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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중요 재난으로 인식하고 대비해야

2022.04.04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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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

조선왕조실록에 1489년 3월 25일(성종 20년) 강원도 양양에서 큰 산불이 발생해 민가 205호와 낙산사 관음전이 소실됐다는 기록이 있다. ‘승정원 일기’에도 1643년 4월 20일(인조 21년) 강원도 양양에서 큰 산불이 났다는 기록이 있다. 1672년(현종 13년)에는 강원도 동해안 산불로 65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오늘날과 같이 과거에도 동해안 지역에서 주로 큰 산불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달 4일에 발생한 경북·강원산불은 진화시간과 피해규모 면에서 기록적이었다. 계속된 겨울 가뭄과 초속 20m가 넘는 강한 바람은 화세를 빠르게 키우고 넓혔다. 경북 울진군에서 시작된 불은 강원도 삼척시로 번졌고 강릉시 옥계리에서 시작된 불은 동해시로 넘어갔다. 무려 213시간 지속된 산불로 2만 4940ha의 산림과 주택·시설 460여 개소가 소실됐다.

산불의 대형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호주 등 세계적인 현상이다. 기후변화로 강수량의 지역·시기적 편중이 심화돼 가뭄이나 홍수 피해 지역이 늘고 가뭄 지역의 산불이 대형화되는 것이다. 50년이래 최악의 겨울 가뭄이 대형화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이번 경북·강원산불에서 역설적으로 그 대책과 대안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산림 인접 마을이나 주요 시설에 비상소화장치를 확충해야 한다. 호스릴(100~200m), 피스톤 펌프 및 동력원, 수원(소화전 또는 저수조)으로 구성된 비상소화장치는 넓은 구역에 대해서 손쉽게 분무주수를 할 수 있는 편리한 장치이다. 실제로 여러 마을에서 주민들이 소방관서에서 설치한 비상소화장치를 이용해 산불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요양시설, 위험물 저장시설, 전력시설, 문화재 등 중요 시설에 방수총을 확대 설치해야 한다. 시설 주변 지상에 설치해 물을 대량으로 50m 이상 방수할 수 있는 방수총은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에 시설의 관계자들이 효과적으로 시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이다.

실제로 방수총이 설치돼 있던 몇몇 사찰에서 방어조치가 이뤄졌다. 국가 중요 시설인 삼척LNG기지와 한울원자력발전소에는 산불 방어를 위해서 많은 소방관과 소방차량 및 대용량방사포시스템이 배치되기도 했다.

산림 인접 주택의 화재는 산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수도에 연결하는 간이스프링클러와 주택용소방시설(소화기, 감지경보기)을 충분히 보급해야 한다. 그 외에도 화목보일러 연통이나 아궁이 굴뚝에서 불티가 날아가지 않도록 보완돼야 하고, 주택·시설과 산림과는 일정 이격거리를 유지하도록 해야 하며, 농부산물이나 쓰레기를 태우는 등 야외 소각행위도 근절해야 한다.

119로 산불을 신고받아 산림당국에 통보와 동시에 긴급출동 및 초기 진화, 주택·시설 보호 및 인명대피, 산불 진화·지원 등 산불 대응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소방기관의 산불 대응역량도 보강돼야 한다. 소방항공대에도 8000리터급 초대형 헬기를 배치해야 하고 현재 14대 뿐인 산불전문진화차량도 확충돼야 한다. 험지 기동력과 이동방수 능력을 가진 산불전문진화차량의 능력은 산불이 덮친 삼척시 고포마을에서 입증됐는데, 출동한 2대가 5채 소실 외 45채를 보호할 수 있었다.

2019년 1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호주에서 대한민국 넓이를 불태운 ‘Black Summer 산불’로 33명이 사망하고 주택 3100여채가 소실됐다. 이후 호주는 산불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산불이 대형·장기화되면 인명·시설피해 최소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산불 진화의 중점을 산림보호에서 국민의 생명과 인프라를 보호하는 재난대응에 두고 그 역량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 중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최초 국가이면서 산림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이다. 그리고 인구밀도가 높고 산림 인근 또는 내에 주거·산업시설이 많다. 이는 기후변화와 맞물려 산불로 인한 산림피해뿐만 아니라 인명·시설피해 위험성이 매우 높아졌기에, 산불대응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소방의 산불 대응역량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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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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