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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시행 1년…국민이 동참하는 법 돼야

심재익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1.04.02
심재익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심재익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어린이보호구역은 1995년 도로교통법에 의해 도입되어 2019년말 기준 1만 6912개소가 지정·관리되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자동차 등의 통행속도를 시속 30km 이내로 제한하고, 주정차 금지 등 필요한 안전조치가 가능하다.

특히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2대 중과실에 해당해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 민식이법의 요지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한 법적 규정은 2020년 3월 25일부터 본격 시행된 이른바, ‘민식이법’을 계기로 한층 강화되었다.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 내·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신호등 우선 설치 등을 규정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과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등 2건의 법안을 말한다.

한편 ‘민식이법’ 시행에 즈음해 정부는 어린이보호구역내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제로화를 목표로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대책(2020년 1월 7일)’을 마련,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불법노상주차장 폐지와 주정차 위반에 대한 범칙금·과태료 인상과 함께, 보도가 없는 도로는 제한속도를 20km 이하로 하는 등 다양한 후속조치를 담고 있다.

서울 성북구 정덕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도로에서 경찰이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정덕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도로에서 경찰이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민식이법 시행 1년,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사망자 절반으로 줄어

민식이법이 시행되면서 2020년 기준, 보호구역 내 어린이 사망자 수는 3명으로 전년대비 절반으로, 어린이 교통사고 건수는 478건으로 15.7% 감소했다. 또한, 교통안전공단 분석결과(20.12.)에 의하면, 통학시간대 보호구역 내 평균통행속도가 6.7% 감소(34.3km/h → 32.0km/h)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결과가 전적으로 민식이법이 가져온 영향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어린이 교통사고 감소로 귀결된 점에서 그 효과를 부정하기 어렵다.

◆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사망자는 모두 보행사고로 발생

전국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9년 28명, 2020년 24명으로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보호구역 내 어린이 사망자는 민식이법이 시행되기 전 평균 6명에서 2020년에 3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의 60% 정도가 보행사고 사망자인데 보호구역 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모두가 보행사고 사망자인 점을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어린이는 보행사고에 더욱 취약하고 이에 대한 대비가 보호구역에서 더욱 절실하다.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교통사고 감소대책은 차량간에 일어나는 일반적인 교통사고 보다는 어린이와 차량간의 상충 가능성을 제거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 속도관리가 최우선, 과속하기 힘든 도로환경 조성이 관건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는 차량의 제한속도가 30km/h 이내로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제한속도는 바뀌었는데 도로 주행환경은 예전 그대로이고 보호구역이 아닌 곳과 별반 차이가 없다.

예를 들어, 차로의 폭이 보통 3.0m 이상으로 심지어는 3.5m가 넘는 차로도 존재한다. 갓길에 불법 주정차해도 옆으로 차가 지나갈 수도 있고 속도를 얼마든지 높여도 좋을 정도의 차로 폭인 것이다. 

관계 규정을 보더라도 설계속도가 40km/h 이하인 경우 한 차로의 폭은 2.75m도 가능하니 차로 폭을 더욱 줄여야 한다. 과속하기 힘든 도로환경이야말로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는 더욱 필요하다.

보호구역 내 모든 도로를 대상으로 제한속도에 부합하지 않는 넓은 차로 폭은 축소하는 것이 결국 보호구역 내 차량에 대한 속도관리의 열쇠이다.

어린이는 보행사고에 더욱 취약하다. 따라서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차량이 과속하기 쉬운 곳에 과속단속카메라를 설치하는 것 보다는 어린이와 차량이 만나는 공간, 즉 횡단보도와 보도가 없는 도로에 설치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횡단보도를 고원식으로 설치하여 차량의 속도를 저감 하도록 하고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횡단보도 중간에 중앙보행섬을 설치하여 미처 횡단을 마치지 못하는 어린이가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횡단보도 인근에는 구조적으로 불법 주정차가 힘들도록 내민보도의 조성도 필요한 조치일 것이다.

◆ 보도가 없는 이면도로에서는 제한속도를 더욱 낮추고 보행자우선도로 조성이 바람직

보행사고 사망자의 절반 정도가 보행자와 차량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기 힘든 9m이하의 좁은 이면도로에서 발생하고 있다.

보호구역 내 보도가 없는 이면도로는 어린이 안전에 매우 취약한 장소이다. 어린이의 안전이 같은 공간에 있는 차량 운전자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별다른 분리시설 없이 보행자와 차량이 함께 이용하는 이면도로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보행자의 이동에 주의하면서 천천히 주행해야 한다는 것을 운전자가 쉽게 인식하고 조심할 수 있도록 도로 환경이 차별화 돼야 한다. 보행자우선도로가 최적의 대안일 것으로 본다. 

보행자우선도로는 폭 10미터 미만의 도로로서 보행자와 차량이 혼합하여 이용하되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설치한 도로이고 제한속도는 20km/h 이하로 더욱 강화된다.

◆ 강제하는 법이 아니라 국민이 동참하는 법이 되어야

어린이보호구역은 어린이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특별한 구역이다. 하지만 어린이의 통학이 없는 주말이나 야간 시간대라면 보호구역의 취지와는 다소 벗어나게 된다.

스웨덴의 경우 어린이보호구역을 주중, 낮 시간대에만 적용하여 시민의 이해를 끌어낸 점은 우리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중앙 및 지방정부의 노력,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협조와 국민적 이해가 수반되어야 민식이법은 정착되고 그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후세대를 책임지는 어린이를 교통사고로부터 적극 보호하고자 하는 강화된 법의 취지는 국민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법 시행으로 인한 억울한 피해 또한 없어야 할 것이다.

운전자의 특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보호구역에 진입하였음을 인식하게 하고 저속으로 운전할 수 밖에 없는 도로환경이 조성된다면 행여 사고가 일어난다고 해도 경미한 사고에 그칠 것이고 강화된 법에 해당될 개연성 또한 적을 것이다. 안전한 도로환경 조성이 결국에는 국민의 이해와 참여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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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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