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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 굳건함, 전 세계에 각인

박 대통령 미국방문과 한미정상회담 성과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2015.10.19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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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박근혜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워싱턴 D.C를 방문해 지난 16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취임 이후 두 번째 공식방문이며 오바마 대통령과의 양자 정상회담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번 회담은 9월 3일 중국의 전승절 행사를 계기로 열렸던 한중 정상회담, 9월 25일 미중 정상회담에 이은 것이자 10월말∼11월초 한중일 정상회의 및 한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올해 한반도 및 동북아 외교의 최대 분수령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 조야에서 제기된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키는 한편,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대내외에 알리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15일 오전 박 대통령의 미 펜타곤 방문은 미국 측의 각별한 예우 속에 이뤄졌다. 박 대통령의 방문을 맞아 미 펜타곤 의장대는 동맹국 정상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보여주는 ‘공식의장행사(Full Honor Parade)’를 열었다. 박 대통령의 펜타곤 방문은 지난 2011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지만 한국 대통령을 대상으로 공식의장행사가 실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박근혜 대통령 방미에 ‘최고 예우’로 화답함으로써 한미 혈맹관계를 전 세계에 각인시킨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를 정리한 공동설명서(Joint Fact Sheet)는 ▲동맹 강화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뉴프런티어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 등 세 부분에 걸쳐 매우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한미 양국이 기 합의한 ‘21세기 포괄적 전략동맹’의 방향성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새로운 협력의 지평을 확대한 것으로 평가된다. 공동설명서와 함께 별도로 발표된 북한 관련 공동선언(Joint Statement on North Korea)을 바탕으로 주요 성과를 평가해 보기로 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새벽(한국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새벽(한국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첫째, 한미 양국이 북핵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utmost urgency and determination)’를 갖고 다루기로 합의한 것은 가장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북한에 관한 별도의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 자체가 한미 양국이 북핵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점을 잘 반영한다.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의 북핵정책인 ‘전략적 인내’에 대해서는 북한의 진정성 있는 변화만을 기다리는 가운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져 해결보다는 관리에 치중하는 모드라는 비판이 많았다. 그런 가운데 한미 양국이 북핵문제에 대한 시급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북핵문제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공동성명은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여전히 유효한 정책임을 확인하는 한편, 북한 김정은 정권이 추구하고 있는 이른 바 ‘핵-경제 병진노선’이 성공할 수 없음도 지적했다.

둘째, 공동성명은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 연설에서 제시한 바 있는 한반도 평화통일 비전을 계속해 강력히 지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고위급 협의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사실상 한국 주도의 통일을 승인한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목함지뢰 도발 이후 긴장 국면을 평화적으로 해결한 한국정부의 원칙 있는 대북 접근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셋째,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언급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에 핵을 개발한다는 북한의 논리가 허구임을 지적하는 동시에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압박한다는 의미가 있다. 한미 양국은 중국을 포함한 관련국들과 북한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조율을 강화하는 한편, 북한에 대해서는 조속히 의미 있는 대화의 장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넷째, 동북아평화협력구상(NAPCI)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이끌어낸 것도 중요한 성과다. 양국이 뉴프런티어 협력 이슈로 언급한 보건, 기후변화, 사이버 협력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서 연성안보 이슈로 이미 협력이 추진 중이다. 여기에 우주 협력과 과학기술 협력이 추가된 것은 양국의 협력범위를 새로운 지평으로 확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앞으로의 숙제도 적지 않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역시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에 필요한 4개 핵심기술 이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점이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조건부 KF-X 4개 기술이전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터 장관의 이런 발언은 미국 정부가 지난 4월 밝힌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이미 충분히 예견됐던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형 전투기 핵심기술 이전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해결하지 못한 채 좀 더 장기적인 과제로 남게 됐다.

또 다른 문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중 간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한국이 목소리를 낼 것을 강조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규칙기반 국제질서 확립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천명하는 동시에, 그러한 질서가 무력이나 강압이 아니라 현행 국제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가운데 평화로운 방식으로 구축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우리도 남중국해의 해로를 이용하는 한 이 지역의 안전 문제에 더 이상 방관자가 돼서는 안 된다.

향후 우리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의 모멘텀을 살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동력을 결집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중국 전승절 계기의 한중 정상회담, 뒤이은 미중 정상회담, 이번의 한미 정상회담 그리고 11월에 개최될 한중일 및 한일 정상회담까지 일관된 흐름으로 볼 필요가 있다. 이들 정상회담 모두에서 북핵문제는 공통의 의제로 거론될 것이 확실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기존 6자회담 외에 한미중 3국간 공조를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한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과 곧 개최될 한중일 정상회담 등 동북아 주요국들 관계가 갈등에서 조정국면으로 가는 상황을 적극 활용해 북한 비핵화 외교를 소생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박 대통령을 환대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교의 화려한 프로토콜이 전부는 아니다. 정상회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후속조치다. 양 정상이 합의한 ‘공유된 가치, 뉴프런티어’를 향해 양국의 파트너십을 어떤 방식으로 어느 수준까지 격상시킬지, 그리고 북핵문제는 얼마나 시급성 있게 다룰지,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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