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작은 문제에서 시작한 관심
지난해 직장에 노동조합을 직접 설립하게 됐다. 상급단체에 소속하지 않은 독립노조이다. 이른바 ‘MZ노조’를 만들어 보겠다는 거창한 의도는 아니었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함께 해온 직원이 퇴사한 적이 있다. 그를 보내며 동료들은 축하와 시샘이 반반 섞인 박수를 보냈다. 그 모습에서 나는 알 수 없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나와 동료들이 자부심을 갖고 직장을 다닐 수 있길 바랐다. 이렇게 작은 계기로 노동 정책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다.
노동 정책에 대한 관심은 나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우선 나의 고민이 나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불투명한 채용 절차에 ‘스펙 경쟁’으로 지쳐가는 청년들, 포괄임금제 아래 ‘공짜 야근’을 강요받는 청년들, 막상 어려운 채용 관문을 뚫고 입사했지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표를 던지는 청년들은 주변 어디에나 있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 고용노동부 2030자문단 모집 공고를 봤고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정책 메시지로
지난해 12월 고용부 2030자문단이 공식 출범했다. 정책에 대한 관심 하나로 서로 다른 직업과 환경의 청년들이 모였다. 흔한 자문회의를 생각했던 나에게 고용부 2030자문단 회의 방식은 신선했다. 청년들이 정책 아이디어를 내면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관과 직접 만난다. 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정책 메시지로 정제해 나가는 과정은 정말 흥미로웠다. 고용부가 나의, 청년들의 목소리를 궁금해하고 귀 기울인다는 인상을 받으며 소통한다고 느꼈다.
날 것 그대로의 대화에서 정책적 함의를 뽑아 과제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통해 고용부 2030자문단은 올해 분과별 수행과제를 발굴했다. 청년의 내일을 위한 4개 주요 정책을 선정해 ‘청년 4다리 과제‘를 추진한다. 재학생 맞춤형 고용서비스, 지역고용 전달체계, 노동개혁,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등 정책에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할 계획이다. 내가 속한 노동분과는 노동개혁에 대한 청년세대 의견수렴과 정책 제언을 수행한다.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새로운 약속
노동시장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쿠팡 플렉스, 배민 라이더와 같은 플랫폼 노동의 확대, 긱 이코노미라고 불리는 초단기 근로 형태의 등장, 유튜브와 같은 1인 미디어의 확산 등으로 ‘N잡’이라는 단어는 더이상 낯설지 않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희미해져 가고 있고 머지않아 ‘평생직장’은 낯선 단어가 될 것이다. 노동자가 한 명의 사업주에게 전속적으로 고용되는 것을 전제로 설계 현재의 노동 정책으로는 새로운 시대에 대응할 수 없다.
정책이란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고 이를 위한 약속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세대가 살아갈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약속이 필요하다. 노사대등 원칙 아래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 원칙을 정해야 한다는 노사 법치주의 확립은 새로운 약속을 만드는 첫 걸음이자 진심 어린 소통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노사 법치주의 확립을 위한 치열한 과정에 청년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길 기대한다.