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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재정 운용으로 경제 회복력 키워야

[재정 건전성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균형재정 집착이 불러 올 위험성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2020.06.24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경제위기는 대체로 경제 내부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에 의한 위기는 정부의 방역 조치가 경제의 정상적 운영을 가로막아서 일어난 외생적 위기이다. 따라서 현 위기의 대응책은 통상적인 경제 회생책이 아니라 외부 요인이 제거될 때까지 국민의 희생을 최소화하고, 위기 이후에 경제를 조속히 회복할 수 있도록 생산 역량을 보존하는 것이어야 한다.

만약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많은 기업이 파산하고 일자리를 상실한 노동자의 가계는 위험에 빠질 것이다. 기업 파산과 실업은 장기적으로 큰 비용을 초래한다. 기업가, 노동자, 고객 간의 연결고리가 끊겨서 처음부터 사업을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해고된 노동자는 기존의 지식과 숙련을 잃어버리고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럴 경우에는 위기가 종식되더라도 경제는 조속히 위기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없다. 따라서 보건 위기를 극복할 때까지 국민들의 소득 감소와 기업의 수익 감소를 최대한 상쇄할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이 같은 목표에 따라 대응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효과적인 정책은 재정정책이다. 통화정책도 기업과 가계가 위기를 버텨내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통화정책에 의존해 위기를 타개하면 위기 이후 기업과 가계는 큰 부채를 지게 되어 조속한 경제 회복이 어렵다. 따라서 대다수 나라들은 가계의 소득 손실을 상쇄하기 위한 재난 지원금의 제공과 기업의 고용 유지를 뒷받침하는 직접적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제기된다. 재정 건전성은 정부의 채무상환능력을 말한다. 정부가 채무상환능력을 상실하면 정부가 긴급한 상황이 발생해 지출을 확대하고자 해도 그에 필요한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없어서 금융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학계와 언론의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가경정을 통해서 지출을 확대하려는 데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일반적으로 재정 건전성은 GDP 대비 정부부채의 비율로 평가한다. 정부가 적자 지출을 확대하면 이 비율이 높아지게 되고 경제에 대한 대외 신인도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오히려 균형 재정에 집착할 경우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위험이 있다. 왜냐하면 위기를 방치할 경우 경제의 생산 기반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성장이 후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적자 재정을 펼치기에 유리한 조건이 조성돼 있다. 경제이론적으로 명목 경제성장률이 국채 금리보다 높으면 정부부채 비중이 일시적으로 높아져도 원래 수준으로 복귀한다. 성장에 따라 늘어난 세수로 이자를 갚고도 원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국채 금리는 1% 중반대이다. 재정 지출의 확대로 물가상승률을 포함한 성장 전망이 이보다 높다면 적자 재정을 통해서 성장률을 뒷받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국고채 금리 추이 현황(자료=한국은행)

국고채 금리 추이 현황(자료=한국은행)

여기에 주목해야 할 점이 하나 더 있다. 이론적으로 부채가 많으면 금리가 높지만, 최근 들어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실시한 경우 정부부채 수준과 국채 금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일본은 정부부채가 GDP의 약 240%이지만 10년 만기 국채의 금리는 -0.01% 수준이다. 유로존 주요국의 사정도 거의 마찬가지이다. 결국 국채 금리는 부채 수준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통화정책에 의해서 주어진다. 적극적 재정을 양적완화와 같은 통화정책으로 뒷받침해준다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용이하다.

한국보다 여건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도 재정 지출을 적극 확대하는 한편 통화 완화 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가 시작되자 미국, 유럽, 일본, 영국 등은 즉각적으로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한편 양적완화를 재개하거나 확대했다. 그 결과로 선진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평균 약 19%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한국보다 정부부채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고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재정 준칙을 적용해왔던 유럽연합도 현 위기 상황에서 재정 준칙의 예외 조항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같은 적극적 재정 지출에 힘입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5개국은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으로 전체 노동자의 1/3에 해당하는 4,500만 명의 고용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이를 통화정책으로 뒷받침하는 것에 대해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정책은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국채를 원화 표기로 발행한다면 한국은행이 매입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일시적으로 정부부채의 비율이 높아지면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민간 부문의 대외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가신용등급은 정부 부채 비율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균형 재정에도 불구하고 성장의 회복이 늦어진다면 국가신용등급이 오히려 불안해질 수 있다. 한국은 1997년의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대외 채무보다 채권이 많은 채권국이다. 채권국의 입장에서 국가신용등급의 변화를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또 다른 반론은 재정 적자가 늘어나고 중앙은행을 통해서 돈이 풀리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제 침체기에는 유휴생산요소가 많아서 통화량이 늘어서 수요가 확대되면 생산도 늘어나기 때문에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부가 재정 여력을 확보하는 이유는 비상시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이다. 현재의 코로나 위기는 방역이라는 외부 요인이 경제 순환을 단절시키는 예외적 위기이다. 이 같은 시기에는 외부 요인이 사라질 때까지 국민 생계를 보호하고 경제의 공급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따라서 적극적인 탄력적인 재정 운용으로 위기를 타개해 나가면서 경제의 회복력을 키워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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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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