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전자정부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콘텐츠 영역

공론화 두려움은 민주주의 두려움이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7.10.26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글자크기 설정
목록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고리 원전 공론화가 끝났다. 결론은 명확했고, 국민들은 환호했다. 토론이 서구 선진국의 전유물이 아닐뿐더러, 건강한 상식으로 무장한 시민성이 전문성과 결합될 때 얼마나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는지, 공론화가 그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공론과 공론화의 개념은 이렇다

공론화란 ‘사적 개인과 공적 의제를 매개하는 공론장(公論場)의 형성과정’이다(Habermas). 공론장이란 사회의 주요 현안에 대해 모든 시민들이 자유롭게 숙의(熟議)하며 국민과 정치권, 국민과 정부가 소통할 수 있는 공적 공간(public space)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한 의견 즉, 특정 사안에 대해 여럿이 함께 논의하고 숙고하여 그 사회의 공적 이익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이라고 합의한 공공의 의견을 공론(公論)이라 부른다.

공론이란 단순히 숙의 과정을 거쳐 숙성된 의견을 일컬을 뿐 아니라 공익에 가장 부합하는 의견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사회구성원의 의사를 모아놓은 중론(衆論)과도 다르고, 중론의 평균치를 낸 여론(與論)과도 다르다. 공론이란 플라톤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한 시대의 정론(正論 true opinion)이고, 공론화는 이 정론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다만 공론화를 통해 만들어진 현대적 의미의 정론은 플라톤이 상정했듯이 분명한 실체를 가진 객관적 진리가 아니라 주어진 특정 시점에 특정 집단이 만들어낸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사적 개인과 공적 의제의 매개’가 중요한 이유는 애초에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경계는 없으며 사적인 것이 언제든지 공적인 것으로 전환될 수 있고, 그 전환 과정에서 왜곡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곡은 자기동조화 현상, 확증편향 등과 같이 주관적 차원에서 무의식적으로도 일어날 수 있지만 여론 조작, 댓글 부대, 가짜 뉴스 등 조직적 차원의 선동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왜곡을 거치면 ‘공론’은 공적 이익이 아니라 사적 이익을 정당화 시키는 수단이 된다.

공론화는 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참여를 개방함으로써 모든 의견이 ‘고르게’ 공유될 수 있는 기회이자 복수의 주체가 ‘멱살을 잡지 않고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최적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양방향 소통 채널이다.

따라서 공론화의 유형과 방법, 절차와 기술은 공론화의 목적과 이슈의 성격, 이해당사자 집단의 속성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또 달라져야 한다.

신고리 원전 공론화의 특징과 평가

이번 공론화의 특징은 그 의제가 yes, no로 환원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데 있다. 그것은 국가 에너지 수급 계획과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둘러싸고 찬·반 집단이 수십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그리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국가적 난제(wicked problem) 가운데 하나였다.

따라서 신고리 원전 공론화는 여느 공론화와 다르게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추구할 필요가 있었고, 공론화위원회 또한 이 두 가지 목적을 명쾌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첫째, 이미 건설 중인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계속 건설과 중단 가운데 어느 것이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공론’인지를 파악함으로써 정부의 정책적 선택을 용이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숙성된 의견을 바탕으로 찬·반을 정확히 표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했고, 공론화위원회가 설계한 4차 조사 설문은 공사 재개와 중단 가운데 어느 하나를 반드시 선택하게 함으로써 이러한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

둘째, 이번 공론화의 의제가 첨예한 갈등 사안임에 주목한다면 공론화 이전보다 공론화 이후의 갈등이 더 증폭될 가능성이 높아 선제적 갈등관리가 필요했다. 즉, 중단과 재개를 선택하되 그 선택의 전제 조건이 무엇인지를 다양하게 조사함으로써 정책과정에서 찬·반을 넘나드는 다양한 정책수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찬성과 반대의 분쟁 프로세스를 배분적(대립적) 거래에서 통합적 거래로 전환할 필요가 있었다.

여기에서 공론화위원회는 공사 중단과 재개를 넘어 탈원전으로 조사 범위를 확장해 사회적 합의형성과 사회적 수용성 제고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국가 에너지 정책은 그 중요성을 감안해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화가 아니라 전문가 토론이나 국회 표결에 붙이자는 주장이 많다. 차라리 국민투표에 붙이자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어느 것을 선택해도 결정 이전 보다 결정 이후에 기존 갈등이 완화되거나 해소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오히려 다수결에 의존하는 투표는 어느 나라에서나 다수에 대한 소수의 원망과 저항을 결과할 때가 많았고, 한국 근·현대사의 경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가 토론 역시 에너지 정책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길을 가로막아 일반 시민의 상식과 유리된 기술관료적 결정으로 회귀될 가능성이 높다.

‘공사는 재개하되 탈원전 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하라’는 결론이 ‘절묘’했던 것은 대립하고 경쟁하는 두 가지 관점 가운데 어느 하나에 경도된 ‘일방적인 편들기’가 아니라 두 입장과 주장 사이의 ‘균형’을 잡아주었기 때문이다. 학습과 숙의에 기초하는 시민참여단의 상식적 판단과 미래 비전이 이 ‘균형’ 잡힌 사고의 시원(始原)이었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향후 과제는 이렇다

능동적 시민참여에 기초하는 공론화가 대의민주주의 체제와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그러나 공론화는 어느 경우에도 대의민주주의를 대신할 수 없으며 오직 보완적 기제가 될 뿐이다. 의회와 공론장은 근대 민주주의의 시작부터 대립적이면서도 상호보완적인 대의제의 양대 기둥이었다.

대의제의 공식적인 제도화가 의회라면, 공론장은 비공식적 제도로 남아 정당과 의회의 공식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현실적으로 공론화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아 모든 것을 공론화로 풀 수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형성된 공론을 정책으로 전환하며 매번 대표자를 새로 뽑을 수도 없다.

일상적인 문제는 대의제의 틀에서 일상적으로 처리하되, 특별히 대의제의 틀에 담아낼 수 없는 특정 이슈는 공론화를 통해 처리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시작이었고, 지금도 많은 나라가 그렇게 하고 있다. 프랑스의 국가공공토론위원회가 그렇고, 미국의 수많은 타운홀 미팅이 그러하며, 유럽연합도 예외는 아니다.

공론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공론화로 환원되지 않지만, 공론화는 성숙한 민주주의로 안내하는 매우 빠른 길이다. 이참에 공론화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의 한 축으로 융합될 수 있도록 공론화의 제도적 기반을 튼실히 해야 한다. 

공공누리가 부착되지 않은 자료는 담당자와 협의한 후에 사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정책브리핑 공공누리 담당자 안내 닫기
정책칼럼, 이슈인사이트의 저작권은 원작자에게 있습니다. 전재를 원할 경우 필자의 허락을 직접 받아야 하며, 무단 이용 시
저작권법 제136조
제136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 <개정 2011. 12. 2.>
1. 저작재산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제93조에 따른 권리는 제외한다)를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
2. 제129조의3제1항에 따른 법원의 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위반한 자
②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 <개정 2009. 4. 22., 2011. 6. 30., 2011. 12. 2.>
1. 저작인격권 또는 실연자의 인격권을 침해하여 저작자 또는 실연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
2. 제53조제54조(제90조 및 제98조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에 따른 등록을 거짓으로 한 자
3. 제93조에 따라 보호되는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를 복제ㆍ배포ㆍ방송 또는 전송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
3의2. 제103조의3제4항을 위반한 자
3의3. 업으로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 제104조의2제1항 또는 제2항을 위반한 자
3의4. 업으로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 제104조의3제1항을 위반한 자. 다만, 과실로 저작권 또는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권리 침해를 유발 또는 은닉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자는 제외한다.
3의5. 제104조의4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
3의6. 제104조의5를 위반한 자
3의7. 제104조의7을 위반한 자
4. 제124조제1항에 따른 침해행위로 보는 행위를 한 자
5. 삭제 <2011. 6. 30.>
6. 삭제 <2011. 6. 30.>
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외부 정책칼럼, 이슈인사이트 내용은 기고자 개인의 견해로 정부의 정책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이전다음기사

다음내 인생의 책 있으십니까?

정책브리핑 게시물 운영원칙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게시물은 삭제 또는 계정이 차단 될 수 있습니다.

  • 1. 타인의 메일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 또는 해당 정보를 게재하는 경우
  • 2.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경우
  • 3.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시키는 경우
  • 4. 욕설 및 비속어의 사용 및 특정 인종, 성별, 지역 또는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용어를 게시하는 경우
  • 5. 불법복제, 바이러스, 해킹 등을 조장하는 내용인 경우
  • 6.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광고 또는 특정 개인(단체)의 홍보성 글인 경우
  • 7. 타인의 저작물(기사, 사진 등 링크)을 무단으로 게시하여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글
  • 8. 범죄와 관련있거나 범죄를 유도하는 행위 및 관련 내용을 게시한 경우
  • 9. 공인이나 특정이슈와 관련된 당사자 및 당사자의 주변인, 지인 등을 가장 또는 사칭하여 글을 게시하는 경우
  • 10. 해당 기사나 게시글의 내용과 관련없는 특정 의견, 주장, 정보 등을 게시하는 경우
  • 11. 동일한 제목, 내용의 글 또는 일부분만 변경해서 글을 반복 게재하는 경우
  • 12. 기타 관계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 13. 수사기관 등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는 경우

히단 배너 영역

정책 NOW, MY 맞춤뉴스

정책 NOW

123대 국정과제
정부정책 사실은 이렇습니다

MY 맞춤뉴스 AI 추천

My 맞춤뉴스 더보기

인기, 최신, 오늘의 영상 , 오늘의 사진

오늘의 멀티미디어

정책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