의 표상처럼 보인다.

희극적인 터치로 말끔하게 다듬어진 리얼리즘 영화이다. 서민들의 고단한 일상을 재치있게 표현한 드라마로, 결말에 이르러 표출되는 우울의 정서가 다소 극단적이다.

◆ <마부>(1961년)

춘삼은 마부이다. 고단한 일상이지만, 언젠가 나아질 거란 희망으로 그는 열심히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자동차에 다리를 다쳐 일터에 나가지 못하게 된 후, 그의 가족들은 생활고에 직면한다. 고등고시를 준비하는 큰 아들과 마주집의 식모인 수원댁이 그를 돕기 위해 몰래 나선다.

(사진=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사진=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1960년대를 대표하는 가족영화 한 편을 꼽으라면 이 작품이 될 것이다. 배우 김승호가 연기하는 소박하고도 성실한 아버지 캐릭터는 ‘시대의 원형’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일부 센티멘탈리즘으로 오인될 상황설정이 보이지만, 가족이라는 모호한 테두리, 이상하리만치 단단하고 견고한 집단을 영화는 꽤나 현실적이고 세련되게 묘사한다.

◆ <저 하늘에도 슬픔이>(1965년)

남산에 살던 윤복은 집세를 내지 못해 가족들과 움막으로 쫓겨난다. 무능력한 아버지를 대신해 어린 윤복은 동생들을 위해서 껌팔이와 구두닦이에 나선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아이는 자신의 일상을 일기로 기록한다.

(사진=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사진=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대구 명덕초교에 다니던 윤복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유실된 것으로 알려진 필름 프린트가 대만에서 발견되면서, 2014년 한국영상자료원이 디지털 마스터링한 작품이다.

1960년대 한국사회의 벌거벗은 아이들, 고난을 무릅쓰고 지킨 주인공의 존엄성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시간은 불가역적이기에, 이러한 현실 역시 직시해야 할 역사임을 우리는 인지해야 할 것이다.

◆ <병태와 영자>(1979년)

제대를 앞둔 병장 병태에게 영자가 찾아온다. 둘의 관계는 친구라기엔 가깝지만 연인은 아닌 사이이다. 긴 면회 후 헤어지면서, 영자는 병태에게 편지를 남긴다. 집안에서 맺어 준 7살 연상의 의사와 곧 약혼하게 된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다.

(사진=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사진=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1970년대 한국영화계의 천재연출자 하길종의 유작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 마침내 졸업하게 된 병태가 아내 영자가 낳은 아이를 마치 졸업식의 꽃다발 들 듯 두 팔로 안고 서 있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 모습은 마치 저물어가는 한 시대에 바치는 감독의 연서처럼 읽힌다.

여전히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믿었던 과거의 희망, 그 시간의 표상을 영화는 ‘젊은 시절의 연애’라는 꾸밈없는 일렁임으로 그려낸다.

☞ 소개된 영화는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https://www.kmdb.or.kr)에서 무료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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