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헌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여름철 무더위에 에어컨 이용이 증가하면서 냉방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다. 냉방병은 증상이 애매한 경우가 많고 의심하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질환이므로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실제로는 더 흔할 가능성이 높다.

냉방은 크게 세 가지 부류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데 첫째가 자율신경계 이상증상이다. 냉방으로 실내외 온도가 10℃ 이상 차이 나게 되면 체온 조절을 담당하는 자율신경계의 이상이 나타나 두통·소화불량·식욕부진·피로감 등이 나타나게 된다.

두 번째는 냉방으로 실내습도가 같이 낮아지게 돼 기도가 건조해지면서 감기 등 호흡기 감염이 자주 오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에어컨 내부나 냉각수에 레지오넬라라는 세균이 자라 냉방 시에 인체의 호흡기에 들어와 레지오넬라증이라는 위험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냉방병의 세 가지 유형 중에서 자율신경계 이상증상과 감기 등 호흡기 감염은 시간 경과에 따라 좋아질 수 있지만 레지오넬라증이나 폐렴 등의 합병증의 경우 반드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냉방 시 실내외 온도 차이는 4~5℃ 정도가 적당하다. 실내외 온도가 그 이상 차이가 나면 신체의 온도조절 기능에 혼란이 와서 두통, 피로감 등이 오게 된다. 

냉방 시 습도가 낮아져 호흡기 감염에 취약해지는 문제는 냉방 시 1~2시간마다 환기를 해주고 냉방을 너무 오래 지속하지 않으면 막을 수 있다. 에어컨 필터에 먼지가 끼면 냉방력이 떨어지고 세균이 자라기 쉽기 때문에 적어도 1-2주일에 한 번씩은 필터를 세척해야 한다.

대형 빌딩이나 백화점, 은행 등 하루 종일 강한 냉방을 유지하는 공간에서 종일 지내는 사람은 냉방병에 걸리기 쉬우므로 틈나는 대로 바깥바람을 잠깐씩 쐬면서 가벼운 체조를 하고 소매가 긴 겉옷을 준비해 추위가 느껴질 때에는 실내에서도 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여름철에는 야외활동이 많아지면서 실외에서 음식을 먹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부적절하게 보관된 음식에 세균이 자라면서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고온 환경에서는 음식이 외견상 문제 없어 보이고 나쁜 냄새가 나지 않더라도 세균 증식으로 식중독이 생겨 구토, 설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사실 여름철 식중독은 주방의 조리과정에서 주의를 하면 대부분 예방 가능하다. 닭·고기·계란·해산물·배달음식들은 집에 가져오자마자 냉장고에 넣고 익히지 않은 육류·닭·해산물은 별도 용기나 비닐 백을 사용해 다른 음식과 분리해서 보관함으로써 유해 세균이 전파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주방에서의 위생수칙 준수도 중요한데 손을 자주 씻고 식기를 청결히 관리하면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식기, 수저, 도마 등을 잘 세척하고 정기적으로 세척액을 사용해 청결히 관리해야 한다.

식중독은 음식물 섭취 후 통상적으로 12~24시간 이내에 고열·복통·설사·구토·두통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데 탈수증상으로 위험할 수도 있으니 식중독 증상이 있을 때는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피부의 건강을 지키고 젊은 피부를 유지하려면 햇빛을 피하는 것이 좋다. 피부가 그을려진다는 것은 햇빛에 포함된 자외선에 의해 피부가 손상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햇빛에 노출되면 심한 경우 피부암에 걸릴 수도 있다.

따라서 직업상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거나 야외로 나들이 나가는 경우에는 피부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 차단제는 햇빛에 노출되는 모든 부위에 발라야 한다. 또 외출하기 적어도 15분 전에 발라야 효과가 있다. 자외선 차단제는 가끔 다시 발라야 하며 특히 땀을 흘릴 때에는 자주 발라 주는 것이 좋다.

옷이 좋은 자외선 차단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검고 촘촘하게 짜인 천으로 된 옷과 챙이 큰 모자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햇빛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가 가장 강하므로 가급적이면 이 시간대에는 외출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사병은 고온의 환경에 장기간 노출돼 땀을 흘리면서 체내 수분 부족이나 전해질 이상이 나타나 생긴다. 심박동이 빨라지고 어지럼증과 두통이 있으며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며, 정신 혼란이나 실신을 할 수 있다.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열사병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따라서 환자가 발생하면 신속히 서늘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다리를 머리보다 높게해 바르게 눕혀야 한다. 의식이 뚜렷하고 맥박이 안정적이며 토하지 않으면 서늘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게 하고 물이나 전해질 음료를 마시게 해야 한다.

일사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온의 환경에 노출되기 전에 미리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고 무더운 여름철에는 아침 일찍이나 저녁 늦게 운동을 가볍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열사병은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고온의 환경에서 작업이나 운동을 하면서 체내 열 발산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고체온 상태가 되면서 발생하는 신체 이상을 말한다. 고온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시상하부 온도조절 중추가 기능을 잃게 되고, 인체는 체온을 외부로 발산하지 못해 중추신경·근육·간·콩팥 등의 다양한 장기가 영향을 받게 된다.

열사병은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경우가 많으며 40.5℃ 이상의 체온 상승과 함께 졸음·경련·혼수상태 등의 의식 변화로 증상이 나타난다.

환자의 의복을 벗기고 선선한 곳으로 급히 옮긴 다음 119에 신고해 신속히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 열사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더운 환경에서 작업을 하거나 운동을 해야 할 경우 자주 그늘에서 휴식을 취해주고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름철에는 고온다습한 날씨로 인해 냉방병, 식중독, 일사병 등 여러 가지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들 질환들은 적절한 대처로 예방 가능하므로 현명한 건강관리가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